열한 살 미카가 풀어내는 우정과 희망의 방정식!
이 책은 이제 막 중학생(말이 중학생이지 5학년)이 된 소녀 미카의 이야기를 그린다. 새로운 중학교 생활, 흑색종이라는 피부암을 선고받은 엄마, 이혼하여 멀리 떨어져 사는 아빠와 새엄마와의 관계 등 미카의 일상이 수학 일기와 함께 펼쳐진다.
제1단원 어림하기
제2단원 시간
제3단원 측정
제4단원 자릿값
제5단원 실수와 유리수
제6단원 방정식과 부등식
제7단원 분수
제8단원 집합과 부분집합
제9단원 고급 계산과 연산의 순서
제10단원 평면 도형과 입체 도형
제11단원 실생활 문제
제12단원 자료의 제시와 해석
제13단원 확률
어느 날, 변해 버린 엄마 미카의 일상에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엄마의 변화이다. 갑자기 다리에 이상한 점이 생겨 병원에 간 엄마는 흑색종이라는 피부암 진단을 받는다. 처음 엄마는 그저 ‘복숭아에 생긴 썩은 점’을 도려냈을 뿐이라고 침착하게 말하지만, 암 치료를 시작하면서 엄마는 미카가 알던 엄마의 모습과 달라졌다. 늘 냉장고에 달린 메모장에 할 일을 적으며 계획적으로 행동하던 엄마는 더 이상 메모를 하지 않는다. 학교 성적표에 관심을 두지 않으며 미카의 생일마저 잊어버린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미카의 불안감과 공포는 곳곳에 잘 드러나 있다. 수업 시간에 교무실로 자신을 부르는 안내 방송에 오싹함을 느낀다거나, 병원에 가는 동안 빨간 차를 세 대 이상 보면 모든 게 괜찮다는 규칙을 만들어 놀이 하는 모습은 안쓰러움마저 느끼게 한다. “머릿속으로 내가 화를 내면 나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놀이를 하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나쁜 일은 이미 일어났고, 난 정말 화가 난다. 전부 다 화가 나지만, 가장 크게는 엄마한테 화가 난다. 엄마가 아픈 게 화가 난다.” _255쪽 미카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엄마의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결국 다시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으면서도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이야기해 주지 않는 엄마에게 미카는 화를 낸다. 미카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두려움이 절정으로 치달으며 클라이맥스를 만든다. “우리가 항상 완벽하게 올바를 수 없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 생각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가 아무리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노력한다 해도, 인생은 대부분이 어림짐작이니까요.” _242쪽 치료를 받던 엄마에게 혹 하나가 더 발견되면서 그동안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할머니마저 눈물을 보인다. 하지만 미카는 침착하게 메모지 한 장을 떼어 내 아빠에게 연락하여 엄마가 받아야 할 검사를 알아보고 예약한다. 다행히 엄마에게 발견된 혹은 암이 아니었다. 미카는 마지막 수학 일기에서 비록 엄마의 암이 재발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지만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그 확률은 낮아지며, 어떤 일이 일어나든 우리가 잘 지낼 가능성은 높다며 긍정적인 메시지로 마무리한다. 인생은 수학과 달리 어림짐작이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엄마의 ‘병’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 수학 일기! 이처럼 혼란스러운 미카에게 수학 시간은 큰 위안이 된다. 이 책은 수학 일기와 밴 선생님의 수학 시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카가 원래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였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수학보다 미술을 더 좋아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중학교에 올라와 수학 선생님인 밴 선생님을 만나면서 달라진다. 밴 선생님은 교과서대로 진도를 나가지 않고, 수학 일기를 숙제로 내주는 괴짜 같은 선생님이다. 미카는 수학 일기를 쓰면서 마음속에 담고 있던 엄마의 병에 대한 걱정,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 등을 털어놓는다. 수학 일기란 스스로 수학적 개념을 탐구하고 이해하기 위해 기본적인 수학적 개념을 일상과 자연스럽게 엮어 일기로 쓰는 것을 말한다. 미카가 스스로 일기를 적고 그림을 그리면서 수학 개념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친근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수학적으로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복잡한 공식을 등장시키지 않고 분수, 단위, 집합 등 기본적인 수학적 개념을 미카의 일상과 연결시키면서 미카의 마음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수학 일기를 수학 진도를 따라가거나 시험 점수에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수학적인 개념이 버무려진 이야기를 접하려는 목적으로 읽는 것이 적합하다. 섬세하게 표현된 열한 살 소녀들의 우정 미카는 중학생이 되어 반이 달라지면서 가장 친했던 단짝 친구 엘라와 멀어진다. 엘라는 이미 다른 친구들과 ‘우리는 하나’라는 무리를 만들고 미카는 소외감을 느낀다. 엘라의 생일 파티에 초대되었지만 어울리지 못하고 미카만 집으로 혼자 돌아온다. 하지만 기존 친구와의 멀어짐은 또 다른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같은 수학 수업을 듣는 디디와 첼시가 바로 그렇다. 과학을 좋아하는 괴짜로만 생각했던 디디와 좀 짜증 나는 범생이로만 생각했던 첼시와 미카가 친해지면서 ‘계산기들’이라는 모임도 만든다. 얼핏 보면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 셋은 ‘수학’을 계기로 친해지고 서로의 고민도 털어놓으며 우정을 나눈다. 학년이 바뀌면서 단짝 친구와 멀어지고 다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까지 그 과정에서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 표현들은 아이들의 깊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