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걷는사람'이 시인선 시리즈를 선보였다. '걷는사람 시인선'은 시류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히 해가는 좋은 시인들과 시를 발굴하고 그로써 오늘날 우리 문학장이 간과하고 있는 가치를 일깨우는 것은 물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독자들과 보다 가까이에서 소통하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걷는사람 시인선' 그 첫 번째 시집은 김해자 시인의 <해자네 점집>이다. 국내 시인선 시리즈 가운데 여성 시인을 1번으로 출간한 최초의 사례라는 데 의미가 크다. 김해자 시인은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데뷔한 이래 <무화과는 없다> <축제> <집에 가자> 등의 시집을 꾸준히 선보이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 온 시인이다. 한 평론가의 말대로, "이 나라의 가난한 영혼이 고통을 받는 모든 곳에 김해자 시인의 시가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해자네 점집>은 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집에 가자> 이후 3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집에 가자>에서 보여줬던 발걸음을 더욱 진전시켰다. "이 발걸음은 과거 쪽으로는 더 깊이 내려갔고, 동시대적으로는 더 멀리 나아갔으며, 이웃과의 관계는 더 농밀해졌고, 문명에 대한 통찰은 더 심원해졌다. 그리고 그것들은 만다라처럼 한 몸이 되어 <집에 가자> 보다 파괴적이지만 더 풍성해"졌다. 매 시편마다 삶의 가치와 의미를 곱씹는 시인만의 깊은 사유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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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했다. 시집 『무화과는 없다』 『축제』 『집에 가자』 『해자네 점집』 『해피랜드』가 있고, 민중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와 산문집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위대한 일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시평에세이 『시의 눈, 벌레의 눈』 등을 펴냈다.
도서출판 <걷는사람>이 시인선 시리즈를 선보였다. ‘걷는사람 시인선’은 시류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히 해가는 좋은 시인들과 시를 발굴하고 그로써 오늘날 우리 문학장이 간과하고 있는 가치를 일깨우는 것은 물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독자들과 보다 가까이에서 소통하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걷는사람 시인선’ 그 첫 번째 시집은 김해자 시인의 『해자네 점집』이다. 국내 시인선 시리즈 가운데 여성 시인을 1번으로 출간한 최초의 사례라는 데 의미가 크다. 김해자 시인은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데뷔한 이래 『무화과는 없다』 『축제』 『집에 가자』 등의 시집을 꾸준히 선보이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 온 시인이다. 한 평론가의 말대로, “이 나라의 가난한 영혼이 고통을 받는 모든 곳에 김해자 시인의 시가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해자네 점집』은 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집에 가자』 이후 3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집에 가자』에서 보여줬던 발걸음을 더욱 진전시켰다. “이 발걸음은 과거 쪽으로는 더 깊이 내려갔고, 동시대적으로는 더 멀리 나아갔으며, 이웃과의 관계는 더 농밀해졌고, 문명에 대한 통찰은 더 심원해졌다. 그리고 그것들은 만다라처럼 한 몸이 되어 『집에 가자』 보다 파괴적이지만 더 풍성해”(황규관 시인, 발문)졌다. 매 시편마다 삶의 가치와 의미를 곱씹는 시인만의 깊은 사유가 담겨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선득한 울림을 준다. 추천사에서 권민경 시인은 “김해자 시인은 모든 아픈 사람, 이웃의 자매이다. 그녀는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위한 위로를 글로 쓴다. 그것이 그녀가 믿으며 우리가 전해 듣는 신神, 김해자 시의 정체다”고 새삼 증언한다. 이런 이유로 스스로 ‘해자당’ 당원이라 자처하는 안현미 시인은 “목숨을 끊는 자가 넘쳐나는 세상을 향해,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사이보그 세상을 향해 해자당원들이여 노래하라”라고 외치기도 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 시대의 그늘진 면면을 너른 품으로 껴안는 그 많은 말들이 더듬어보면 모두 삶에 대한, 시대에 대한, 또한 사람에 대한 시인만의 진한 “사랑”임을. 불구가 아니면 불구에게 닿지 못하는 불구의 말, 떠듬떠듬 네게 기울어지던 말들이 더듬어보니 사랑이었구나 - 「불구의 말」 부분 껴안은 채 이별한 우리, 결코 “사랑은 끝내지지 않는다” - 죽을힘 다해 매달리는 삶과 사랑의 시 61편 이번 시집은 <백수도 참 할 일이 많다>, <사랑은 끝내지지 않는다>, <여기가 광화문이다>, <시 같은 거짓말과 허구가 필요했다> 등 총 4개의 부로 구성돼 있다. 스스로를 ‘백수’로 칭하며 “쌀방아 보리방아 매기미질도/ 둘이서 셋이서 하면 재미나대서/ 콩 튀듯 팥 튀듯 바쁜 양승분 씨 밭에 가서/ 가만히 서 있”(「백수도 참 할 일이 많다」)곤 하는 시인의 사소하지만 아주 특별한 일상의 이야기에서부터 “천 사람 만 사람의 촛불로 우리 모두가 환해지도록/ 사람이,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아갈 세상을 위해”(「여기가 광화문이다」) 온몸, 온 마음으로 분투하는 광장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매 시편이 촘촘하다. 특히, “고독사여, 컴퓨터 자판이나 두드리고 있는 나도 0과 1밖에 모르는,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보고 있는 너도 독생대를 지나가고 있다// 생물은 사라지고, / 전기로 관절을 움직거리는 피규어만이 팔리고 있다” (「독생대獨生代 인류세人類世」)나 “누가 입을지 모르는 옷, 당연히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 않고 입을 사람들을 위해, 위해서라는 생각조차 없이 얼굴 처박고 미싱만 돌린다.”(「무용Useless」)와 같이, 삶을 파괴하는 근대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비판에 이르러 시인의 목소리는 더욱 높다. 그만큼 육중한 무게감을 가진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를 ‘잉여’로 만드는 기술 문명의 본질. 이러한 흐름은 “살림집 한 귀퉁이 비워 수선집 차렸다/ 석탄가루 밟으며 까만 비닐봉다리 들고/ 먼 길 걸어온 늙은 광부의 튿어진 작업복을 고친다”(「무용Useless」)처럼, 시인이 계속해서 농촌 공동체의 환대와 우정을 강조하는 까닭을 짐작하게 한다. 한 나뭇가지에서 다른 나뭇가지에로, 함께 날아오르며 터져 나오는 목소리들, 저 참새들처럼 명랑하 게 말하라 동요 부르던 아이들, 동그랗고 깨끗한 입으로 말하라 잠긴 방 안에서 타죽은, 함께 부둥켜안 고 문 쪽을 바라보던 여공들, 못 감은 눈으로 말하라 동굴 속에서 마지막 본 아이들 검은 눈동자여, 아직도 말 못 하는 흰 산의 눈물로, 살려달란 말 대신, 미안하다…… 사랑한다, 말한 아이들의 마지막 메시지처럼, 손가락으로 말하라 짓이겨진 손톱으로 말하라, 숫자가 아니라 돈이 아니라, 그 한가운데를 질러 가며 말하라, 소름 돋을 줄 아는 맨살의 정직함으로 말하라. - 「밤의 명령」 부분 “소름 돋을 줄 아는 맨살의 정직함”으로 하여 시인의 목소리는 매 순간 굳건하다. 이는 어느 순간에 이르러, 하나의 기묘한 주문처럼 우리를 사로잡기도 한다. “어둠 속 쟁여진 시간”(「검은 씨의 목록」)을 벗어나고자 춤추는, 오래도록 ‘점집’을 지켜온 신묘한 여인의 몸부림과도 같이. 나는 사랑했지. 나처럼 생긴 이 세상의 모든 여자와 남자, 농부와 어부와 장사꾼, 소쿠리에 담긴 진흙 을 이고 먼 길 걸어와 집이자 성전을 바르는 흙손을, 벽에 닭과 새와 소와 무지개를 그리는 색색 그림, 아름다웠지, 작업을 마치고 모락모락 김 나는 뜨거운 밥 앞의 따스한 입들과 흰 스카프를 쓴 여인들의 입김과 둥그런 모닥불, 꿈에 부풀었지. 교회당에서 영원을 서약하는 웨딩드레스와 법원 앞에서 이별의 악수를 하는 연인들, 축복 있으라, 한때 사랑했으며 이젠 사랑할 일만 남았으니. - 「아름다운 생」 부분 이번 시집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확인한다. 이 모든 광포함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결코 끝내지지 않는다는 것. “한때 사랑했으며 이젠 사랑할 일만 남았”다는 시인의 드넓은 포옹을. 그러므로 끝내 “축복 있으라”! “나는 왜 나를 지나쳐 왔던가/ 분질러진 시간이여// 시간을 알약처럼 삼키며/ 우우우, 우리는 삶을 지나쳐 왔네”(「시간을 알약처럼 삼키며」). 그러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별은 도착하지 않고 죽을힘 다해 꼭지가 호박을 매달고 있는 한 사랑은 끝내지지 않는다”(「호박 꼭지」)는 사실. 이 고귀한 일깨움이야 말로 김해자 시가 지닌 가치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