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훈 시인의 첫 동시집. 아이들의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은 물론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진지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그러면서도 진솔하게 그린 시편들을 모았다. 시인의 따뜻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시선은 병든 가축에서부터 학교 잃은 폐교의 아이들, 고령화된 시골 마을의 노인들, 다문화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아우르면서 시골 마을을 결핍의 공간이 아닌 어울림의 공간이자 희망의 공간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제1부 나도 놀랐다
진희네 새엄마 / 꼭 그래야 하나 / 미세먼지 / 아기 할아버지 / 먹이사슬 / 나도 놀랐다 / 부끄럽고 고마운 일 / 생일잔치 / 할머니 텃밭 / 사람 사는 집 / 주말 텃밭 / 새 학교 다니는 길 / 살아 있나 / 아쉬움 한 뭉치
제2부 운동장 속 아이들
할머니와 밥 먹을 때 / 운동장 속 아이들 / 내가 도둑놈이지 / 할머니 유모차 / 하느님 제발요 / 만호 할아버지네 소 / 아프지 말거래이 / 이제 살았다 / 마지막 김장 / 미래서점 / 함께여서 좋습니다 / 불안한 날 / 제맛이다
제3부 흙이 그리운 아이들
산이 물들 때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 낚시는 손맛이라고 / 모래 기차 / 사실은요 / 우리 학교 재주꾼 / 할머니 마음 / 혼자 찍는 사진 / 아버지와 멧돼지 / 얼마나 속이고 속았으면 / 엄마 된장찌개 / 문 닫은 학교 / 할아버지 마음 / 흙이 그리운 아이들
제4부 황사에 갇혀
이제는 안 속는다 / 황사에 갇혀 / 겨울방학 / 개 한 마리 / 은심이 / 동생이 다친 날 / 감시카메라 / 공부 쉬엄쉬엄해라 / 사돈이 마주 앉았다 / 가만히 놔두세요 / 한숨 소리 / 엄마 / 잊었다
재미있는 동시이야기
어울림의 공동체를 위한 마주보기와 함께하기_김종헌
지은이_장성훈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대구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경북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07년 『아동문학평론』에서 「비밀대화장」 외 2편으로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았고, 2008년 동시 「진희네 새엄마」가 문예지 우수 작품으로 선정되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창작기금을 지원받았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대구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아동문학교육과 대학원 강사로 출강하였고,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초등학교 3, 4학년 국어 교과용 도서 개발 집필위원이었다. 현재 김천부곡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그린이_한수희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습니다. 그림을 통해 최고의 자유를 꿈꾸고 있습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 『쓰레기통 잠들다』 『파프리카사우루스』 『딸가닥딸가닥』 『집 속의 집』 등이 있습니다.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연민의 눈으로 다독이며 희망을 꿈꾸는 동시들!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22번째 동시집 『꼭 그래야 하나』가 출간되었다. 2007년 『아동문학평론』 신인상으로 등단해 동시 창작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장성훈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이다. 장성훈 시인은 현재 경북 김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에는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손때 묻은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동시에서 ‘시골’이라는 소재는 대체로 전원생활의 평화로움이나 넉넉함, 혹은 자연 풍광의 아름다움을 대변해 왔다. 우리의 머릿속에 ‘도시/전원 또는 시골’이라는 대비가 지배적인 탓일 것이다. 그래서 시골은 아름다운 자연의 표상이 되고 시골에서의 삶은 목가적이며 잃어버린 동심을 일깨워주는 이상향으로 노래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 사람살이의 참모습도 함께 깃들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아름다운 자연이지만 그 속에 뿌리박고 흙덩이를 일구는 손길은 거친 노동에 굳은살이 배어 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이 동시집에서 시인은 시골 마을의 사람살이를 솔직하게 그리고 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은 물론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진지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그러면서도 진솔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김종헌 평론가는 “동네 안 사람들의 이야기를 언어로 형상화하여 동네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마주보기와 함께하기”로 명명한 바 있다. 시인은 때때로 소외되고 부조리한 시골 마을의 현실에 분노하지만 그 분노조차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연민에서 우러나오는 심리적 연대이기에 오히려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따뜻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시선은 병든 가축에서부터 학교 잃은 폐교의 아이들, 고령화된 시골 마을의 노인들, 다문화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아우르면서 시골 마을을 결핍의 공간이 아닌 어울림의 공간이자 희망의 공간으로 되살려내고자 하는 시의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한 시인의 자의식이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꼭 그래야 하나’라는 시인의 일침, 혹은 나무람이다. 이는 시골 마을의 잘못된 행태,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는 발언이자, 이 동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동시집의 표제작인 「꼭 그래야 하나」에서 시인은 구제역이나 돼지열병, 조류독감 등 가축에게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자행되는 ‘살처분’의 비인간적인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다. “꼭 그래야 하나?, 그래야 사나?, 꼭 그래야만 사나?”라고 반복적으로 되묻는 방식을 통해 인간 이기주의의 폭력성을 강하게 환기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인간사회의 부조리나 시골 마을의 잘못된 일을 이야기할 때마다 은연중에 되묻게 된다. 꼭 그래야 하나? 라고. 특히 바다생태계 오염을 지적한 「먹이사슬」, 지원금 때문에 작은 학교를 폐교시키고 아이들을 멀리 큰 학교로 보내는 어른들의 행태를 비꼬는 「문 닫은 학교」, 멧돼지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분주한 「아버지와 멧돼지」, 그리고 「개 한 마리」에서 학교에 들어왔다가 쫓겨나는 개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은 화자의 이야기 등, 이들 이야기의 이면에서 독자들은 시인의 일침을 되새기게 된다. 꼭 그래야 하나? 라고.
물론 이러한 태도의 밑바탕에는 시인의 자기 반성적 사유가 짙게 깔려 있다. 다음 동시만 봐도 시인의 예민한 자의식을 느낄 수 있다.
매미 소리/시끄러울 때//
모기 소리/귓가에 울릴 때//
파리, 벌이/눈앞에 보일 때//
나도 모르게/죽일 생각부터 한다//
내 마음에/나도 놀랐다
―「나도 놀랐다」 전문
귓가에서 모기가 앵앵거리거나 식탁 언저리를 맴도는 파리 한 마리. 그럴 때 아무 생각 없이 손바닥이나 파리채가 먼저 나가는 게 일반적인 반응 아닐까. 아마도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하지만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보면 그것들도 생명 아닌가. 이렇게 마구 죽여도 괜찮은 건가. 물론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시인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자기도 모르게 “죽일 생각부터” 하는 자신에게 “나도 놀랐다”고 하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지만 시인의 평소 심성과 태도를 느낄 수 있다. 한여름이면 모기쯤이야 숱하게 잡아 죽이는 게 다반사일 텐데, 그런 생각만으로도 ‘놀랐다’고 하는 시인의 반성적 진술이 오히려 독자를 낯설게 하면서 깜짝 놀라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지 않을까. 나아가 시인의 문제의식과 비판적 태도의 밑바탕에 이러한 반성적 성찰이 깔려 있기에 큰 울림을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다음으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 동시집에서 많은 할애를 하고 있는 시골의 노인문제다. 시골 마을의 고령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마을 구성원이 모두 노인으로 이루어진 곳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젊은 자식은 도시로 나가고 노인이 된 부모들만 시골 마을에서 쓸쓸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자주 그려지고 있다.
“살아 있나?”//
깊은 산골에 사는/늙은 부부가/아침에 일어나면/맨 먼저/하는 말//
“이제는 다 됐다./미련도 없다.”/하면서도//
늙은 귀로/날마다 확인하는/숨소리//
“살아 있나?”
―「살아 있나」 전문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늙은 부부의 모습을 이토록 선명하게 그린 시편도 드물 것이다. 이렇게 서로 의지한 채 살아가는 두 노인의 이야기가 애잔하기만 하다. 이외에도 병이 든 할아버지는 아기가 되고 할머니는 엄마가 되어 밥을 먹인다는 이야기(「아기 할아버지」), 도시로 간 자식과 손주의 생일날마다 혼자서 생일상을 차리는 할머니(「생일잔치」)도 있고, 혼자 남겨진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할머니 유모차」와 「할머니 마음」, 읍내 병원에서 오랜 친구를 만난 두 할머니가 서로를 위로하는 「아프지 말거래이」 등 낡은 시골 마을의 소외되고 쇠락해 가는 사람살이의 한 단면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골 마을이 결핍의 공간으로 어둡게만 그려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손 가정일지라도 할머니와 손주 간의 따뜻한 사랑이 충만한 집이 있고(「할머니와 밥 먹을 때」),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함께 있어서 좋은 사람들도 있다(「함께여서 좋습니다」). 또 베트남 사돈을 맞아 “말이 통하지 않아도/눈빛, 몸짓만으로 충분한/사이가 되”기도 한다(「사돈이 마주 앉았다」). 이러한 다문화적 어우러짐의 공간은 우리 사회가 맞고 있는 새로운 변화들 중 하나다. 특히나 고령화된 시골 마을을 지탱하는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이야말로 함께 어울려 희망을 만들어가야 하는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라는 것을 시인은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잘못된 다문화 정책을 비판하기도 하고(「가만히 놔두세요」),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의 잘못된 편견과 폭력을 아이의 시선으로 다음과 같이 폭로하기도 한다.
말도 안 통하고/밥도 반찬도 못 하는/새엄마에게//
할머니와 아버지는/들어간 돈이 아깝다는 말을 앞세워/온갖 구박과 욕설을 퍼붓는다//
그럴 때면/진희는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친엄마가/한밤중에 훌쩍 떠났듯이/새엄마도/그렇게 떠날까 봐/ 작은 가슴이 바짝바짝/타들어간다
―「진희네 새엄마」 5~8연
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극복해 내야 할 문제이다. 그 어떤 차별이나 편견 없이 모두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을 때 결핍과 쇠락의 공간이 희망의 공간으로 되살아날 것이란 믿음을 시인의 시골 마을 이야기에서 일관되게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