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세상일에 서툴고 부족하지만, 그래도 책이 있고 사람이 있기에 허리띠 졸라매고 꿋꿋이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매일 후회와 반성, 욕심과 무관심을 반복하며 하루를 버티지만, 흐르는 세월과 멋진 음악, 반가운 단골의 미소로 채워진, 조용하고 포근하면서도 열정적인 공간을 꿈꾸는 미스터버티고 책방 이야기. 책읽기를 즐기며 살아가는 이라면 누구나 마음껏 공감할 만한, 책과 서점의 풍경을 둘러싼 흥미롭고도 짠 내 나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프롤로그|서점 주인 A의 대책 없는 반생기
책방을 하는 것에 대하여
책방 주인의 자질에 대하여
책방에 대하여
출판사 거래에 대하여
책에 대하여
책을 읽는 것에 대하여
책을 읽는 것에 대하여 2
책을 많이 읽는 것에 대하여
책방 손님에 대하여
책방에서 책 읽는 손님에 대하여
내가 좋아하는 손님에 대하여
지금은 없는 단골손님에 대하여
지금은 없는 특이한 손님에 대하여
책도둑에 대하여
독서모임에 대하여
낭독 혹은 낭독회에 대하여
작가에 대하여
쇼핑몰에서 책방을 하는 것에 대하여
코로나 시대에 책방을 하는 것에 대하여
파는 일에 대하여
책밥 먹게 된 이유에 대하여
띠지 혹은 글씨 쓰기에 대하여
술 파는 책방에 대하여
진열에 대하여
중고책에 대하여
책방 음악에 대하여
영화와 책방에 대하여
손님 없는 날들에 대하여
고독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에필로그|미스터버티고 책방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대학 졸업 후 대학원 공부로 3년, 백수로 2년, 직장인으로 5년, 1인 출판사를 하며 2년, 다시 직장인으로 8년을 보내고, 현재까지 7년째 일산에서 미스터버티고 책방을 운영 중이다. 능력은 없는데 노력은 안 하고 심지어 게으르기까지 하며, 무엇보다 자존감은 없으면서 쓸데없이 자존심만 센 50대 초반의 쌍둥이 아빠.
동네책방을 운영하다 보면 기운 빠지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책 좋아하는 사람한테 파는데 스트레스받을 일이 뭐가 있겠는가 싶겠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 철렁하며 되풀이하는 매출 걱정은 빼고서라도, 기운 쪽 빠지게 하는 일은 도처에 널려 있다. 세상사 그렇듯 모름지기 사람 관계에도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한 법인데, 책방 운영이야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방 주인 참 대책 없다. 코로나 때문인지 시대의 변화 때문인지, 대형 도매상과 서점까지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 쓰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직함 하나에 목을 매고 세상과 조금도 타협하려 들지 않는다. 유명한 베스트셀러만 들여다놓는 일은 왠지 정체성이 없어지는 것 같아 꺼려지고, 책방 운영 원칙을 묘하게 거스르는 고객에게는 책을 파는 게 그리 달갑지 않아 내심 고민이며, 남들 쉬쉬하며 활용하는 편법도 꿋꿋이 마다한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미스터버티고 책방 주인 이야기다. 스스로도 융통성 없고 고지식해서 쓸데없이 고생이라고 생각할 정도니 주변 사람은 오죽할까.
한적한 주택가에서 문을 연 미스터버티고는 몇 해 전 책방을 인근의 대형쇼핑몰로 이전해 7년째 이어오는 중이다. 물론 책을 파는 서점인지라 매출을 올려주는 손님이라면 환영이다. 특히 책 한 권을 골라 옆구리에 단단히 끼고 서가를 둘러보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 한 권은 판매가 확정된 거나 다름없고, 나아가 추가 득점까지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미스터버티고 책방 주인이 제일 좋아하는 고객은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좋아하는, 서로 취향이 비슷한 고객이다. 새로 나온 책을 재미있게 먼저 읽고 취향이 비슷한 고객한테 추천하는 게 책방 주인의 역할이고, 그런 식으로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동네의 작은 문화 공동체를 만드는 게 동네책방의 중요 역할이라고 믿어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모두가 읽고 싶고, 또 읽을 수밖에 없는 책. 그런 책을 권하는 게 책방 주인의 올곧은 소명이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 아픔을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책을 함께 읽고 권하는 책방을 하고 싶은 이유다. 사람들이 오며 가며 베스트셀러 한 권씩 사는 쇼핑객만 오는 그런 책방으로만 남고 싶지는 않다.
미스터버티고 책방 주인은 42세에 열 살 어린 여자와 결혼해 46세에 직장 그만두고 동네책방 주인이 되어, 48세에 쌍둥이 아빠가 되었다. 이제 어느덧 나이 50을 훌쩍 넘긴 마당에 아이들은 무럭무럭 커가는데, 책방 매출은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이라 걱정이 많다. 그래도 이미 책방을 시작했으니 버틸 때까지 꿋꿋이 버티면서 하늘의 뜻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사 많은 것들의 운명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듯, 책방을 하게 된 것도 어쩌면 하늘의 뜻인 것만 같다. 남들보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책을 더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 것도 아니었지만, 아직 책방 주인으로 꾸역꾸역 버티고 있으니까. 책방을 시작한 것, 지금까지 버틴 것, 모두 어쩌면 이미 정해진 하늘의 뜻 아니었을까 싶다.
후회는 없다. 바라는 게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책방을 하고 싶은 것뿐. 허리띠 졸라매고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살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언제까지라도 계속 동네책방을 하고 싶다. 다만 그러면서도 미스터버티고 책방이 사람들에게 책 읽는 여유와 온기를 주는 공간이길, 사람들이 모두 삶에 쫓기지 않고 무사하고 평온하고 여유로워서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기를, 그래서 책방이 부디 무사할 수 있기를 바라며, 묵묵히 오늘을 버틸 뿐이다. 이 책은 그렇게 버티고 있는 미스터버티고 책방 주인의 솔직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