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근무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영화를 가지고 교실에서 아이들과 수업해 온 ‘영화 수업’의 전문가인 차승민 교사가 새 책을 출간했다. 이 책『죽은 교사의 사회』는 영화 수업을 위한 안내서나 수업 방법을 기술한 것이 아니다. 영화를 설명하며 해석하여 저자의 의견을 덧붙인 영화 에세이도 아니다. 그저 좋은 영화를 몇 편 골라 소개하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영화에 등장한 교사들의 삶과 이야기를 소재로 현실에서의 교사의 삶을 들여다보았으며, 우리 현실의 학교와 교육 그리고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깊이 있는 비평을 담았다. 밝고 희망에 찬 내용뿐만 아니라, 현장 교사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면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분노를 영화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다.
추천의 글
들어가며
교사로서의 내 삶은 능력이었을까, 운이었을까 – 매치 포인트
유리처럼 깨진 자존심 – 타짜
키팅 선생님이 불편하다 – 죽은 시인의 사회
교사의 첫 시작, 나락으로 떨어지다 – 프리덤 라이터스
아무도 교사에게 고맙다고 하지 않는다 – 디태치먼트
학교가 망가지면 안전판이 사라진다 – 고독한 스승
가르침의 논리성과 배움의 비논리성 – 매트릭스 리로디드
가르침의 새로운 엔진을 얻기까지 – 선생 김봉두
가르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터닝의 순간이 오면 – 꽃피는 봄이 오면
신사 없이는 시민도 없다 – 코치 카터
강하게 압박할 것인가 부드럽게 타이를 것인가 – 리벰버 타이탄
교사의 권위가 사라진 교실 – 클래스
경력 교사가 빠지기 쉬운 덫 – 파인딩 포레스터
가르침과 배움의 차이 – 세 얼간이
배움을 실천하는 아이의 능력이 교사의 예상을 능가한다면 –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언제든 최악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 더 헌트
가르친다는 것은 아이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다 – 지상의 별처럼
마음을 흔드는 것이 삶의 방향을 바꾼다 – 모나리자 스마일
가르침 속에 내재된 채찍질 – 위플래쉬
더 이상의 비극이 없으려면 – 라자르 선생님
가르치는 방법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 굿 윌 헌팅
교사는 언제 가르침의 틀을 뛰어넘는가 – 스쿨 오브 락
자기기만이라는 강력한 유혹 – 쿨러닝
교사에게는 일탈이 필요하다 – 어나더 라운드
교사라는 이름의 나침반 – 홀랜드 오퍼스
나오며
진주교육대학교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1998년부터 초등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초임 시절 어느 날 수업하기 싫어 보여줬던 한 편의 영화가 아이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좌충우돌하며 더 흔들리고 있던 철부지 교사의 마음도 흔들었다. 이후 아이들에게 좋은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수천 편의 영화를 보고 수백 편의 영화를 아이들과 수업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그것 말고 다른 생각은 없었니?” 질문에 질문을 이어가며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가는 집요함에 아이들은 ‘대마왕’이란 별명을 지어주었다. 인터넷 카페 ‘초등영화교실’을 통해 영화 수업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의 마음을 읽는 영화 수업』 『영화를 함께 보면 아이의 숨은 마음이 보인다』 『선생님 사용 설명서』 『학생 사용 설명서』 『열두 살, 나의 첫 사춘기』 『초등 부모 교실』 『교사, 여행에서 나를 찾다』 『얼렁뚱땅 미술 교실』 『대마왕 차샘과 못 말리는 귀염둥이들』이 있다.
“영화 속에 함축된 의미를 재해석하는 재미와 그것이 향하는 교육의 방향이 씨실 날실처럼 얽혀 완성된 25편의 조화로운 이야기는 독자에게 이전의 어떤 영화 및 교육 관련 책에서 느낄 수 없는 뚜렷한 방향성과 의미를 동시에 가져다줄 것이다.” (김준식 · 교사, 『중학교 철학』 저자) 키팅 선생님이 불편하다 “지금도 영화를 만들어가는 듯한 선생님들에게 이 이야기는 ‘주말의 명화’ 같은 이야기가 될 거라 믿는다.” (이해중 · 교사, 『세상에서 제일 쉬운 교육영화 수업』 저자) 로빈 윌리엄스의 최고 영화 중 하나인 [죽은 시인의 사회]는 교육과 관련 있는 영화 중 가장 인상 깊고 가장 영향을 준 영화로 꼽힌다. 공부가 전부인,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이 모인 명문 고등학교 윌튼 아카데미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키팅 선생님과 우등생이지만 각기 마음속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넘치는 아이들과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담은 구절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찢어버리는 장면, 자기를 캡틴으로 부르라 하는 장면, 특히 우등생인 형의 그늘에 가려, 늘 소심했던 토드에게 내면의 욕망과 불안 그리고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시를 읊조리게 한 장면 등 명장면이 많다. 당시 미국 사립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던 권위주의적인 교육의 폐해를 바탕에 다루었고, 입시에 찌든 한국의 교육 현실에도 흔히 벌어지던 강압적 교육 분위기 탓에 많은 사람이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다. 교육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이 인생 영화로 [죽은 시인의 사회]를 꼽고 이상적인 교사상으로 키팅 선생님을 꼽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저자는 ‘키팅 선생님이 불편하다’고 말한다. 키팅은 성적과 입시에만 매몰된 다른 교사와 달리 아이들 내면에 있는 의지를 꺼낼 수 있게 하는 수업을 한다. 키팅의 수업 방식을 존중하지만, 방식이 거칠었고 가르치는 것에 대해 좀 더 책무감을 가져야 했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꿈꾸게 하려면, 그만큼의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강조해야 했다. 불편함의 더 큰 이유는 키팅을 바라보는, 그리고 그것을 교사에게 투영하는 관객 또는 사회의 시선이다. ‘교사라면 키팅 같은 열정을 가져야 한다’는 시선이 그것이다. 열정은 교사와 아이의 상호 작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지, 기준을 정하고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교사를 키팅으로 여기거나 키팅처럼 하길 바라면 안 된다. 지금의 학교 현장은 키팅에 열광했던 1990년대가 아니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변했고, 학교 현장은 될 수 있으면 개별적인 아이들의 성향에 맞게 변하려고 노력했고 또 변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입시는 모든 교육 이슈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블랙홀이다. 그래서 교육 현장이 과거와 달라진 것 없이 참담하다고 여기지만, 입시제도를 바꿔내지 못한 것이 교사의 탓인가? 당시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며 열광했던 청년들과 세대는 지금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성세대가 되었다. 바꾸지 못한 것을 학교와 교사의 책임으로 돌리고 ‘왜 키팅 선생이 지금 없냐’고 한탄하는 것으로 책임을 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저자는 묻는다. 25편의 영화가 교사에게 건네는 말 영화 속 장면과 등장인물의 삶의 편린을 저자의 삶과 교실살이에 연결 짓는 창의적인 스토리텔링 전략에 무릎을 치게 된다. (이성우 · 교사, 『철학이 있는 교실살이』 저자) 이처럼 이 책은 25편의 영화를 통해 교사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우리의 학교와 교육 현실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져야 하는 영화의 특성상 현실 속 교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영화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영화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더 자극적이고 더 그럴듯한 무언가를 담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현실에서의 교사의 삶은 반복적이며 단조롭다. 교사의 삶은 큰 이벤트보다는 비슷한 듯 소소한 일상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소소하게 보이는 일상에 담긴 이야기는 작지 않다. 이 책이 그런 작지 않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영화에 나타난 교사의 모습을 보며 교사로서 자신의 삶과 교육에 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