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출판사 ‘사이그림책장’ 첫 번째 이야기. 윤수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이야기는 집 안에 목공소가 있고, 동네 아줌마들이 마당에 모여 빨래를 하고, 연탄을 때고, 골목에서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등을 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은언니는 싸움을 엄청 잘했고, 딱지치기랑 달리기는 따라올 아이가 없었다. 그리고 톱밥 향을 좋아했다. 작은언니 주 무대는 공터였다. 비가 오는 날이면 작은언니와 나는 주인집 목공소 바닥에 흩어진 톱밥으로 밥도 짓고 반찬도 만들며 소꿉놀이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언니 다리에 회색 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개에서 두 개로, 두 개에서 다시 세 개로 점이 늘어나자 엄마는 아빠한테 말했다. “이상하지 않아? 점이 생기고 있어.” 엄마와 아빠는 병원비만큼이나 작은언니에 대한 걱정도 컸기에 언니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가족에겐 비밀이 생겼다.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니 더 말하고 싶어지는 비밀. 비밀이 생긴 걸 아는지 마당에 모이던 아줌마들은 이제 대문 밖에서 모였다. 왜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생긴 걸까? 그리고 그 비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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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상상 하기와 왜냐고 자꾸 묻기 사이에서 이야기 씨앗들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이야기 성을 짓는 즐거움에 빠져 있습니다. <어린이와 문학> 추천으로 작가가 되었고 『두근두근 두뇌성형 프로젝트』로 제1회 ‘출판놀이 창작실험공모전’에서 수상하였습니다.
가족과 이웃이 모두 둘러앉아 작은언니에 대한 기억을 나누는 장면은 타오르는 모닥불처럼, 반딧불이같이 빛을 내며 날아가는 톱밥처럼 포근하고 따뜻하다. “작은언니는 점점 작아져 가는데” 작은언니에 대한 “기억은 점점 커져만” 가는 것처럼 죽음이 기억으로 말해질 때 진정한 애도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때 작은언니는 처음으로 ‘수정’이라는 이름으로 호명되며 영원히 우리 곁에 남는다. 죽음의 의미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존재하는 것으로 완성된다. -유지현(어린이청소년문학서점 ‘책방 사춘기’ 대표, 그림책 비평가) 글과 그림 사이에서 빛나는 순간을 오롯이 담은 ‘사이그림책장’ 첫 번째 이야기 『언니를 만나는 밤』 가나출판사 ‘사이그림책장’ 첫 번째 이야기 『언니를 만나는 밤』이 출간되었다. 0세부터 100세까지 읽는 그림책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고, 독특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그림책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책을 마주하는 ‘독자 대상’과 ‘그림’에 주목해 보았다. 아직까지도 그림책은 유아와 저학년 도서로 여겨지며, 초등 고학년과 청소년이 읽을 만한 그림책은 많이 부족하다. 게다가 고학년 동화와 청소년소설에도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초등 고학년과 청소년들에겐 글과 그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이그림책장’은 내용을 담는 ‘형식’에 변화를 꾀했다. 짧은 이야기에 그림 역시 풍부하게 표현해 글과 그림 모두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앞으로 ‘사이그림책장’에서는 이야기 한 편과 그에 어울리는 그림을 만끽할 수 있도록, 글과 그림 사이에서 빛나는 순간을 오롯이 담으려고 한다. 작은언니는 점점 작아져 가는데 작은언니에 대한 기억은 점점 커져만 가는 이야기 『언니를 만나는 밤』은 윤수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이야기는 집 안에 목공소가 있고, 동네 아줌마들이 마당에 모여 빨래를 하고, 연탄을 때고, 골목에서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등을 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자인 ‘어린 나’는 작은언니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작은언니는 누구보다 씩씩하고 건강하다. 동네에서 딱지치기, 구슬치기뿐만 아니라 달리기도 따라올 아이가 없을 정도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어린 나와 함께 주인집 목공소 바닥에 흩어진 톱밥으로 소꿉놀이를 하는 다정한 언니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언니의 몸에 회색 점이 생긴다. 지워지지 않는 회색 점. 이 회색 점은 한 개에서 두 개로, 두 개에서 세 개로 점점 늘어난다. 점이 늘어날수록 작은언니는 더 이상 작은언니가 아니게 된다. 집 밖에서 활개를 치던 작은언니는 이제 집 안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에겐 비밀이 생긴다. 비밀이 생긴 이후로, 마당 수돗가에 모이던 동네 아줌마들은 이제 대문 밖에 모여 소곤거린다. 어린 나에게 ‘죽음’은 낯설기만 하다. 평소와 달라진 작은언니와 가족을 보며 아낌없이 사랑받던 막내 자리를 빼앗긴 것만 같다. 그래서 서럽고 언니가 부럽다. 이런 마음을 작가는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 목소리를 들어 준다. 슬픔을 강요하지 않고 죽음도 삶의 일부이며 과정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말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자꾸만 작아지는 작은언니를 위해 가족과 이웃들이 모인다. 그리고 작은언니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죽음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에 남겨지는 것임을 ‘이야기함으로써’ 애도한다. 언니가 아픈 이야기를 회색 점과 점점 작아지는 형태의 변화로,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묘사로 표현한 이 작품은 은유와 상징이 적확하게 가 닿아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죽음이 소재로만 다루어지지 않고 ‘한 사람의 이야기’로 말해지고 기억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대답을 『언니를 만나는 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먹선 위에 내려앉은 노란빛 기억들 『언니를 만나는 밤』은 사실적인 묘사와 작가적 해석이 돋보이는 그림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담담하게 표현한 먹선은 일상적인 풍경과 인물들의 구체적인 표정을 담아내 ‘죽음’ 역시 삶의 일부라는 글의 생각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글뿐만 아니라 그림 역시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림으로 먼저 울어 버리지 않는 미덕을 보여 준다. 또한 그림은 글을 더 깊게 확장시켜 주는 역할도 하지만, 글과는 또 다른 서사를 담아 그림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김은진 작가가, 작은언니에 대한 추억으로 선택한 색은 노란빛이다. 언니와의 기억을 선명하게 각인시킨 이 노란빛은 기억하게 하고 말하게 할 것이다, 언니와의 추억과 함께한 사람들을. 이로써 독자는 글과 그림 모두에서 ‘죽음이 기억으로 말해지는’ 애도의 순간을 충분히 보고 읽고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