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 작가가 3년 만에 내놓는 두 번째 주기율표 이야기다. 전작 《휴가 갈 땐, 주기율표》에 원자 번호 1번부터 20번까지 스무 가지 원소를 소개한 데 이어 《출출할 땐, 주기율표》에는 원자 번호 21번부터 40번까지 스무 가지 원소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에게 1번부터 20번까지의 원소는 학창시절에 학교에서 외우라고 해서 이름이라도 친숙한 편이지만, 21번부터는 살펴볼 기회조차 많지 않았던 탓에 이름마저 낯선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저자는 생소한 원소들을 조금이라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모든 원소를 우리가 먹는 음식과 관계 지어 이야기를 풀어 간다.
‘먹고사는 일에 닿아 있는 금속 열전’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에 다룬 원소 가운데는 금속이 많다. 금속이라고 하면 언뜻 날카롭고 딱딱한 쇠붙이가 떠오르는데, 그런 금속이 우리가 먹는 음식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철분을 많이 먹으라고 하는 의사를 볼 수 있고, 아연이 든 영양제가 시중에 팔리는 것처럼, 알고 보면 어떤 금속 원소들은 정말로 음식의 중요한 성분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것을 왜 먹는지, 먹으면 몸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도구나 장비에 꼭 필요한 원소들도 있고, 가끔은 특정 원소 때문에 어떤 음식이 피해를 보는 일도 있었던 만큼 그런 이야기들도 모아 담았다. 공학박사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과학 지식뿐 아니라 역사, 시사, 경제, 대중문화까지 종횡무진 누비며 원소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 놓는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갖가지 원소들이 그야말로 다양한 형태로 우리가 먹고사는 일에 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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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KAIST에서 원자력 및 양자 공학 학사 학위와 화학 석사 학위를, 연세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단편소설 〈토끼의 아리아〉가 MBC 〈베스트극장〉에서 영상화된 이후 《지상 최대의 내기》, 《신라 공주 해적전》,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등 다수의 소설을 펴냈다. 인문과학 교양서로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 《휴가 갈 땐 주기율표》,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외 여러 권, 글 쓰는 이들을 위한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최근작으로는 《슈퍼 스페이스 실록》, 《미래 법정》이 있다. 한편 EBS 〈인물사담회〉, KBS 라디오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과학 지식으로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주기율표의 구석구석을 짚어 가다 보면 갖가지 원소들이 그야말로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생활과 문화에 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비행기 만드는 금속 타이타늄이 알록달록 초코볼에 들어 있다고?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강 숟가락은 크로뮴이 녹슨 거라고? 아이언맨이 더 강해지는 데 필요한 건 어쩌면 망가니즈? 어느 날 밤 문득 울적한 마음에 잠기는 게 아연 때문이라면? 성종 임금이 폐비 윤씨를 내친 이유가 정말로 비소 때문이었을까? 셀레늄이 든 건강보조식품을 먹으면 노화를 늦출 수 있을까? 과학, 역사, 시사, 경제, 대중문화까지 아우른 갖은 재료와 스무 가지 원소를 맛깔나게 버무려 담아낸 지식 한상차림! 야구장에서 먹을 간식을 고르다가 원자 번호 21번 스칸듐이라는 원소를 떠올린다. 야구장을 환하게 밝히는 조명을 만드는 데 스칸듐이 사용된다고 한다. 또 연습용 야구방망이 중에는 스칸듐을 이용해 만든 금속제 방망이도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서 야구방망이 만드는 데 사용하는 스칸듐으로 구소련에서는 전투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현대 기술로 개발된 신형 전투기와 비교하면 소련 전투기는 성능이 떨어진다. 그런데 바로 그 스칸듐 합금 전투기가 세월을 뛰어넘고 성능을 초월하여 놀라운 성과를 보여 주며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다.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등장한 ‘키이우의 유령’ 이야기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상공에 러시아 공군의 전투기들이 떼로 몰려온 전쟁 발발 직후, 우크라이나군의 MiG-29 전투기 한 대가 뛰어난 조종 실력으로 러시아 공군의 첨단 전투기 사이를 묘기 부리듯 움직이며 싸움을 벌인다. 너무나 불리한 상황에서 그 전투기 한 대가 러시아 전투기 여섯 대를 격추했다는 놀라운 기록이 언급되기 시작하고,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그 조종사를 가리키는 별명, 키이우의 유령이라는 말이 생겼다. 키이우의 유령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그 이야기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우크라이나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심어 주는 데 군사력이나 경제력 못지않게 큰 몫을 했다. 이렇듯 야구장 간식을 고르며 가볍게 시작한 이야기는 스칸듐이라는 낯선 원소 이름을 불러내고, 여러 가지 금속을 섞어 만드는 합금이라는 재료에 관해 알려 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야기하다가 주기율표의 발전사를 논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원소에 관련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그 속에는 과학 지식뿐 아니라 역사, 시사, 경제, 대중문화와 우리네 인생살이까지 세상만사 온갖 이야기가 다 녹아 있다. 바로 이것이 과학 지식으로 무장한 이야기꾼 곽재식 작가만의 스타일이다. 없던 호기심도 생기게 만들고, 생긴 호기심은 쉽고 재밌게 풀어 주는 곽재식 작가의 특기가 이 책 《출출할 땐, 주기율표》에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스칸듐, 바나듐, 스트론튬, 이트륨, 지르코늄 등 평소에 이름을 들어볼 기회조차 많지 않은 생소한 원소들을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저자는 모든 원소를 우리가 먹는 음식과 관계 지어 이야기를 풀어 간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스무 가지 원소와 갖은 재료로 맛깔나게 차린 큰상을 대접받은 기분이 든다. 작디작은 원자들이 펼쳐 보이는 넓고도 다채로운 세상 속으로 “주기율표의 구석구석을 짚어 가다 보면 인생을 사는 중에 내 곁에 없었다는 이유로 모르고 지나간 이야기에 눈길을 돌릴 기회가 열린다. 내가 아는 뻔한 세상, 내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고 경쟁하며 마음 졸이는 좁은 세상을 벗어나면, 그 바깥에 얼마나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는지 더 넓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시작하며’ 중에서 이 책에는 대다수 학교에서 ‘여기까지만 외우면 된다’고 하는 수소부터 칼슘까지의 원소들이 아닌, 그다음의 낯선 원소 스칸듐에서 지르코늄까지 스무 개의 원소가 차례대로 등장한다. 그래서 이름부터 생소한 원소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으면서도 철이나 구리같이 일상생활에서 굉장히 쉽게 볼 수 있는 익숙한 원소들의 이야기도 같이 담겼다. 저자는 그 원소들이 각기 어떤 원소이고, 어디에 쓰이고,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짚어 본다. 이렇게 원소에 대해 살펴보다 보면 세상의 여러 가지 물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 물질들을 이용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다채롭게 이야기해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익숙하지 않은 원소, 들어 본 적 없는 원소에 관하여 살펴보는 일은 평소에 접할 일이 없던 사람들의 사연, 관심 없던 분야의 이야기들을 알아볼 기회가 된다. 스칸듐이 그저 낯선 원소 이름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는 스칸듐을 사용해 만든 물체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목숨 건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바나듐 같은 생소한 물질이 어느 민족의 상징이 되어 한 나라가 흥하고 망하던 사연과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크립톤이 혁명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게 된다. 작디작은 원자들이 펼쳐 보이는 세상이 얼마나 넓고도 다채로운지, 《출출할 땐, 주기율표》에서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