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한 문장쯤은 쓰고 싶다면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으로 누구나 글을 써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는지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나이 50에 글쓰기를 시작한 주부, 은퇴자, 사서, 귀촌한 초보 농부, 백일장 여행을 다니는 가족, 주간 보호센터의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쓰기의 즐거움’을 만난 과정을 들려줄 뿐이다.
저자 권지영은 17년 동안 글쓰기를 새로 시작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왔다. 좋은 글쓰기 방법은 수백 가지일 수 있지만, 저자는 먼저 쓰기의 즐거움을 느껴보기를 권한다. 즐거우면 오랫동안 쓸 수 있다. 꾸준히 오래 쓰다 보면 누구나 잘 쓰게 된다. 이 책은 꼭지마다 다양한 글쓰기 경험을 담고 있지만, 그 모든 글은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로 귀결된다. “우리는 모두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당신이 쓰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들어가며: 막연함에서 즐거움으로 ─ 5
1장 글쓰는 사람들 15
지금 내 앞의 시련 ─ 17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20
자신을 마주하는 용기 ─ 24
피로회복제 한 병 ─ 28
열 살 인생의 시 ─ 31
쓰는 즐거움 찾기 ─ 34
남기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 38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42
그리운 것들은 왜 멀리 있는가 ─ 45
엄마 눈 속에 내가 있어요 ─ 48
날이 매섭게 차야 무가 영글듯 ─ 51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고 저장하고 ─ 55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 ─ 59
일상에 대한 감사 ─ 62
누군가에게는 자전거 타기가 기적 ─ 65
황혼의 글쓰기 ─ 69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 72
자유로워지는 시간 ─ 76
애정의 시간 ─ 78
나의 슬픔에게 안녕을 ─ 81
첫 줄을 기다리는 이 ─ 84
말 대신 쓰기 ─ 87
쉽게 만나는 온라인 일상 ─ 90
2장 무엇을 쓸 수 있을까 93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에서 출발 ─ 95
익숙한 것의 새로운 발견 ─ 99
인싸가 되고 싶습니다만 ─ 103
좋아하는 것들에 대하여 쓴다 ─ 106
경험은 가장 좋은 재료 ─ 111
좋아하는 것을 더 구체적으로 ─ 115
꾸준히 하는 일 ─ 119
행복에 대한 행복한 글쓰기 ─ 122
좋아하는 노랫말 쓰기 ─ 126
불편하거나 싫어하는 일을 쓴다 ─ 129
마음에 스민 문장 ─ 132
머무른 곳, 가고 싶은 곳 ─ 135
나를 나타내는 말들 ─ 139
문득 찾아든 영감을 쓴다 ─ 143
어린 나에게 보내는 편지 ─ 148
오래된 곳, 인상적인 장소 ─ 151
찾고 또 찾아 ─ 154
장르별 쓰기 노트 ─ 157
3장 어떻게 시작하지? 161
사진에 짧은 글을 써본다 ─ 163
따라 쓰며 성장하는 사람들 ─ 166
말의 의미 ─ 169
나는 바쁘지 않다 ─ 175
마음을 전하는 편지 ─ 179
아는 것들에서 미지의 세계로 ─ 183
매일 일기 한 줄의 힘 ─ 186
함께하는 글쓰기 ─ 189
쓰기 전에 먼저 말해 본다 ─ 193
소리 내어 읽기 ─ 196
메모지로 습관들이기 ─ 200
질보다 양을 먼저 ─ 203
주말 백일장 여행 ─ 206
목표를 정하고 쓴다 ─ 209
딴짓하다 다시 쓰기 ─ 212
반복의 힘 ─ 215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세요 ─ 218
달팽이의 마음으로 ─ 222
단어 부자가 되자 ─ 225
시처럼 쓰기 ─ 229
그림으로 이야기 짓기 ─ 233
처음의 마음으로 이어달리기 ─ 236
열세 살 때 학교에 도서관이 생기면서 책 구경을 실컷 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책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수많은 책 덕분에 호기심이 많아졌다. 상상하기와 질문하기는 그즈음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스물한 살 때는 영화를 자주 보곤 했다. 그중 프랑스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를 보면서 다시 꿈이란 게 얼핏 생겼다. 그 영향인지, 책의 영향인지 시간이 흘러 ‘책 읽어주는 선생님’으로 불리게 되었다. 어린이부터 성인, 때로는 어르신들을 책으로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책은 이야기이고 이야기는 대화로 연결되고 결국엔 글이나 그림으로 남았다. 어느새 나의 서랍 속에도 글이 쌓여 하나씩 옷을 입고 목소리가 되어 세상으로 나왔다.
그동안 『아름다워서 슬픈 말들』 『누군가 두고 간 슬픔』 『푸른 잎 그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 『전설의 달떡』 『행복』 『노란 나비를 따라』 『비밀의 숲』 『달보드레한 맛이 입 안 가득』 『방귀차가 달려간다』 『재주 많은 내 친구』 『하루 15분 초등 문해력』 『너에게 하고픈 말』 『팔랑팔랑 코끼리』 『책이랑 놀아요』 『천 개의 생각 만 개의 마음 ; 그리고 당신』 『봄』 『여름』 『가을』 『겨울』 등을 썼다.
SNS와 스마트폰 시대
작가 지망생이 아닌 사람들에게 글쓰기란
한쪽에서는 점점 책을 안 읽고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걱정이 높아가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읽기와 쓰기의 양이 대폭 늘어나고 일상에 스며든 시대이다. 스마트폰 메신저와 카톡은 하루 동안에도 수십 차례씩 길고 짧은 메시지를 여러 사람과 주고받게 만든다. 그런가 하면 SNS는 찰나의 순간이나 생각을 사진, 동영상, 문자와 함께 올려 친구나 팔로워들과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쓰기는 이제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행위가 되었다. 예전에는 보편적인 생활인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특별히 글을 쓸 일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작가처럼 잘 쓰는 건 아니더라도 문자 하나를 보낼 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거나 모처럼의 여행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즐거운 기분을 간결하고 멋진 문장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시중에는 글쓰기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책은 글쓰기 실력을 상당히 전문적인 수준으로 향상시키려는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작가 지망생이나 문학청년이 아닌 평범한 생활인이 글쓰기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쓰기를 생활화하고 스마트폰과 SNS로 얼마든지 세상과의 소통을 넓혀갈 수 있도록 문턱을 한 단계 낮춘 글쓰기 책이 필요하다. 도서출판 바틀비의 ‘스마트폰 시대의 글쓰기’ 시리즈는 바로 이런 요구에 부응하여 평범한 독자들이 쓰기를 생활화하도록 돕는 기획이다.
시리즈의 첫 책으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동화 작가로 여러 강연과 글쓰기 교실을 통해 쓰기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나온 권지영 작가의 《글쓰기의 즐거움》이 나왔다. 저자의 17년 글쓰기 교실 경험을 담은 책이자 첫 문장 앞에서 늘 막막해지는 SNS와 스마트폰 세대를 위한 글쓰기 책이다.
쓸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모든 일상이 글쓰기라고 생각하는 사람
글쓰기에 입문하려는 숱한 사람들을 오랜 기간 만나온 저자가 가장 많이 접한 질문은 무엇일까? 어떤 훈련을 하면 작가처럼 쓸 수 있는지, 소설이나 시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사람들은 드물고 늘 받게 되는 흔한 질문은 이런 것이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쓰려고 해도 저는 쓸 게 하나도 없어서….”
저자는 이럴 때 아인슈타인의 어록 가운데 한마디를 들려준다고 한다.
“삶을 살아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기적이 전혀 없다고 여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중략)
아인슈타인의 말은 삶을 대하는 태도, 자세를 말하므로 모두가 기적으로 여기며 감사하게 살라는 뜻이다. 매사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놀랄만한 일이라고 여기면 항상 웃으며 살 수 있을 테고 불행한 일이 생겨도 그만해서 다행이라 여길 것이다. -65~66쪽
아인슈타인의 삶을 살아가는 두 가지 방법을 글쓰기로 치환한다면, 글쓰기에서도 ‘쓸 거리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태도와 ‘모든 일상이 다 글쓰기’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있을 수 있다. 인생 자체를 기적으로 여기면 늘 감사하며 즐겁게 살 수 있듯이, 모든 것이 다 글쓰기라고 생각하면 쓸 재료는 얼마든지 늘어나고 글쓰기와 더불어 지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 실린 사례와 경험은 매우 다양하다. 초등학생부터 노인학교 어르신들까지, 주부들의 필사 모임부터 농부일지를 써서 문집을 만들려는 귀농학교 초보 농부들까지, 연애편지를 잘 쓰고 싶은 대학생부터 예의에 어긋나지 않은 이메일 작성법을 익히고 싶은 직장 초년생들까지 많은 사람들의 실제 경험담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 자신이 걸어온 과정도 경험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저자는 고향에서 멀리 떠나와 살게 되면서 그리운 것들에 관해 쓰기 시작한 게 글쓰기의 출발이었다. 그리움을 달래려 시작한 글쓰기가 위안과 힐링, 자유로움과 꿈꾸기의 수단이 되었다. 일단 쓰기의 즐거움에 빠져들자 글을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작가가 되겠다거나 책을 출간할 생각이 전혀 없었음에도 쓴 것들이 모이고 쌓여 세상 밖으로 나오기에 이르렀다.
노트들은 모두 나의 역사이자 나의 온 마음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담긴 서랍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쌓여 있던 연습장과 노트는 운 좋게 하나씩 정리되어 책으로 출간이 되었다. 지금까지 나온 책이나 앞으로 나올 책들은 모두 시간을 축적한 결과에서 비롯되었다. 수도 없이 고쳐 쓴 그림책의 글이 있고 열 권 정도의 연습장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된 경우도 있고 엮어 두고도 5년 정도가 지나 나온 책도 있다. 거의 대부분 오랜 시간 걸려 나온 결과물이었다. 하루아침에 순식간 일어난 일은 하나도 없었다. -159쪽
63가지 글쓰기 체험과 기쁨
첫 줄로 시작해 쉼표, 마침표로 이어지는 삶
<글쓰기의 즐거움>은 ‘1장 글쓰는 사람들, 2장 무엇을 쓸 수 있을까, 3장 어떻게 시작하지?’의 3개 장에 63 꼭지의 글을 담고 있다. 책에 실린 글은 모두 저자 또는 저자가 글쓰기 교실에서 만난 사람들의 쓰기 경험담이다. 결국 이 책은 잘 쓰는 방법보다는 첫 줄에 대한 부담감과 막연함을 이겨내고 모든 일상과 생각을 쓰기의 재료로 만들어 글쓰기의 즐거움을 깨우친 사례들을 들려주는 에세이라 할 수 있다.
63가지 조금씩 다른 경험을 들려주고 있지만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우리는 모두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당신이 쓰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저자의 바람을 담고 있다.
누구에게나 첫 문장은 다 어렵고 두렵고 막막하다. 그 막연함을 넘어 쓰는 일의 즐거움을 체험한다면 지속적으로 오래 쓸 수 있고, 느리기만 한 달팽이가 바다를 건너듯 어느덧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우는 책이다.
첫 줄을 시작해야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삶이 그러하듯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오늘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올리면서 무슨 말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스마트폰과 SNS 세대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