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임상의학의 탄생』은 임상의학의 탄생을 가능케 한 역사적 조건들에 대한 역사적·비판적 연구, 곧 지식 고고학적 연구이다. 푸코는 철학자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 이력을 살펴볼 때 그의 의학·의학사·정신의학, 보다 넓게는 과학 일반 및 그 역사에 관한 관심은 결코 우연한 것이거나 일회적인 것이 아니다. 이 책의 1장에서는 푸코의 개인적 이력과 『임상의학의 탄생』의 판본학적 문제들을 짚어 본다.
1963년 초판과 1972년 개정판 사이에서 푸코 사유 방법론의 변화, 곧 시니피에로부터 담론으로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으므로 2장에서는 서문과 결론을 중심으로 두 판본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살핀다. 3, 4, 5장에서는 각각 『임상의학의 탄생』 서문, 본문, 결론을 순서대로 살펴본다. 푸코에 따르면 서구 근대 18세기 말-19세기 초에 커다란 생명 및 의학 관념의 변화가 발생하는데, 이 변화는 비샤와 브루세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제 해부임상의학은 고전의학의 질병분류학과 단절된다. 이때 변화한 것은 어떤 하나의 개념 혹은 이론이 아니라 그러한 개념과 이론을 가능케 했던 지식의 장, 에피스테메 자체이다. 6장에서는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목차없음.
고려대학교 불어불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 철학과에서 윤리학·프랑스 철학을 전공하여 「미셸 푸코의 ‘윤리의 계보학’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마르크 블로흐 대학교 철학과의 필립 라쿠라바르트 아래에서 「미셸 푸코와 근/현대성」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응용문화연구소, 철학연구소의 연구교수로 재직했고 , 현재는 대안연구공동체 ‘철학학교 혜윰’의 교장을 맡고 있다. 저작으로 『미셸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 읽기』,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 읽기』 등이 있고 , 옮긴 책으로는 질 들뢰즈의 『푸코』, 미셸 푸코의 『담론의 질서』, 『상당한 위험』 등이 있다.
임상의학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서양 근대 의학 및 생명 담론의 변화를 탐구한
미셸 푸코 『임상의학의 탄생』의 명쾌한 해설!
푸코 사유의 변화: 시니피에에서 담론으로
1963년 미셸 푸코는 유럽에서 18세기 말-19세기 초에 걸쳐 이루어졌던 ‘임상의학(Clinic)’의 탄생을 다룬 저작 『임상의학의 탄생: 의학적 시선의 고고학』을 출간한다. 1972년에는 개정판을 출간하는데, 이 초판과 개정판의 두 판본은 푸코 사유 방법론에 있어서의 중심 개념의 변화, 곧 시니피에로부터 담론으로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 책에서는 초판의 방법론적 주장을 요약하고 개정판과 비교하여 ‘시니피에/시니피앙’으로부터 ‘역사적 담론 형성작용의 분석’으로의 방법론적 이행과 전환을 자세히 살핀다.
임상의학의 탄생: 완전히 새로운 근대 의학 및 생명 담론의 시작
『임상의학의 탄생』이라는 책의 궁극적 목표는 서구 근대의 시기에 등장한 새로운 의학, 곧 임상의학의 인식론적 탄생 조건들을 명확히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푸코는 18세기 중반의 폼(Pomme)이라는 의사의 글(1769)과, ‘그로부터 100년도 채 지나기 전에’ 기술된 벨(Bayle)이라는 의사의 글(1825)을 인용한다. 푸코에 따르면 폼의 글이 작성된 1769년은 고전주의의 시기에, 벨의 글이 작성된 1825년은 근대의 시기에 속하는데 이 18세기 말-19세기 초는 서양의학 담론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변화라 할 임상의학의 탄생이 일어난 시기이다. 푸코는 두 인용문에서 드러나는 폼과 벨 사이의 인식의 차이는 의학적 진보가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곧 임상의학의 탄생은 단순히 특정 개념의 변화가 아니라, “질병에 대한 담론 가능성 자체의 재구성”이며, “의학적 경험을 가능케 했던 조건들, 또는 조건들의 배치 구조 자체의 변형”이라는 것이다.
푸코는 임상의학의 탄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인물로 근대 병리해부학의 장을 연 비샤와 그를 잇는 브루세를 꼽는다. 18세기 말-19세기 초에 고전주의 의학의 분류의학이 아닌 전염병 의학이 새로운 의학적 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이러한 새로운 의식 구성의 기반 위에서 임상의학의 탄생이 가능해졌다. 비샤에 의한 병리해부학과 임상의학의 통합, 그 결과로 나타난 임상의학의 해부임상의학에 의한 대체, 그리고 결정적으로 브루세에 의한 열병 개념의 새로운 규정 및 이에 따르는 지식 체계 전체의 변화 또한 같은 기반 위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비샤의 생기론(生氣論, vitalisme)은 서양의학사에서 ‘죽음’의 관념, ‘생명’의 관념, 그리고 ‘질병’의 관념 모두를 바꾸며 새로운 의학 및 생명 담론의 구성을 보여 주었다.
근대 에피스테메로의 거대한 변화
18세기 이전에 죽음은 “개별자의 종말이자 파괴”로 여겨졌다. 19세기 초 지식의 배치가 바뀌면서 “개별자의 과학이 가능”하게 된다. 관념의 변화는 의학뿐만 아니라 미술, 예술, 문학 등의 영역을 망라하여 펼쳐졌다. 이 단절은 동시대 문학의 영역에서는 사드에 의해 이루어졌다. 임상의학의 탄생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변화한 지식 배치의 장 속에서 일어난 ‘근대적 변형’의 하나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근대 임상의학은 지식을 구성하는 조건으로서의 가시성과 언표 가능성 사이, 자연과 언어 사이, 곧 말과 사물 사이의 관계, 혹은 사물의 질서, 즉 다시 말해 ‘사물을 구성하는 언어의 질서’ 자체가 변화하면서 생겨난 하나의 결과 혹은 효과이다. 이처럼 의학의 역사는 철학 및 과학의 역사를 포함하는 다양한 사유의 역사들과 ‘분리 불가능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자체로 ‘이 세계를 보는/말하는 방식의 역사’ 곧 ‘문화사’의 일부를 구성한다. 『임상의학의 탄생』은 근대 의학의 탄생에 관련된 서구 문명의 코드화 작용을 연구한 문화인류학적 저작이다.” _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