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나체를 어떻게 이해해 왔는가에 대한 고찰을 담은 책이다. 출간 후 프랑스의 유명 독서토론 프로인 베르나르 피보의 ‘아포스트로프’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아카데미 프랑세즈에서 역사부문 저작에 주는 테루안 상을 수상했다. 이번 한국어판은 프랑스외무부와 주한프랑스대사관의 도움으로 출간되었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막시밀리안 1세는 극도의 부끄러움 때문에 궁정의 관례와 달리 주위 사람을 물리치고 혼자서 변기에 앉았다. 수치심 탓에 의사에게 궤양을 보이지 않은 카스티야 여왕 이사벨은 치료를 제대로 못 받은 채 목숨을 잃었다. 루이 13세 부부는 ‘정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궁정 벽화와 그림들을 훼손했으며, 당시 재상 마자랭도 같은 이유에서 많은 조각상을 부쉈다. 그러나 비슷한 시대에 몽트뢰유 벨레 남작부인은 용변 뒤처리 때에도 남의 도움을 받았는가 하면, 어떤 왕은 변기에 앉아 신하들을 만나고 연극배우들을 거의 벌거벗겨서 무대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수치(羞恥)와 무치(無恥)의 이러한 어지러운 공존!
일상의 삶에서, 역사에서, 그리고 예술 작품들에서 벌거벗음과 부끄러움과 뻔뻔함의 다양한 모습을 늘 접하는 가운데 우리는 숱한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나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은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을까? 신체적 수치심과 감정의 수치심은 어떻게 구분되고 연결되는가? 벌거벗음이 부끄러움과 결합되거나 분리되는 과정은 어떠했는가? 회화와 연극, 문학에서 나체는 무슨 역할을 했는가? 에로티시즘이 포르노가 되고 예술이 외설로 넘어가는 지점은 어디일까? 도대체 수치심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그에 대한 응답이다.
서론 수치심은 문명의 산물
수치심의 정의-언어와 역사-수치심의 기원
1부 일상생활에서의 수치심
Chapter 1 욕조와 수치심
세례의 신화-중세와 손님 환대의 목욕-아비뇽 다리의 증기목욕탕-“정말로 벌거벗은”남자들-
나체주의자들의 추방-안주인, 욕조에서 손님을 맞이하다-19세기-닫아라!
Chapter 2 수치심과 옷
중세, 성행위에 대한 강박관념-13세기와 가슴 노출-15세기-유방 전쟁-
뿔 장식이 달린 모자와 짧은 바지-16세기-스타킹 고정 대님과 팬츠-허풍쟁이들과 브라게트-
뇌쇄적인 유방과 고전적 의미에서의 수줍음-비정상적인 나체-정숙의 귀환
Chapter 3 의학적 수치심
사랑의 병인가, 아니면 수치스러운 병인가-왕의 고통-의사와 그의 시대-성(性)의 신비-
“바지 입은 산파”
Chapter 4 침대에서의 수치심
개방된 침실(16-17세기)-17세기의 접대용 침실-잠옷의 제국
Chapter 5 알몸 행진
민간 재판-수치심을 참작한 재판-영원한 재판-나체 행렬-편달 고행자-
마음의 죄를 지은 ‘죄 없는 사람들’
Chapter 6 변기 의자에서의 대화
집 안의 공동 변기-거리에서-“진정으로 공화파적인 발상”-“화장실로 날 보러 오세요!”-
거대한 억압
Chapter 7 벌거숭이 임금님
수치심의 시련-모든 것이 이루어졌다-“죄다 째졌어”- 태양왕의 기상
2부 예술적 재현에서의 수치심
Chapter 8 조형예술과 수치심
중세-나체에 대한 두려움-?다른 시대, 다른 육체들-종교개혁과 반종교개혁-동일한 싸움-
17세기를 지배한 지나치게 정숙한 태도-덧칠하기와 포도 잎사귀-18세기의 동요-
19세기-예술의 이름으로-금기의 종말
Chapter 9 연극과 영화 : 누드 전쟁
“한 마리 벌레처럼 벌거벗고”-“점잖고 합법적인 세속 신비극”-고전극-나체라는 옷을 입고-
19세기의 망설임-1907년의 대(大)전쟁-영화, 섹스 그리고 검열
Chapter 10 말에 대한 두려움
임시방편들-독실한 사람들의 귀에 거슬리지 않도록-특수한 영역-문제가 되는 말들
Chapter 11 벌거벗은 신(神)
수난-나체의 그리스도-외설인가, 파렴치함인가?
Chapter 12 광고에서의 수치심
새로운 문제들-법률적 해결과 대중의 검열
결론 수치심의 역사적 영역
고대의 유산-신성한 수치심-종교적 수치심-관습적 수치심-17세기의 사회적 수치심-
선량한 미개인-개인적 수치심-“준엄한 성(性)의 왕국”(푸코)-수치심을 다시 정의해 본다
저 : 장 클로드 볼로뉴
1956년 벨기에의 리에주에서 태어났다. 문헌학자이자 중세역사 연구가로, 연구서와 소설, 에세이, 사전 등 30여 권의 책을 펴냈다. 1993년부터 파리에 있는 예술 경영·기획 분야 그랑제콜 ICART에서 도상학을 가르치면서 2002년부터 프랑스문인협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수치심의 역사』를 비롯하여 『결혼의 역사』『금지된 탄생』『사랑의 감정의 역사』『독신과 독신자의 역사』『사랑의 정복의 역사』『여성의 과오』『반지 형제』『인간 고사리』『네 권의 인유(引喩) 사전』『프랑스어에 대한 에세이, 나의 언어를 통한 여행』 등이 있다.
1956년 벨기에의 리에주에서 태어났다. 문헌학자이자 중세역사 연구가로, 연구서와 소설, 에세이, 사전 등 30여 권의 책을 펴냈다. 1993년부터 파리에 있는 예술 경영·기획 분야 그랑제콜 ICART에서 도상학을 가르치면서 2002년부터 프랑스문인협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수치심의 역사』를 비롯하여 『결혼의 역사』『금지된 탄생』『사랑의 감정의 역사』『독신과 독신자의 역사』『사랑의 정복의 역사』『여성의 과오』『반지 형제』『인간 고사리』『네 권의 인유(引喩) 사전』『프랑스어에 대한 에세이, 나의 언어를 통한 여행』 등이 있다.
역자 : 전혜정
이화여자대학교 외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스탕달대학에서 ‘에밀 졸라 연구’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성배와 연금술』 『신의 네 여자』 『사람은 왜 옮겨 다니며 살았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