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현대 천문학의 기초를 마련한 교과서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불후의 명작’ 완역본 출간!
코페르니쿠스는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의 출간을 많이 망설이다가 주변의 적극적인 권유를 받아 출간하게 되었는데 그 중심에는 친구인 루터교 신학자 오시엔더와 제자 레티쿠스가 있었다. 특히 오시엔더는 망설이는 스승을 설득하기 위해 스승의 천문학을 소개하는 소책자를 출간해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막상 도서가 출간되자 루터파는 이 책을 격렬하게 공격했는데, 루터는 “코페르니쿠스는 천문학이라는 학문 전체를 전복시키려 한다. 성경에서도 여호수아는 지구가 아닌 태양에게 멈추라 한다.”고 했고, 초판 400부도 다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이 이렇게 팔리지 못한 이유는 그 내용을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상대운동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을 구면기하학으로 해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수많은 관측 결과를 수학적으로 해석하고 종합하여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 설명하지 못하는 불일치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는 새로운 체계를 제안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오래된 과거의 믿음을 깨는 일은 지난하고 때로는 편집증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치밀하고 방대한 계산과 근거를 필요로 하기에, 이를 모두 담고 있는 이 책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 책은 총 6권으로 구성되었으며, 1권에서는 태양 중심 체계에서 지구의 3가지 운동(공전, 자전, 세차운동)과 이 운동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2권과 3권에서는 각 운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4권에서는 특히 달의 운동을, 지구를 중심으로 하는 달의 공전 차원에서 설명하고, 이를 전통적인 구조와 비교한다. 마지막으로 5권과 6권에서는 행성의 경도, 위도 방향 운동을 설명한다.
이 책에서 코페르니쿠스는 행성의 운동을 여전히 “완벽한” 원 궤도로 설명했고, 때문에 그의 이론은 적지 않은 부분에서 오늘날의 태양계를 이해하는 방식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가 세상의 중심을 지구에서 태양으로 옮겨둔 덕분에 이 시스템을 디딤돌로 케플러는 타원궤도를 도입하여 조금 더 정교한 지동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나아가 뉴턴이 중력으로 행성 운동이 타원궤도를 그리는 이유를 설명하자 우주 운행의 체계로 지동설은 (물론 아인슈타인에 의해 극복되어야 할 중요한 고비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거의 완벽하게 완성된다.
코페르니쿠스의 태양계 해석과 이해는 오늘날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더구나 ‘코페르니쿠스 우주’의 중심인 태양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서 그저 변방의 작은 항성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최초로 완역된 ‘날것 그대로의’ 탐구 과정 전체를 살피다 보면 어떻게 과학적 사실이 성립되고 사고가 도약하며 혁명이 시작되고 완성되는지를 어렵게나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코멘터리
영문 『전집』 출간의 서문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영문판 서문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라틴어판 서문
니콜라우스 쇤베르크의 서한
교황 바오로 3세 성하께 바침
1권
2권
3권
4권
5권
6권
역자 김희봉은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과학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사회적 원자』,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천재성의 비밀』,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냉장고의 탄생』, 『사회적 원자』, 『』등이 있다.
역자는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6권 전부 우리말로 완전히 번역 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최초이다.
“교황 성하. 우주에서 천구의 회전에 관해 쓰고 지구에 운동을 부여한 이 책에 대해 듣자마자 어떤 사람들은 이 믿음과 함께 제가 즉각 반박되어야 한다고 외칠 것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의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를 무시할 정도로 제 자신이 저의 견해에 현혹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철학자의 생각은 보통 사람들의 판단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신이 내린 인간의 이성으로 허용된 범위 안에서 모든 것에 대해 진리를 찾으려는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완전히 잘못된 견해는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서문 중에서
우주의 중심을 옮긴 혁명서, 탄생하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각각 자신의 명작인 <모나리자>, <다비드 상>, <아테네 학당>을 발표하고 반세기도 지나지 않았던 르네상스 말기. 루터가 종교개혁의 선봉에 선 지 고작 17년이 되던 해인 AD 1543년, 코페르니쿠스는 우주(태양계)의 중심을 지구에서 태양으로 옮기는 책을 출간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서 천동설을 주장한 지는 약 1,400년이,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지는 약 50년이 지났을 때의 일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 기술로 지식과 정보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 100여 년이 지난 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년 후에 을사사화가 일어나고, 한참 전국시대인 일본은 49년 후에 임진왜란을 일으킨다. 전 세계가 세계화와 계몽화라는 변화를 온몸으로 겪고 있던 격동의 시기, 과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라 할 만한 책 둥 하나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나 오래 된 책을 어째서 보는 것일까?
약 50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코페르니쿠스가 이야기한 “Revolution”(회전)으로 “혁명”을 표현한다. 칸트가 처음 사용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학교에서는 갈릴레이와 케플러 등으로 이어지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배운다. 하지만 실제로 코페르니쿠스가 구체적으로 뭐라고, 어떻게 했는지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과학자, 심지어 천문학자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인류사에 있어 가장 혁명적이라 할 만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그저 제목으로만 남아 있다.
오래된 옛날 책, 오늘날에는 맞지 않는 책, 너무 어려운 책, 굳이 알 필요 없는 수식으로 가득 찬 책, 그저 상징적인 책…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설명하는 말들이다. 이를 부정하기란 어렵다. 거의 맞는 말이다. 오죽하면 헝가리 태생의 영국 작가이자 비평가 아서 케슬러[Arthur Koestler]는 이 책에 “역사상 가장 안 팔린 책”,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을까?
실제로 이 책의 1, 2권은 이해하기 어렵고 3, 4, 5, 6권은 읽기도 힘든 수식과 도해, 표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얼마나, 어떻게 어렵고 읽기 어려운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계산기도 없던 시절에 이뤄진 그 엄청난 계산과 추론의 표면을 엿보는, 그래서 과학이 얼마나 투쟁적으로 발전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펼쳐 볼 이유가 있다. 실제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의 초판본을 찾는 여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하버드의 오언 깅거리치[Owen Gingerich] 교수는 여러 나라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조사하여, 갈릴레이, 케플러 등 특급 천문학자들이 읽고 논쟁을 벌인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책이 없었다면, 그리고 이 책의 오류에 관하여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며 과학을 더욱 발전시킨 후대의 학자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우주에 대한 이해는 지금처럼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과학을 배우는 목적은 과학적 사실과 법칙을 알기 위한 것만 있지 않다. 여기에 더하여 과학적 방법론을 익히기 위함이다. 과학적 사실은 시대가 흐르며 변하거나 소멸하지만, 방법론은 지속적이고 더 세련되어지기 마련이다. 이 책을 과거의 과학적 사실을 익히기 위해서보다는, 약 14세기 동안 유지된 과학적 믿음이 깨지는 과정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염두에 두고 살펴본다면 독자는 “혁명”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