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는 읽는 순간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런데 그런 까닭을 말해보라고 하면 선뜻 설명할 수 없다. 그 이유를 아는 데는 상당한 안목과 이론 지식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배우는 시 수업이 그런 것들을 가르친다. 교과서에는 좋은 시를 싣고, 그런 시들이 왜 좋은 지를 배운다. 우리는 이런 공부를 무려 12년이나 한다. 그런데 시를 보는 안목은 점점 더 낮아지고 시는 점차 어려워진다. 그 까닭은 학교에서 배우는 시가 주로 평론가나 학자들이 밝힌 내용을 시험용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학술 용어에 치여서 시를 보는 눈마저 점차 잃어가는 것이다. 개구리를 잘 알려고 해부했더니 정작 개구리는 죽어버린 꼴이다.
이 책에서는 ‘좋은 시가 지닌 비밀’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명한다. 다른 문학 갈래와 달리 시는 시만의 독특한 창작방법이 있다. 그 방법을 세 가지로 압축하여 정리한 다음에, 각각의 시에서 그 방법들이 어떻게 변주되어 적용되는지를 설명했다. 보통 학교에서 배우는 시 갈래론은, 서정시, 서사시, 극시인데, 이런 식의 분류법으로는 시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 학문으로서는 의의가 있겠으나, 시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지은이는 시인들이 어떻게 상상력을 구체화하는지를 분석하여 세 가지로 나누었다. 그 결과, 시 창작의 원리는 ‘빗대기(비유 상징), 그리기(이미지), 말하기’라는 세 가지임을 밝히고 있고, 이번 책에서 그것이 각각의 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설명한 것이다. 이와 같은 시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지은이는 2018년에 『우리 시 이야기』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이번에 나온 『좋은 시의 비밀』은 이런 원리가 각각의 시에 어떻게 적용되고 응용되었는지를 살펴본 책이다.
시인의 이런 과감한 시도는,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이후 시 갈래 이론으로는 처음 나온 것이다. 이런 작업을 위해 지금까지 나온 시집들 1,000권을 읽고 분석하여 그 중에서 43편의 시를 뽑았다. 1차로 근대시의 시작부터 김수영 시대까지를 대상으로 했다. 이렇게 한 데는 지은이가 보기에 한국 현대시의 분기점이 4.19와 김수영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이에 대한 설명도 책의 내용에 담겼다.
모든 시에는 상상력의 발화점이 있다. 그 상상의 발화점을 찾는 것이 시를 이해하는 지름길이고, 시를 쉽게 그리고 깊이 감상하는 방법이다. 그것이 앞서 설명한 ‘빗대기, 그리기, 말하기’ 세 가지 방법이다. 시에서 이 방법을 제대로 파악하면 지금까지 애매모호하던 구절까지 또렷이 의미를 드러낸다. 그래서 감상은 물론 창작의 고민까지 한꺼번에 해결된다.
책머리에
군소리
PART 01 시란 무엇인가
첫째마당 창작의 비밀과 감상의 원리
01. 시의 창작 원리 3가지
02. 시의 가락, 운율
03. 말투 - 화자, 역설, 반어
둘째마당 형식과 정신
01. 시의 형식과 정신
02. 시는 형식, 내용은 성리학
03. 현대시의 시대구분
보론/ 김수영의 시 세계
PART 02 시란 이런 것이다
셋째마당 모색의 시대
김소월 : 엄마야 누나야, 개여울, 접동새, 초혼
한용운 : 님의 침묵, 나의 꿈
이육사 ; 청포도, 절정
정지용 : 유리창, 백록담
김동환 : 산너머 남촌에는
심 훈 : 그 날이 오면
이상화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의 침실로
김동명 : 내 마음은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기림 : 바다와 나비
임 화 : 현해탄
이 상 : 꽃나무, 거울, 오감도
윤동주 : 또 다른 고향, 참회록, 쉽게 씌어진 시
박남수 : 종소리
김광섭 : 산
이용악 : 북쪽, 전라도 가시내, 오랑캐꽃
백 석 : 여우난골족
오장환 : 병실
노천명 : 사슴
모윤숙 : 밤 호수
함형수 : 해바라기의 비명
유치환 : 바위
김광균 : 설야
서정주 : 자화상, 국화 옆에서
한하운 : 전라도 길
박두진 : 묘지송, 해
조지훈 : 고사, 완화삼
박목월 : 나그네, 청노루
김수영 : 달나라의 장난, 사랑의 변주곡
넷째마당 여섯 번쨰 손가락, 친일 _ 모멸의 시대
達城靜雄 / 마쓰이(松井) 오장 송가 ___
노천명 /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___
모윤숙 / 호산나·소남도(昭南島) ___
맺는 말
정진명
1987년 계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하여,
충북작가회의 회원이며 시문관 동인이다.
30여 년간 국어교사로 재직하다 은퇴한 후,
현재는 <새로운 감성과 지성> 편집위원으로 있으면서,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과녁을 잊다』, 『완전한 사랑』, 『노자의 지팡이』,
『용설』, 『활에게 길을 묻다』, 『정신의 뼈』,
『줄넘기와 비행접시』, 『회인에서 속리를 보다』,
『단양도설』, 『주말의 사랑』 등이 있다
시론집
『우리 시 이야기』, 『시를 보는 새로운 눈』.
카페 머털도사의 즐거운 교실 시문관
http://cafe.daum.net/dosanym
메일 : onkagz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