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신춘문예 동화 당선, 한국안데르센상 대상, 미래엔 어린이책 공모전 문학 부문 우수상을 연달아 수상한 정화영 작가의 신작 『퍼플 빅』이 이지북 고학년 어린이책 시리즈 〈책 읽는 샤미〉 마흔네 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
‘퍼플 빅을 끼면 풍족한 세계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가짜였다.’라는 게 이 작품의 주요 설정이다. 점차 드러나는 황폐한 진짜 세계와 맞닥뜨리며 갈등하는 주인공 한강. 과연 열두 살 한강은 달콤한 가짜만을 보여 주는 퍼플 빅을 빼고 진실과 마주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첫 장을 넘겨 보랏빛이 나는 5세대 빅을 선물로 받는 한강의 모습을 보는 그 순간, 또래 어린이 독자는 타인의 일이 아니라고 느낄 것이다. 이분법으로 나뉜 세상에 뚝 떨어져 갈팡질팡하는 한강은 나 자신이자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퍼플 빅』을 통해 열두 살 한강,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만나 보자.
목차없음.
게으른 몽상가로 태어나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아 방송작가가 되었다. 여러 방송국에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활동했고, 2018년과 2020년에 휴스턴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백금상을 수상했다. 어떤 장르라도 재밌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 자발적 방황을 즐기고 있다. ‘금이라 해서 다 반짝이는 것은 아니며, 헤매는 자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믿고, 타버린 재에서 불길을 찾으며 산다.
저서로는 《서툴지만, 결국엔 위로》, 《아이티 나의 민들레가 되어줘》, 《제주에 살어리랏다(공저)》 등이 있다.
퍼플 빅을 끼고 본 세상은 언제나 달콤했다 하지만 모두 가짜였다 2024년 신춘문예 동화 당선, 한국안데르센상 대상, 미래엔 어린이책 공모전 문학 부문 우수상을 연달아 수상한 정화영 작가의 신작 『퍼플 빅』이 이지북 고학년 어린이책 시리즈 〈책 읽는 샤미〉 마흔네 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 ‘퍼플 빅을 끼면 풍족한 세계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가짜였다.’라는 게 이 작품의 주요 설정이다. 점차 드러나는 황폐한 진짜 세계와 맞닥뜨리며 갈등하는 주인공 한강. 과연 열두 살 한강은 달콤한 가짜만을 보여 주는 퍼플 빅을 빼고 진실과 마주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첫 장을 넘겨 보랏빛이 나는 5세대 빅을 선물로 받는 한강의 모습을 보는 그 순간, 또래 어린이 독자는 타인의 일이 아니라고 느낄 것이다. 이분법으로 나뉜 세상에 뚝 떨어져 갈팡질팡하는 한강은 나 자신이자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퍼플 빅』을 통해 열두 살 한강,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만나 보자. 가짜 인생을 살 수는 없어! 당당하게 진실을 요구하는 한강 그리고 거짓에 조종당하고 싶지 않은 우리 한강은 최첨단의 고기능 콘택트렌즈, 퍼플 빅을 열두 살 생일 선물로 받는다. 보랏빛이 나는 4.1세대 빅을 처음으로 이식받는 특별한 기회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인공지능이 빅을 통해 보여 주는 세상이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한강이 사는 세상에서 열두 살 생일에 빅을 이식하는 행위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빅이 활성화되면 강화된 기능을 활용하여 과학자로 진로가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하면 인공지능 기반 설계가 완벽한 1구역에서 버림받은 자들의 항폐한 땅인 4구역으로 쫓겨난다. 그만큼 믿었던 빅이기에 그 실체가 밝혀졌을 때 사람들이 받게 되는 충격 역시 강력하다. 내가 살고 있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을 한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기 위해 진실을 파헤치는 한강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편리하고 익숙한 세상에 만족하는 규현의 입장을 가진 사람도 존재한다. “만약에 말이야. 빅을 끼고 있는 우리가 모두 가상 현실을 사는 거라면?” 규현이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가상 현실이면 어때. 잘 살기만 하면 되지. 더 기막히게 만들어서 재밌게 지내면 좋잖아.” “그럼 너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진짜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거야?” 나는 규현이의 대답을 기다렸다. 규현이는 망설이지 않았다. “진짜라고 믿으면 그게 진짜가 되는 거지.” 그건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_p.74 어디까지가 가짜이고 무엇이 진짜인지 고민할 필요 없이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속 편할 수 있다. 가짜가 주는 달콤함을 맛보고 누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을 직접 목격한 한강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가짜 인생을 살 수는 없었다. 한강은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를 받아야 하는 빅의 특성을 이용한다. 해킹 프로그램을 만들어 업그레이드가 아닌 다운그레이드 되도록 설정한 것이다. 다운그레이드를 받아 빅 렌즈가 만들어 내는 가상 현실 대신 진짜 세상을 보게 만든다. 정당하게 누려야 할 진실을 밝혀 나가는 한강의 모습은 거짓에 조종당하고 싶지 않은 ‘우리’를 대변한다. 퍼플 빅을 뺀 ‘진짜’ 세상이 모두 함께 살아갈 미래이길 한강은 초인공지능이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 가상 현실을 보여 주고 마치 진짜 세계인 것처럼 조작한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능력에 따라 주거지를 나누고 최신 렌즈를 구매하지 못한 짝짝이 눈이 가난의 증표가 되는 세상을 뿌리치고 한강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이후 진짜 세상을 되찾고 나서, 차별 없이 모두 함께 살아갈 거주지를 만들기로 한다. 가장 친한 친구부터 시작해 빅을 이식한 모든 사람이 진짜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려고 살벌한 위험과도 당당히 맞선다. 한강은 퍼플 빅을 끼고 만나는 달콤하고 안락한 세상에 머무르거나 안도할 생각이 없다. 퍼플 빅을 뺀 진짜 세상이 모두 함께 살아갈 미래이길 바랐다. 열두 살 한강은 그런 세상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와 희망을 품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 아닐까. 한국안데르센상 수상 작가 『너와 가족이 되고 싶어』 정화영 신작 한국안데르센상은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세계적인 동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공로를 기리며 한국에서 제정된 공모전이다. 창작동화와 창작동시 부문으로 나누어 한국의 어린이 문학을 이끌 다양한 작가를 발굴한다. 『퍼플 빅』은 2024년 한국안데르센상 창작동화 부문 대상을 수상한 정화영 작가의 첫 SF 동화다. 정화영 작가는 이지북 고학년 어린이책 시리즈 〈책 읽는 샤미〉 스물아홉 번째 작품으로 출간한 『너와 가족이 되고 싶어』로 한 차례 어린이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유기견, 번식견을 주제로 하여 예리하게 진실을 포착하되 그 과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 냈다. 정화영 작가는 『너와 가족이 되고 싶어』에 이어 신간 『퍼플 빅』을 통해 고요한 일상 속에 침잠해 있는 사회문제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꼬집는다.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동화 작가 정화영의 『퍼플 빅』을 지금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