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를 눈여겨보던 섬 소년 웅이는 넓적한 부리로 갯벌을 휘젓는 저어새의 모습이 어딘가 엄마와 닮았다고 느낀다. 왜일까? 섬이 싫다며 자꾸만 떠나는 아빠, 섬을 지키는 민 씨 아저씨, 할머니와 사는 철없는 친구 재룡이, 섬에 펜션을 짓고 이사 온 도시 전학생 채빈이 등,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 이웃이 만들어가는 섬마을의 삶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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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에서 사회복지공무원으로 근무하며 동화를 쓰고 있습니다. 2017년 제20회 공무원 문예대전, 2019년 제37회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에서 수상했으며, 2021년 제43회 샘터상으로 등단했습니다.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아름다운 동화를 쓰기 위해 노력하며, 지역 어린이들에게 동화책 기부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섬을 지키는 사람들과 섬을 떠나는 사람들. 다양한 가족과 친구들이 어우러져 사는 작은 섬의 따듯한 삶 이야기. 왜 저어새일까? 웅이가 사는 섬에는 저어새가 있다. 천연기념물로 마을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갯벌을 휘젓고 찾아낸 먹이를 주변 백로에게 늘 뺏기기만 하는 모습이 너무나 바보스럽게만 보인다. 웅이가 보았을 때 엄마의 모습이 그랬다. 고된 식당 일에 몇 푼 안 되는 돈을 받고도 푸짐하게 퍼 주기만 하는 엄마. 몇 년 동안 집을 비우고 돌아와 돈만 받아 가는 아빠를 대하는 엄마의 모습은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다. 그래도 저어새는 마을 사람들이 지켜봐 주고, 늘 고마워하고, 대접을 받지만 엄마는 누가 챙겨주나 싶어 서글퍼진 웅이. 하지만 웅이는 깨닫게 된다. 엄마는 아빠와 웅이를 지켜주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다는 것을. 저어새와 그 점 또한 닮아있음을. 철새와 텃새, 사람을 품는 마음 도시에서 이사 온 채빈이는 언덕 위에 펜션을 짓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늘 떠나는 사람만 있는 작은 섬에 모처럼 새로운 이웃이 생긴 것이다. 전학 온 채빈이가 쌀쌀맞게 대하자 퉁명스러워진 아이들 하지만 곧바로 ‘텃세’를 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어려움에 처한 채빈이네를 누구보다 먼저 돕고자 한다. 철새인 저어새가 살기 좋아 이 섬에 뿌리내리게 된 거처럼 채빈이에게도 섬이 살기 좋은 곳이 되길 바란 마을 사람과 아이들의 마음은 외지인을 품는 이웃의 깊은 온정을 느끼게 하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재룡이네를 도왔던 웅이 엄마, 아빠 대신 웅이를 살펴준 민 씨 아저씨의 모습은 그동안 잊었던 이웃 간의 돌봄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웅이만의 보물 창고였던 갯벌이 채빈이, 재룡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장소가 되고, 서로를 품어주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 아이들의 넓은 가슴을 느껴본다. 한편, 부모님을 앗아간 바다가 원망스러워 철새처럼 떠돌던 웅이 아빠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얼까. 그를 기다려 준 엄마와 민 씨 아저씨 그리고 또 그 바다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모든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돌아와 준 아빠를 ‘마음으로’ 품은 성숙한 웅이의 모습이 아빠의 마음을 잡은 끈이 되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함께하는 행복한 삶 채빈이처럼 엄마와 단둘이 혹은 재룡이처럼 할머니와 웅이처럼 마음의 상처로 인해 떨어져 살게 되는 가족 등 우리는 여러 형태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서로를 돌봐주고 지켜주는 이웃이 있기에, 살아가는 터전이 있기에, 이들은 부족하지 않았다. 늘 마을을 떠나고자 했던 웅이 아빠가 빗물에 쓸려 간 마을에 물길을 내 마을을 구하고, 새로 이사 온 채빈이네가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희망을 갖게 되는 장면은 웅이 아빠도 채빈이네도 이 섬에 단단히 뿌리내리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로써 여러 사연을 갖고 있던 모두가 함께하고 마을은 단단히 뭉쳐 하나의 커다란 공동체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주변에 감사하는 마음과 더불어 사는 삶과 행복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