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왜 초대해? 저랑 나랑 언제 봤다고?”
고양이 장례식 초대장이라니, 그것도 길고양이 장례식!
거기다 돈까지 내야 한다고?
《수상한 편의점》, 《수상한 아파트》… 수상한 시리즈의 작가 박현숙 신작 장편동화
“길고양이 장례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 그리고 가족의 의미”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기사화되는 반려묘나 길고양이 수난 사건들은 인간의 잔혹함을 보여준다. 3, 4년 사이 사회적 인식이 변하면서 길고양이 급식소를 함께 운영하거나 아예 길고양이나 유기묘들을 돌보는 카페들이 많이 생겼다. 캣맘과 캣대디 들이 인터넷상의 거점을 만들어 서로 교류하고 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길고양이들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뻔뻔한 가족》에도 길고양이가 싫어 고양이급식소의 밥그릇을 치워버리거나 캣맘과 다투는 이웃이 있다. 또 로드킬당한 고양이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거나 어느 한편을 두둔하는 대신 아이들의 생각과 목소리로 들여다본다. 이는 길고양이 장례식을 금지시킨 어른들을 비난하거나 반기를 들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모습에서 절정을 이룬다.
제인 구달은 “사람에게는 동물을 다스릴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주인공 나동지나 길고양이에 무관심했던 민수가 오하얀과 친구들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눈을 떠가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 감동적이다.
부록으로 구성한 길고양이에 대한 정보 페이지도 요긴하다. 우리가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정보들을 길고양이가 들려주는 방식으로 풀어 썼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 나는 나약한 동물일수록 인간의 잔인함으로부터 더욱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여전히 유효한 현대사회에서 이 작품은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감동과 울림으로 동물권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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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작가가 되었고, 제1회 살림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가장 즐거워하며 그 시간은 마치 새로운 세상을 선물 받는 기분이 들곤 한다. 쓴 작품마다 각종 기관의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되었다.
작품으로 청소년 소설 『구미호 식당』『발칙한 학교』『금연학교』가 있으며, 베스트셀러 『수상한 시리즈』와 『국경을 넘는 아이들』『뻔뻔한 가족』『시원탕 옆 기억사진관』『아미동 아이들』『나는 증인이 아닙니다』 등이 있다.
한국 아동문학의 빛나는 성취, 박현숙 작가와 함께하는 또 한 편의 ‘동물권’ 동화 2006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동시대 어느 작가보다 왕성한 활동을 해온 박현숙 작가의 동화에는 언제나 어떤 비극적 상황에서도 삶을 긍정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고난에 처한 이 주인공 곁에는 주인공의 처지에 공감하고 순수한 위로와 지지로 연대하는 조력자들이 있다. 사업에 실패하고 실의에 빠진 아빠를 격려하며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는 엄마, 그런 엄마와 함께 묵묵히 가족을 끌어안아 살피는 할머니까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묵묵히 끼니를 챙기는 103호 나동지네 가족은 물론 부모를 대신해 손녀를 살피는 조손가정 104호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의 기색을 살피고 상처를 돌본다. 박현숙 작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가장 큰 미덕은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공존하기 위해 조금씩 마음을 여는 과정을 그려내는 데 있어 독자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로지 공감과 연대, 환대의 힘으로 갈등과 위기를 극복하고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한다. 신작 『뻔뻔한 가족』은 길고양이를 소재로 하여 바로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양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동시에 마지막까지 동화적 밀도를 놓치지 않는다. 작가가 그동안 동물복지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다양한 활동를 펼쳐 왔기에 더욱 공감이 가도록 그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작가는 국내의 한 동물보호단체와 함께 동물복지 선진국인 독일의 반려동물 돌봄 체계를 접하고 티어하임 유기동물 보호소를 직접 다녀오기도 하였다. 그때의 경험이 이 작품의 집필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글쓴이의 말’에 적어두고 있기도 하다. 『어느 날 가족이 되었습니다』에 이어 이 작품 역시 저자 인세 일부가 동물보호단체 및 개인활동가에 기부된다. 인세를 기부하고 유기동물 구조활동에 동참하는 등, 그간 벌여 온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작가는 이 작품 또한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기 위한 실천적 방법을 모색하는 데 작은 힘이 되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