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저서에 고형렬은 『칠원서』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었다. 장자는 옻나무 정원을 관리하는 하급관리였다. 권력과 민중에게 붙잡혀 있지 않았고 실용과 통치에 유혹되지 않았다. 그는 아나키스트였고 혁명가였다. 비루하고 엉뚱한 인물과 영물을 찾아 그들 속에서 사유하고 함께 살면서 가장 근원적 존재의 자유를 꿈꾸었던 그가, 시인 고형렬에 의해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미래의 거울로 돌아오고 있다.
머리말 4
한 번은 말이고 한 번은 소 8
견오, 너는 새와 생쥐만 못하구나 34
담막광량(淡漠壙)을 잊은 자들 55
명왕(明王)의 정치란 어떤 것인가 73
호자와 열자와 계함의 만남 100
첫 번째날, 습회(灰)를 보이다 117
두 번째날, 처음 보는 천양(天壤)이다 128
세 번째날, 혼돈의 기(氣), 태충막승(太?莫勝) 153
네 번째날, 제미파류(弟靡波流) 170
귀가, 처시(妻豕)의 열자(列子) 187
장자의 사무위(四無爲) 211
남해와 북해의두 제왕의 만남 235
혼돈의 덕을 갚기 위해 모의하다 266
칠규(七竅) 289
하루에, 한 구멍씩, 뚫었다 306
혼돈이 죽었다 318
고형렬(지은이)
낯선 현실과 영토를 자기 신체의 일부로 동화시키면서 내재적 초월과 전이를 지속해가는 고형렬은 15년 동안 삶의 방황소요와 마음의 무위한 업을 찾아 이 책, 장자 에세이 12,000매를 완성했다.
속초에서 태어나 자란 고형렬(高炯烈)은 「장자(莊子)」를 『현대문학』에 발표하고 문학을 시작했으며 창비 편집부장,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첫 시집 『대청봉 수박밭』 을 출간한 뒤 『밤 미시령』,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등의 시집 외에 『등대와 뿔』 같은 에세이를 통하여 갇힌 자아를 치유하고 성찰했다. 장편산문 『은빛 물고기』에서는 자기영토로 향하는 연어의 끊임없는 회귀정신에 글쓰기의 실험을 접목시켰다.
히로시마 원폭투하의 참상을 그린 8천행의 장시 『리틀보이』는 일본에 소개되어 반향을 일으켰으며, 장시 『붕새』를 소량 제작하여 지인에게 나누고 품절하면서 “이 모든 언어를 인간이 아닌 것들에게 바친다”는 선언과 함께 분서를 통한 언어의 미완을 확인하고 자기 갱신을 재촉했다. 『시평』을 창간하고 13년 동안 900여 편의 아시아 시를 소개하며 시의 지궁한 희망을 공유하는 한편, 뉴욕의 아세안기금을 받아 시의 축제를 열면서 『Becoming』(한국)을 주재하고『Sound of Asia』(인니)에 참여하는 등 아시아 시 교류에 앞장섰다.
최근엔 시바타 산키치, 린망 시인 등과 함께 동북아 최초의 국제동인 《몬순》을 결성했으며, 베트남의 마이반펀 시인과의 2인시집 『대양(大洋)의 쌍둥이』를 간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