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달팽이 동시집 스무 번째 권이다. 탁월한 시적 재능으로 한국 동시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 최명란 시인의 새 동시집이다. 섬세한 관찰력과 활달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동시 62편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를 밝고 재미있게 표현한 김순영 작가의 그림이 잘 어우러져 동시를 읽는 맛이 두 배가 된다.
목차없음.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가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쓰러지는 법을 배운다』 『자명한 연애론』 『명랑생각』 『이별의 메뉴』가 있으며, 동시집으로 『하늘天 따地』 『수박씨』 『알지 알지 다 알知』 『바다가 海海 웃네』 『해바라기야!』 『북두칠성』 『꽃 동시 그림책』 『우리는 분명 연결된 거다』 『아름다운 능력!』,
공저로는 『나는 꽃이다』 『단단한 싹』 『안녕 나비』가 있다.
남명 문학상, 편운문학상, 천상병 시상, 방정환 문학상을 수상했다.
◎ 서평
최명란 시인은 한국 동시단에서 자신만의 시 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시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의 시는 “언 땅을 뚫고 올라온/단단한 싹!”(「출발선」)처럼 특별하고, “가위도 못 이기는 주먹 발톱”(「발톱 그리고 가위」)처럼 강단이 있습니다. 이 동시집에 수록 작품 가운데 무려 절반이 4행 이하의 짧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여느 작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감동이 큽니다.
엄마가 두 시간째 엎드려 기도를 해요
동생이 서툰 말로 물어요
형아 예수님 핸드폰 없어?
- 「기도 대신 전화」 전문
내려앉지 마라
내려앉지 마라
팔을 쭉 펴고 있다
나는 뿔난 나무다
- 「폭설 반대」 전문
이들은 그와 같은 최명란 동시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도 대신 전화」는 3행으로 이루어진 소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동생’은 엄마가 “두 시간째 엎드려 기도를” 하자 화자에게 서툰 말로 “형아 예수님 핸드폰 없어?”라고 묻습니다. 이러한 동생의 말은 유아기 아이들에게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동화적 사고를 그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이는 「폭설 반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뿔난 나무다”에서 보듯이, 이 동시는 나무를 화자로 등장시켜 눈 내리는 겨울날의 풍경을 재미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눈 내리는 하늘을 향해 시위하듯 가지를 뻗은 나무들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눈 앞에 펼쳐집니다. 이처럼 최명란의 동시는 짧은 형식으로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학교 운동장 한쪽에
커다란 나무가 있어요
장마철이 되면
그 나무에 이끼가 살아요
내 마음에 보라가 살아요
- 「내 마음처럼」 전문
특히 이 동시집에서 인상적인 것은 ‘보라’와 관련한 연작시입니다. 모두 10편이 실려 있는데, 이 작품은 그 대표적인 예로 ‘보라’를 좋아하는 화자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마음이지요.”라는 시인의 말처럼, 이들 동시를 읽다 보면 금세 화자의 마음에 동화되어 버릴 만큼 풋풋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전해집니다. 화려한 기교나 뛰어난 시적 장치 없이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