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의 그림과 칠레 작가의 글로 양국의 출판사가 공동 출간한 그림책.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아이의 애틋한 마음을 따라 할아버지의 마지막 기차 여행이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시간 저 너머에 있는 플랫폼에서 온갖 색을 띤 기차를 타고, 기억과 망각과 그리움이 어린 너른 들을 달려, 삶에서 겪은 모든 순간을 하나하나 되짚는 기나긴 여행을 떠나간다. 시공을 초월한 여정의 끝에는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마중 나오는 영원한 고향이 있다.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내는 어린이의 깊고도 다정한 애도가 담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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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어린이책 작가이자 스토리텔러, 독서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지속 가능한 세계를 주제로 한 시적인 어린이책을 꾸준히 발표해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아기 동물들의 탄생》이 출간되었으며, 그 밖에도 《숲의 뿌리》, 《창백한 달의 공주》, 《채소들의 서커스》 등 여러 어린이책을 썼습니다.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소중한 순간들을 기억하며
영원한 문을 향해 떠나는 마지막 여행
할아버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 온 가족이 슬픔에 잠겨 있어요. 그 사이에서 할아버지와 특별히 마음을 나누었던 아이는 조금 다른 상상에 잠깁니다. 편안히 눈을 감은 채 누워 있는 할아버지의 몸에서 가벼이 날아오른 영혼은 이제 어디로 떠나갈까요?
할아버지는 시간 저 너머의 플랫폼에서 온갖 색을 띤 기차에 오릅니다. 물빛 나는 객실의 모래로 된 좌석에 자리 잡고서, 슬퍼하는 아이와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겠죠. 기차가 너른 들을 느릿느릿 지나가는 동안, 할아버지는 길게 늘어뜨린 수염만큼이나 오래된 추억들, 함께한 사람들, 그 소중하고 그리운 순간들을 차근차근 떠올릴 거예요. 문득 할아버지에게 미처 들려주지 못한 말이 떠오른다면, 이른 아침의 새 한 마리와 떠도는 구름이 아이의 이야기를 전해 주겠죠.
마지막 여행길에 오른 또 다른 영혼들과 함께 부엉이 기관사가 이끄는 대로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나면, 그 길의 끝에는 영원히 변치 않는 금빛 문이 나올 것입니다. 마침내 샛노란 마리골드꽃 무더기가 너울거리는 그 문으로 들어서면, 할아버지가 사랑했던 먼저 떠나간 이들이 그를 맞이하러 나오겠지요. 아이가 마음의 눈으로 따라간 할아버지의 여행은 이렇게 종착지에 다다릅니다.
시공을 초월한 애도의 여정을 담은
한-칠레 공동 출간 그림책
《할아버지의 여행》은 칠레의 글 작가 파울리나 하라, 호주에 사는 한국 그림 작가 임효영, 그리고 한국과 칠레의 출판사가 협업하여 공동 출간한 그림책입니다. 파울리나 하라 작가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기리며 쓴 시를 칠레 산티아고에 있는 젊은 출판사 무녜카 데 트라포(Mu?eca de Trapo)와 계약하고 어울리는 그림 작가를 찾던 가운데, 임효영 작가의 첫 그림책 《밤의 숲에서》에 깊은 인상을 받아 한국의 노란상상 출판사로 작업 제안을 해 왔습니다. 임효영 작가 또한 다정하고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할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이 아름다운 시에 반했고, 곧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붙잡고자 기꺼이 작업을 수락하였습니다. 글 작가의 어린 시절 모습이나 할아버지와 함께 즐겨 먹던 ‘엠파나다’라는 음식, 할아버지가 오래전에 세웠던 작은 학교 같은 추억이 임효영 작가의 배려로 곳곳에 새겨져 있는 동시에, 임효영 작가가 두 대륙에 걸쳐 살아온 삶의 흔적 또한 이미지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두 작가가 마음을 모아 빚어낸 이 그림책에는 목 놓아 외치는 슬픔보다 소중한 존재를 향한 그리움과 그의 충실한 삶을 기리는 차분한 애도가 담겨 있습니다. 그가 떠나가는 마지막 여정은 어쩌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기차 여행일 거라고, 그 길의 끝에서는 기어이 먼저 떠나간 사랑하는 이들을 만날 거라고, 그렇게 이 책은 담담한 어조로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