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식 이후의 세상
2035년 근미래를 장르적 상상으로 탐구하다
시대의 최전선에서 인류의 미래를 고뇌하는 장르인 SF와 인간성의 심연을 탐구하는 미스터리가 만났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현재진행형 팬데믹과 지구가 인간을 향해 드러낸 분노의 칼날들은, 시대의 선지자들이 예언해왔던 디스토피아 세상이 이미 우리 곁에 도래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2035년 근미래를 배경으로 복제인간, 메타버스, 유전자 편집과 같은 SF적 이슈들을 날카로운 미스터리 플롯으로 해부한다.
천선란, 〈옥수수밭과 형〉
한이, 〈에덴의 아이들〉
김이환, 〈고양이의 마음〉
황세연, 〈고난도 살인〉
도진기, 〈컨트롤 엑스〉
전혜진, 〈억울할 게 없는 죽음〉
윤자영,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
한새마, 〈위협으로부터 보호되었습니다〉
듀나, 〈며칠 늦게 죽을 수도 있지〉
“우리 집 옥수수는 유전자가 다 똑같아. 우리는 옥수수 하나를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아… 그런데 다 같지는 않을 거야. 기억이 다르니까. 저 끝에 있는 옥수수와 반대편 끝에 있는 옥수수의 기억은 다르잖아. 그러니 같은 옥수수라고 할 수 없어. 정말 중요한 건 기억이야.” --- 천선란, 「옥수수밭과 형」 중에서 오래전 하드보일드 소설에 묘사된 탐정은 없다. 그저 기계가 처리하는 것보다 단가가 싸게 먹히는 허드렛일을 하는 자영업자가 있을 뿐이다. --- 한이, 「에덴의 아이들」 중에서 정부를 믿으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차나 헬리콥터를 보내줄지도 모르지 않느냐고 했다. 하지만 그건 매니저가 한국에 대해 잘 모르니까 하는 말이었다. 한국 사람은 자기 살길은 알아서 찾아야 하는 법이다. --- 김이환, 「고양이의 마음」 중에서 메타버스에 익숙해지자 친구들을 현실에서 만나는 일이 귀찮아졌다. 한마디로 현실에서의 만남이 메타버스 속 만남보다 재미가 없었다. --- 황세연, 「고난도 살인」 중에서 “인간은 지금까지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왔어. 하지만 우리가 더 궁금해야 할 문제는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거야.” --- 도진기, 「컨트롤 엑스」 중에서 “요새는 어디 가나 난민놈들 투성이잖아요. 난 그런 놈들 보면 가만히 있다가 엉뚱한 놈들에게 내 주머니를 털리는 기분이 들어요.” --- 전혜진, 「억울할 게 없는 죽음」 중에서 “저는 저들을 살리는 방법을 알아요. 전 세계의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 윤자영,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 중에서 영생을 위해서라고? 병든 아들에게 그저 몇 년의 시간을 더 살게 해주고 싶은 게 욕심이라고? 이기심이라고? 홀로그램 SNS에 영생 어쩌고 하는 놈의 면상을 노려보았다. 할 수만 있다면 뺨이라도 한 대 갈겨주고 싶었다. --- 한새마, 「위협으로부터 보호되었습니다」 중에서 “이건 크리스티 추리소설이 아니라고. 사람들은 그냥 모두 조금씩 대충이야. 우리가 끝까지 알 수 없는 다른 동기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고.” --- 듀나, 「며칠 늦게 죽을 수도 있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