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고유신앙인 영등, 수목, 칠성 신앙은 지금도 우리 생활 속에 정착되어 남아 있다. 빠른 시대의 흐름 속에서 고유신앙이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근간이라는 것을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 국악인이자 민속학자인 김준호 작가가 기획, 집필하였다. 2023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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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경남 사천·삼천포 생
김준호는 ‘공부하다 죽어라’를 평생 신조로 삼고 틈만 나면 굿판, 역사판, 그리고 삶판을 떠돌며 풍속을 배우고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인이다. 18세부터 김수악 명인을 은사로 장고, 북, 꽹과리, 판소리, 구음을 배웠고 문장원, 양극수, 양극노, 허종복, 한승호, 유영례, 한윤영, 김병하, 임순이, 김말수 명인에게 동래상여소리, 지신풀이, 고성상여소리, 서편소리, 들소리, 가산중타령, 정선아라리, 밀양아리랑, 어산영 등을 배웠다. 그리고 부산대에서 구비 문학과 민속학을 공부했다. 음악과 문학의 양수겸장을 하다 보니 제대로 하는 것은 없고, 늘 변방에서 겉돌다가, 단지 보고 들은 것을 잘 기록하는 습관 하나 때문에 97년 ‘MBC 우리 소리 우습게 보지 말라’라는 방송 강연으로 세인의 이목을 끌었다. 다수의 방송 및 기업과 사회단체에서 전통문화 강좌를 하였으며 『바늘 같은 몸에다가 황소 같은 짐을 지고』, 『미역국에 밥 한 그릇』 등 다수를 집필하였고, 인문학 강좌나 방송에 한 번씩 얼굴을 비친다.
영등할매 영등할매요 영등할매 영등할매요
우짜든지 우리집안 편안하게 해주시고
배사업하는 저거아부지 뱃길편케 해주시고
우리아이들 안아푸고 건강하게 해주시소
내하나야 우찌되던 내자석들 잘되게 해주시소
영험하신 영등할매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 경남 사천/ 이또분 \'영등 기도\'
인간은 고대부터 생물학적으로 나약하고 유한한 존재였다. 그래서 인간은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위안과 위협을 받으며 특별한 존재의 얼굴을 보았다. 이런 영속적이고 무한한 존재를 의인화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그것을 신이라고 불렀다.
바닷가 사람들은 음력 2월에 바람과 비를 관장하는 영등할미를 모셨고, 소나무 대들보에는 성주신을 모셔 잡귀와 잡신을 막아주길 빌었다. 북두칠성이 죽음을 관장한다고 여겨 칠성님께 새벽에 길어 온 정화수 한 그릇을 제물로 바쳤다.
고대 초기 신앙은?신기하거나, 신비하거나, 거대하거나, 두렵거나 한 존재를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국악인이자 민속학자인 김준호 작가는 이러한 사실을 통해 고유신앙의 사회문화적 진화 과정과 전파 경로, 다원적 변화에 대하여 점진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책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고유신앙인 영등 신앙, 수목 신앙, 칠성 신앙의 근원을 밝히고, 삶과 연관성을 찾는다. 특히 민간에서 불리던 신앙과 관련된 노래를 저자가 직접 채록해 수록함으로써 지역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신앙을 알 수 있고 고유신앙이 우리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풍년마을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태평마을 비나이다
잡귀잡신 범접말고 성황님이 좌정하소
잡귀잡신 물러가고 만복은 이리로
- 경남 양산/ 성황당 지신밟기 중에서
1부 영등 신앙에서는 한국의 여신 할미와 영등할미의 탄생 배경을 알려준다. 특히 제주도 탄생 신화의 주역인 설문대할망을 비롯해 남해안의 영등 신앙과 전설, 소리를 다룬다. 2부 수목 신앙에서는 나무와 인간의 관계를 살핀다. 성주풀이의 배경과 제사에 쓰이는 향나무 등 나무의 신성과 중요성을 알리며 전통 문화의 발달을 톺아본다. 3부 칠성 신앙에서는 하늘의 별자리가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밝힌다. 별자리에서 유래된 윷놀이와 성혈, 삼태성, 북두칠성 등 우리 심상으로 바라본 별자리를 풀어낸다.
저자는 사라져가는 우리 민속 문화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우리 소리와 음식 등 살아가는 데 소용되는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고 한다. 신앙 역시 마찬가지다. 고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면서 고등종교가 생성되고 인간의 지능이 높아져 합리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잊힌 고유신앙도 있지만, 일부는 지금도 삶 속에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고유신앙은 역사를 통해 축적된 문화적 믿음을 기반으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예술적으로 지금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근간이라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기록해 보존해야 할, 귀중한 우리 민속을 담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