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함께 보낸 시간들을 기억하며, 이별과 상실을 받아들이는 어린이의 성장을 그린 동화. 그림책 <물개 할망>에서 해녀 할머니의 강인함을 선보인 오미경 작가는 동화 <안녕, 나의 하비>에서 자상하고 세심한 할아버지와의 영원한 이별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담았다.
그림책 <수영장>, <문> 등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인정받은 이지현 작가는 할아버지와 주인공 무무가 함께 보낸 시간을 섬세하고 밀도 높은 이미지로 표현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게 손 내밀어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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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충청북도 청원에서 태어났으며, 충북대학교 지리교육과를 졸업했다. 1998년 [어린이동산]에 중편동화 「신발귀신나무」가 당선되어 어린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2012년 『사춘기 가족』이 ‘올해의 아동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자란 경험이 동화의 밑거름이 되었다. 키 작은 풀, 꽃, 돌멩이, 나무, 아이들과 눈 맞춤하며 동화를 쓰는 일이 참 행복하고, 좋은 동화를 쓰고 싶은 욕심이 아주아주 많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꿈꾸는 꼬마 돼지 욜』, 『직지 원정대』, 『발트의 길을 걷다』(공저), 『사춘기 가족』, 『신발귀신나무』, 『교환 일기』, 『물개 할망』 『똥 전쟁』, 『금자를 찾아서』, 『선녀에게 날개옷을 돌려줘』, 『나도 책이 좋아』, 『야옹아, 가족이 되어 줄게』, 『일기똥 싼 날』 등이 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모든 사람이 동일한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들이 최초로 경험하는 영원한 이별은 조부모님의 죽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린이의 입장에서는 일상을 함께 나누었거나, 1년에 몇 차례 만나던 할아버지, 할머니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린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서 언급을 피하거나, 어른들이 느끼는 슬픔이 어린이에게 여과없이 전달되는 경우, 어린이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질 수 있습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게 되고, 영원한 이별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프고 슬픈 상실의 순간을 잘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할아버지와 영원히 이별하는 과정을 담은 동화 《안녕, 나의 하비》는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기 좋은 작품입니다. 이별을 받아들이면서 성장하는 순간 《안녕, 나의 하비》의 주인공 무무는 “하비”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할아버지와 친밀한 사이입니다. 무무는 직장을 다니는 엄마보다 할아버지와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많습니다. 무무는 하루 중 속상했던 일, 설렜던 일들을 모두 할아버지에게 털어놓습니다. 할아버지는 무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비밀 기지를 만들어 주고, 자전거 타기, 물고기 잡기, 돌로 새를 만드는 마법도 알려줍니다. 무무에게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크고 멋진 사람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무무의 삶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더는 할아버지와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무무와 소중한 추억을 쌓고자 합니다. 점차 기력이 사라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순간에도 그림 편지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합니다. 무무 또한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니다. 할아버지와 영원히 이별한 후, 무무는 깊은 상실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보낸 시간이 자신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임을 알게 되지요. 꼭 무무와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도, 독자는 주인공의 성장을 통해 영원한 이별이 아프고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는 이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