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소박하고 정겨운 우리들의 여름날
요즘 아이들은 도시에서 나고 자랍니다. 흙을 밟고 산과 들을 누비는 대신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키즈 카페에서 뛰어놀지요. 안전하고 쾌적한 놀이 공간이지만 자연을 경험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습니다. 온갖 새와 풀벌레 들의 노랫소리,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형형색색의 꽃과 나무를 일상에서는 만나기가 쉽지 않지요. 오늘날처럼 고층 건물들이 빼곡이 들어서기 전에는 동네의 풍경도, 아이들이 노는 모습도 지금과는 꽤 달랐답니다.
책고래마을 스물여덟 번째 그림책 《나의 여름날》은 어느 시골 마을 아이들의 신나는 여름 나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날이면 아이들은 큼지막한 대야를 들고는 하나둘 냇가로 모여요. 물놀이 튜브도 아니고, 물총도 아니고, 웬 대야냐고요? 대야만 있어도 충분하답니다. 얼마나 재미있게 놀 수 있는데요. 대야에 매달려 어푸어푸 헤엄도 칠 수 있고, 대야를 타고 누가누가 더 빠른지 경주도 할 수 있어요. 한참 놀다 숨이 차면 기대어 쉬기도 해요.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없어도,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없어도 냇가에서 정신없이 놀다 보면 더위를 까맣게 잊게 되지요.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소박하고 정겹습니다. 별것 아닌 일에도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오고, 참방참방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의 몸짓에는 기운이 넘치지요. 걱정과 고민을 모두 잊은 듯한 맑은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작가는 푸근하고 따뜻한 그림으로 ‘행복한 여름날’을 보여 주고 있어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 한편으로 기분 좋은 무언가가 차오릅니다.
《나의 여름날》에 담긴 이야기들은 도시 아이들에게는 낯설 거예요. 집집마다 커다란 대야가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걸 타고 놀 생각도 하지 않아요. 오히려 엄마, 아빠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지도 모르지요.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아이와 나란히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눠 보는 건 어떨까요? ‘엄마가, 아빠가 어렸을 때는….’ 하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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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보다 시원한 냇가로 놀러 가요!
장마가 끝나고 찾아오는 한여름의 불볕더위는 예나 지금이나 견디기가 힘들어요. 소매를 걷어붙이고, 열심히 부채질을 해도 소용이 없어요. 시원한 곳, 시원한 음식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아이들에게도 여름은 만만치 않은 계절이에요. 쨍쨍하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 뛰어놀다가는 자칫 큰일이 날 수도 있어요. 자연스럽게 물놀이하는 곳으로 모여들게 됩니다. 요즘 아이들은 워터파크나 바닷가를 떠올리겠지만, 예전에는 동네 냇가에서 헤엄을 치며 놀았어요. 《나의 여름날》은 햇살이 뜨거운 여름, 냇가에서 한바탕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햇볕이 쨍쨍한 아침, 한 아이가 고무 대야를 조심조심 꺼내서는 집을 나섭니다. 제 몸이 다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큰 대야였지요. 대야를 들고 기우뚱기우뚱하며 나무 그늘 아래를 지나는데 저 멀리서 동네 친구들이 보여요. 다른 아이들의 손에도 대야가 하나씩 들려 있었어요. 약속하지 않아도 이렇게 무더운 날이면 모두들 냇가로 모인답니다. 냇가로 가는 길에는 토끼풀이 정말 많았어요.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로 않아 잎이 네 개인 토끼풀을 찾았지요.
땀을 빨빨 흘리며 다다른 냇가. 우거진 숲 속 문을 살그머니 열면 마침내 시원한 놀이터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아이들은 첨벙! 물 속으로 뛰어들고, 재미있는 물놀이가 시작됩니다. 고무 대야에 매달려 물장구를 치기도 하고, 떠내려가는 친구의 신발을 서로 잡겠다며 퐁당퐁당 헤엄을 치기도 해요. ‘앞으로, 앞으로!’ 누구 대야가 빠른지 경주도 하고, 물속에서 누가 더 오래 있는지 내기도 해요. 그러는 사이 더위는 멀찌감치 물러가요. 물놀이를 마치면 아이들은 뭍으로 나와 모래 위에서 낮잠도 잤어요. 옹기종기 둘러앉아 먹는 산딸기 맛은 새콤새콤 잊을 수가 없었지요.
어느새 기웃기웃 해가 저물고 아이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갑니다. 길가에 핀 노란 달맞이꽃이 활짝 웃어 주었어요. 하늘의 별은 밝게 빛나고, 아이들은 그렇게 여름날을 보내며 새록새록 자라납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 시절,
풋풋했던 유년기의 이야기
지금처럼 놀 거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 자연은 근사한 놀이터였어요. 냇가는 무더위를 날려 줄 수영장이었고, 숲은 보고, 듣고, 만지고 뛰어노는 탐험장이었지요. 어쩐지 시시할 것 같다고요? 늘 한결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자연은 시시각각 모습을 바꿉니다. 철마다 숲 속 풀과 나무 들의 색도 달라지고, 냇가에서는 처음 보는 동물이나 식물을 만나기도 해요. 아이들이 커 가는 만큼 숲과 냇가의 생물들도 태어나고 또 자랍니다. 그러니 자연 속에서 놀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어요. 매일 새로운 친구를 마주하는 것처럼 즐겁고 설레지요.
세상은 점점 편리해지고 있지만, 그만큼 우리가 잃어 가고 있는 것도 많습니다. 《나의 여름날》에서 그리고 있는 풍경도 이제는 찾아보기가 힘들지요. 동네 아이들과 냇가에 모여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모래 위에 누워 한가롭게 낮잠을 자고……. 그래서 자연과 함께 유년기를 보낸 어른들에게 《나의 여름날》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섭니다. ‘그때는 그랬는데.’ 풋풋했던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지요. 숨가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던 무언가를 되짚어 보게 합니다.
《나의 여름날》 속 아이들의 모습은 요즘 아이들과 다른 듯 닮아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진 천진하고 순한 마음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까닭이겠지요. 《나의 여름날》을 통해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을 바라보고 느껴 보기를, 나아가 엄마 아빠와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9년 책날개 선정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