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 해에 걸쳐 우리말사전을 돌봐온 최종규가 쓴 《우리말꽃》이 세상에 나왔다. 최종규에게 우리말사전 쓰기는 말과 글과 마음을 돌보는 일이기에 그간 하루로 거르지 않고 우리말을 모으고 살피며 가꿔왔다. 우리말사전을 쓰고 엮으면서 배우고 익힌 삶, 살림, 사랑으로 빚은 55가지 이야기를 《우리말꽃》에 고스란히 담았다.
《우리말꽃》은 ‘우리말을 꽃피우자’는 뜻이자 ‘우리말 꽃씨를 심자’는 뜻이며,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누리자’는 뜻을 품은 책이다. 삶을 이루는 밑바탕을 그리는 말부터 살려 나누고 누릴 때라야, 모든 길을 새롭게 열고 가꿀 수 있다. 숲에서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흐르는 냇물에 발을 담그듯 우리말과 글을 누리고픈 이들 곁에 《우리말꽃》을 놓아둔다.
여는꽃 : 마음, 말, 꽃
1. 생각꽃 : 생각씨앗을 틔워 삶을 가꾸다
나란꽃 함꽃 여러꽃
억지로 ‘만들’ 수 없는 말
엄마쉼 아빠쉼
순순순순
순이돌이
막말잔치
가을에 기쁘게 짓는 말
2. 마음꽃 : 우리가 부르는 이름이 우리 마음
수수밥
길벗
꽃바르다
햇사랑
집옷밥 밥옷집 옷밥집
책숲마실
봄내음 피어나는 말
3. 살림꽃 : 살리며 살아가는 살림누리
집
작은이로서 나사랑
손수 짓는 살림을 잃으면
다람쥐를 다람쥐라 못하다
‘가정주부’가 아닙니다
달콤멋으로 ‘한말날’을
실컷
4. 노래꽃 : 숲에서 어깨동무하며 부르는 노래
도꼬마리와 ‘이름없는 풀꽃’
모두
봄샘
낱말책
도무지
고운말 미운말
한모금
부딪히는 말
5. 푸른꽃 : 쉬운말이 사랑, 작은말이 살림
키
마
묻다
참
꿍꿍쟁이
구체적
자유
6. 말글꽃 : 새마음으로 가는 길, 새넋으로 스스로 피어나는 꽃
파랗다 푸르다
‘쉬운 말’이 있을까
우리말을 어떻게 배울까
나의 내 내자
‘호스피스’와 ‘플리마켓’
작은소리
한글·훈민정음·우리말
7. 지음꽃 : 우리말을 우리글로 담는 하루, 사투리
다른 다양성
전쟁용어 씨앗
탈가부장
밥꽃에 잘 먹이는
이해, 발달장애, 부모, 폭력
이루는 보람
첫밗 첫꽃 첫씨 첫발
8. 덧꽃 : 풀꽃나무를 토닥이며, 들숲바다를 품으며
못 알아듣겠소만
말은 마음을 가꾸고
쉬운 말로 푸르게
지지배배 한글날 보금숲
‘문해력’이 뭐예요?
닫는꽃 : ‘-의’ 안 쓰려 애쓰다 보면
군꽃
낱말꽃
‘우리말꽃(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걷는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서재도서관을 꾸리고 숲살림을 짓는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이 쓰고 남긴 글을 갈무리했고, 공문서·공공기관 누리집을 쉬운 말로 고치는 일을 했다. 《쉬운 말이 평화》,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글쓰기 사전》,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내가 사랑한 사진책》, 《골목빛》, 《자전거와 함께 살기》, 《사진책과 함께 살기》 같은 책을 썼다.
‘우리말’이라는 징검다리로 글과 마음과 생각을 잇다.
사람과 사람을 사랑으로 이으며 어린이와 어른을 잇고,
풀꽃나무와 어깨동무하며 온누리를 품다.
우리가 쓰는 말 안엔 우리가 바라거나 누리는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슬기롭게 가다듬은 말은 주변을 돌보고 가꾸며 사랑을 꾸리는 힘을 품는다. 삶이 고스란히 말이 된다. 그렇기에 말에는 힘이 있다. 우리말(한글)은 소리뿐만 아니라 뜻(마음)도 함께 담는다. 가령, 우리말 ‘말’과 ‘마음’, ‘맑다’와 ‘물’은 말밑이 같다. 우리말 ‘이야기’와 ‘잇다’, ‘있다’와 ‘이다’, ‘이제·이곳’은 말밑이 같다. ‘바라보다’와 ‘바라다’, ‘바람·바다’, ‘밭·바탕·밖’, ‘밝다·밤’도 말밑이 같다. 마음을 물처럼 맑게 나타내기에 ‘말’이며 서로 말을 이어서 이제 이곳에서 함께 있는 사람인 말이기에 ‘이야기’인 것이다.
서른세 해에 걸쳐 우리말사전을 돌봐온 최종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우리말을 모으고 보살피며 가꿔왔다. 훈민정음(세종대왕)부터 한글(주시경)에 이르기까지 배움말(학술) 얼거리뿐 아니라 나고 자란 인천에서 익히 들은 바닷말, 전남 고흥으로 삶터를 옮긴 후부터 늘 아이와 함께 누리는 숲말, 이 나라 곳곳을 누비며 거의 모든 헌책방에 들러 묻히거나 잊힐 뻔한 헌책에서 캐낸 말과 글에 이르기까지. 뒤에도 드물었고 앞으로도 드물 것이 분명한 우리말 돌봄이이자 말꽃지기(사전편찬자)인 최종규는 오늘도 매만지며 돌본 말과 글에 하나둘 갈래를 나누고 세우는 일을 이으며 사람들 살림에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말꽃》은 우리말과 외국어를 구분 짓고 잘못 쓰거나 틀린 말을 바로잡는 데 열을 올리기보단 삶을 가꾸는 말, 생각을 가꾸면서 마음을 북돋우는 말과 글이 가진 힘을 두루 알리는 데 힘쓴다. 우리말이 생각과 생각을 잇고, 삶과 삶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사랑으로 잇는 징검다리라 여긴다. 우리말 바탕이 어깨동무임을 알아낸 것 또한 이런 뜻을 바탕으로 한다. 섬기거나 아끼는 마음은 있되, 위아래가 아닌 어깨동무로 나아가려는 게 말―글―마음을 담은 한글이 나아간 발자취라는 것이다. 어린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우리말과 글을 쓰는 게 평등과 평화, 민주와 맞물리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우리말꽃》은 재미나게 말을 익히고 헤아리면서, 슬기롭게 말과 글을 가꾸는 데 이바지 하려 한다. 어른뿐만 아니라 이제 막 우리말을 배우는 어린이들도 함께 어깨동무를 하면서 우리말 뿌리와 결과 너비를 살펴볼 수 있다. 삶을 이루는 밑바탕을 그리는 말부터 살리고 살찌우고 사랑하면서 나누고 누릴 때라야, 모든 길을 새롭게 열고 가꾸고 짓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말꽃》은 “우리말은 꽃이다”라는 이야기를 펴고, “말글마음을 돌보며 온누리를 품다”라는 줄거리를 풀어놓는다. ‘우리말꽃’이란 “우리말을 꽃피우자”는 뜻이자 “우리말 꽃씨를 심자”는 바람이며, “우리 스스로 말꽃을 누리자”는 뜻을 품은 책이다.
“사투리는, 스스로 지은 말입니다. 사투리는, 삶·살림·사랑을 스스로 지은 사람들이 삶·살림·사랑을 고스란히 담아 스스로 지은 말입니다. 사투리는, 어버이가 아이한테 물려주는 삶·살림·사랑을 스스로 짓도록 북돋우는 마음이 빛나는 말입니다. 사투리는, 바로 우리말입니다. 시골사람이 지어서 쓰고 흙사람이 지어서 쓴 사투리는, 두고두고 삶·살림·사랑을 밝힐 ‘즐거우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숲말입니다.”(<탈가부장―갇힌 말을 깨우다>, 288쪽)
말더듬이로 놀림 받았지만
한자말이 아닌 우리말은 더듬지 않고 소리 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누구나 쉽게 말하고 쓸 수 있는 우리말사전 쓰기 길을 걷다.
《우리말꽃》은 우리말사전을 쓰고 엮으면서 배우고 익힌 삶, 살림, 사랑으로 빚은 55가지 이야기로 빼곡하다. 최종규는 말더듬이에 혀짤배기인 몸으로 태어나, 어릴 적에 늘 놀림 받았다. 이러다 열 살에 마을 할아버지한테서 천자문을 배우는데, 어린이가 소리를 잘 내지 못 하면서 더듬거나 새는 낱말이 모두 한자말인 줄 알아차린다. 열 살 때부터 옥편과 사전을 샅샅이 뒤져서 “소리내기 쉬우면서 더듬지 않을 만한 낱말”을 하나하나 찾아보니 모두 ‘그냥 흔한 우리말’이었다. 흔하게 쓰는 쉬운 우리말은 말더듬이 어린이도 수월하게 소리를 낼 수 있는데, 어른들이 으레 쓰는 한자말은 소리를 내기부터 어려운 줄 깨닫고는, ‘뜻만 좋으면 되는 말’이 아닌, ‘뜻과 소리가 하나를 이루면서 어린이한테 쉽게 스밀 말’이어야 한다고 느꼈다. 열 살부터 열일곱 살까지는 따로 “국어사전을 새로 쓴다”는 생각은 못 했지만, 국어사전을 샅샅이 읽으면서 말소리와 말뜻이 어우러지는 길을 찾아나섰고, 열일곱 살부터는 “이런 엉터리 국어사전을 뒤적이느라 애먹지 말고, 스스로 새 국어사전을 쓰자”는 꿈을 품고서 이 길을 걸었다. 《우리말꽃》은 “누구나 말꽃을 누리는 꽃길”을 맑고 밝게 나누는 실마리를 헤아리는 이야기꾸러미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