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똑똑 75권.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다 보면,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는 성질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나를 설명하는 고유한 성질을 '정체성'이라고 하고, 자신을 규정짓는 과정을 '정체화'라고 한다. 『우리는 페미니스트 어린이입니다』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하는 어린이들의 이야기이다. 페미니스트 어린이들은 성별 이분법에 갇혀 자기가 바라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또 평등이란 서로 경쟁하고 싸워서 얻는 전리품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자기 결정권, 성 정체성 그리고 성평등에 관해서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지금 우리 시대 어린이의 목소리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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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카 라카사 (지은이)
스페인에서 저널리스트, 가수,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책을 쓰고 노랫말을 짓습니다.
루이스 아마비스카 (Luis Amavisca) (지은이)
스페인 출신의 유명한 시각 예술가이자 어린이 책 작가입니다. 평등, 연대, 환경, 비폭력에 대한 글을 쓰고 다양한 책을 냈습니다. 대표작으로 <빵야 빵야! 달을 쏘았어요>, <물 없는 나라 빵 없는 나라> 등이 있습니다.
구스티 (Gusti) (그림)
1963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났습니다. 페르난도 페이더 아트 스쿨에서 디자이너 및 광고·홍보 전문가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용감한 해적》으로 라사리요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받았고, 쓰고 그린 책으로 《회색 아이》 《파리의 휴가》 등이 있습니다.
서현주 (옮긴이)
작가, 성교육 활동가. 1985년 서울 출생. 청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초등교사로 재직했다. 지은 책으로는 『내 아이를 지키는 성인지 감수성 수업』, 『오늘의 어린이책』 시리즈(공저)가 있다.
“우리는 페미니스트야!”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어린이의 탄생
그 어느 때보다 경제가 발전하고 문화가 꽃피운 요즘이지만 우리나라의 성 불평등 현상은 여전합니다. 일례로 한국은 ‘유리천장 지수’에서 12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9개국 중 꼴찌를 해 오고 있습니다. 또한 2018년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하라는 국민청원 운동이 제기된 것이 무색하게도 교육부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성평등, 성 소수자, 섹슈얼리티, 재생산권’ 용어를 삭제했습니다. 한편 아이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 유튜브, SNS 같은 매체는 끊임없이 편견과 차별이 가득한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있지요. 이처럼 우리 사회는 학교 안팎으로 아이들에게 성 역할 고정 관념을 주입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아이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 어떤 머리 모양을 하고 싶은지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또 더 나아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이야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요.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다 보면,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는 성질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나를 설명하는 고유한 성질을 ‘정체성’이라고 하고, 자신을 규정짓는 과정을 ‘정체화’라고 합니다. 『우리는 페미니스트 어린이입니다』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하는 어린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페미니스트 어린이들은 성별 이분법에 갇혀 자기가 바라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또 평등이란 서로 경쟁하고 싸워서 얻는 전리품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지요. 자기 결정권, 성 정체성 그리고 성평등에 관해서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지금 우리 시대 어린이의 목소리를 들어 보세요.
페미니즘이 뭐냐고요?
궁금하다면 우리의 일상을 보세요!
어떤 사람들은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며 페미니스트는 ‘남자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정말 그럴까요? 『우리는 페미니스트 어린이입니다』 내용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 나무를 자르고 조립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소녀 안나는 나중에 커서 목수가 될 거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반면 곰 인형의 건강을 매일 확인하는 소년 하비에르는 장래에 간호사를 꿈꾸지요.
● 칼렙에게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친구가 귀여운 여동생이 있어서 좋겠다고 부러워하자, 칼렙은 동생이 귀여워서 좋은 게 아니라 나무 오르는 법처럼 재미난 놀이를 가르쳐 줘서 좋다고 말합니다.
● 알렉스는 학교 축제 때 발레 무용수로 분장할 계획입니다. 남성 발레 무용수의 옷이 아닌 튀튀와 토슈즈를 차려입을 거랍니다.
책 속의 페미니스트 어린이들은 여자, 남자를 가리지 않고 함께 놉니다. 그리고 여자아이들은 신나게 놀 때 옷이 더러워지거나 머리가 헝클어져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외모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역사 시간에 여성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배우는 것 말이지요. 성별처럼 정해진 틀에 자신을 억지로 욱여넣지 않은 아이들은 누구보다 건강하고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우리 페미니스트 어린이들은
울고 싶을 때 울고, 입고 싶은 옷을 마음대로 입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같음’을 믿어요
『우리는 페미니스트 어린이입니다』에는 ‘생일 파티에 누구를 초대할 것인가’ 같은 평범한 대화 주제가 나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슬픈 영화를 보는 남자아이에게 “너 울어?”라고 묻는 상황이 나오기도 합니다. 특정 상황에서 질문이란 상대방을 비웃거나 깔보기 위한 공격적인 행위일 수 있습니다. 남자아이한테 우냐고 묻는 말에는 ‘남자는 여자처럼 감정적으로 행동하면 안 된다’라는 성별 고정관념과 이를 벗어나면 창피를 당할 거라는 경고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인 존은 “응. 영화가 슬퍼.”라고 대답하는 데 스스럼이 없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페미니스트 어린이들이 성별에 상관없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줄 알기 때문입니다.
아직 많은 것을 경험하지 않은 어린아이들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사회가 만들어 낸 역할 구분이나 편견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면 자기 마음에 솔직하지 못한 어른이 되기 쉽지요. 세상에 여자 일, 남자 일 같은 건 없습니다. 여자아이도 축구와 체스를 잘할 수 있고, 남자아이도 분홍색이나 인형 놀이를 좋아할 수 있지요. 평등이란 성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장애가 있어도 얼마든지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고 아시아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무술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페미니스트 어린이입니다』는 어린이들이 성별, 장애, 인종에 상관없이 저마다 원하는 것을 즐겁게 해 나갈 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그림책입니다. 독자들은 건강하고 자유롭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책 속 페미니스트 어린이들을 보면서 우리 삶에 왜 페미니즘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게 될 것입니다.
◆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주제 ◆
- 여자가 하는 머리, 남자가 하는 머리가 따로 있을까?
- 목수와 간호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여자가 잘하는 일, 남자가 잘하는 일이 있을까?
- 평소와 다른 옷을 입고 온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할까?
- 역사책에서 본 여성은 누가 있을까?
- ‘평등’이란 어떤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