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 총 여덟 편의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법적 이슈를 다뤘다. 작품을 법의 시각으로 읽고 분석하면서 자연스레 법률지식은 물론 법적 정의를 체득할 수 있게 했다. 문학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스토리)를 법률적 관점에서 읽고 재해석함으로써 작품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한마디로 법으로 읽는 문학, 문학으로 읽는 법이다. 이 방법은 이성과 감성을 조화시켜 독자를 정의의 길로 이끄는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또한 법학과 문학이 서로 어떻게 수용될 수 있을 것인가에 주목하였다. 인문학 전통의 부활을 추구하고 독자들에게 ‘법학은 사회과학이 아니라 인문학’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을 이루고자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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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대구 성서(城西) 망정동(望亭洞)에서 태어난 저자는 성서초등학교·성서중학교·계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계명대학교에서 법학사와 법학석사(국제법)를 취득했다. 저자는 프랑스 엑스마르세유3대학에서 유럽연합(EU)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로 있다.
최근 저자는 법학과 문학 및 인권과 유학의 융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해방 이후 법정 필화 사건을 다룬 『법정에 선 문학』과 유럽의 고전을 법문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나는 태양 때문에 그를 죽였다』는 전자를, 선진 시대를 대표하는 유묵도법(儒墨道法)의 사상을 현대 인권의 시각에서 분석한 『선진유학과 인권』은 후자에 대한 연구 끝에 나온 작품이다.
시인으로서 저자는 여러 권의 시집을 펴냈다. 대표작으로 『바람이 시의 목을 베고』, 『칼을 갈아도 날이 서질 않고』, 『무 한 뼘 배추 두 뼘』, 『교수님 스타일』 등이 있다.
저자는 자유·인권·평화가 실현되는 세상을 꿈꾸며 학문의 길을 걷고 있다. 모든 존재는 자유롭고 평등하며 존엄하다는 인문학적 성찰의 바탕 위에서 학문과 문학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학자의 길을 선택한 이상 밥값은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제 부처님께 밥값을 다했다! 성철 스님 말씀처럼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쉼 없이 정진하며 밥값을 다하는 학자로 살고 있다.
법으로 읽는 문학, 문학으로 읽는 법
“태양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라는 진술은
살인 동기가 될 수 있을까
알베르 카뮈가 쓴 『이방인』의 뫼르소는 아랍인을 총으로 쏴 살인한 혐의로 법정에 선다. 뫼르소가 어떤 이유로 아랍인을 죽였는지 살인의 동기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뫼르소가 아니라 레몽을 칼로 찌르고 뫼르소에게 칼을 겨눈 아랍인일지도 모른다.
만일 뫼르소가 “자기의 법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정당방위(예를 들어, 한국 형법 제21조 1항)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살인행위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했으면 적어도 사형이 선고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뫼르소는 정당방위를 내세우지 않고 살인의 동기가 “태양 때문이었다.”라고 답한다. 성실하고 솔직한 답변의 대가는 사형-죽음이었다.
형량은 법률에 의해 정해져 있지만 판사마다 다르게 선고된다. 이를 작량감경이라 하는데, 법률상의 감경사유(형법 제55조)가 없더라도 법률로 정한 형이 범죄의 구체적인 정상에 비추어 과중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법관이 그 재량에 의하여 형을 감경하는 것을 말한다(형법 제53조), 한마디로 판사는 피고인의 여러 사정을 짐작하고 헤아려(정상참작) 재량으로 형량을 줄여(작량감경) 선고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뫼르소의 살인행위를 담당한 판사는 그의 정상을 참작하여 작량감경할 수 있는 사유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형이란 중형을 선고하였다. 이 법정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성법학에서 감성법학으로
법적 정의에서 시적 정의로
문학에서 법률문제를 작품의 소재로 다루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고대 그리스문학의 가장 오래된 서사시로 알려진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그리스의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3부작인 『오레스테이아』에서도 복수를 소재로 한 법률문제를 다루고 있다.
오늘날에는 문학작품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법률문제를 다루고 있어 문학과 법의 만남이 그리 낯설지 않다. 오히려 답답하고 막힌 정치사회의 현실문제에 대한 독자들의 탈출구 내지는 배설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외견상 ‘법’과 ‘문학’은 서로 다른 학문 체계이자 독자적 분야처럼 보이지만 텍스트를 쓰고, 이를 해석하는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을 같이한다. “법학은 사회과학의 하나가 아니라 인문학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법의 인문학적 측면을 실례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고전인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비롯해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과 『자에는 자로』, 존 밀턴의 『실낙원』,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조지 오웰의 『1984』, 최근 작품인 이언 매큐언의 『칠드런 액트』 등 여덟 편의 작품을 파헤친다. 그 속에서 다룬 법률을 인문학적으로 풀어 해설함으로써 법과 문학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안티고네』에서는 크레온이 제정한 칙령을 어기고 신의 법칙을 따른 안티고네의 이야기를 다룬다. 『유토피아』에서는 최소한의 법률로 유지되는 도덕적 사회 이야기를 풀어낸다. 『베니스의 상인』에서는 “계약(혹은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근대 사법의 원칙을 충실하게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세 가지의 계약, 즉 포셔 아버지의 유언에 따른 사위 선택 계약, 안토니오와 샤일록이 맺은 인육계약, 그리고 포셔와 바사니오의 반지계약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자에는 자로』에서는 시행일을 따로 정하지 않은 법률도 효과를 가지는지 이야기한다. 『실낙원』에서는 ‘이성이 곧 법’이던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방인』, 『1984』, 『칠드런 액트』 등에서도 살인, 사상, 수혈 거부 등 작품 속의 법적 쟁점을 법과 인문학적 관점에서 해설한다.
법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감성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학문이다. 법과대학이나 로스쿨에 입학하여 법학을 배울 때 법학도들은 철저히 ‘이성적일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다 보니 법적 판단을 할 때 내면의 가치인 양심이나 감성은 철저히 숨기게 된다. 하지만 분명 감성도 인간이 가진 훌륭한 가치이다.
감성의 눈으로 문학작품을 읽고 시적 정의의 관점에서 세밀하게 분석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이성법학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법적 정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성과 감성이 조화된 상태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법을 약자의 편에 서서 싸우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