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학과 대학생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왜 대학이 공짜여야 하는지, 왜 일본의 대학이 등록금은 올리면서 대출형 장학금을 늘리고 있는지 하나하나 풀어낸다. 나아가 교육의 기회균등이 갖는 철학적 의미, 고등교육 무상화 논리의 역사성과 실현 가능성을 특유의 유머와 재기로 발랄하게 들려준다.
‘어떤 빚에도 속박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좋을 만큼 생각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 삶은 ‘학비 없는 대학’으로 비로소 이루어지며 이것은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바꿔주는 가장 기초적이면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신자유주의 논리에 삶의 근간마저 휘둘리면서 자본의 노예로 복무하는 삶에 나를 방치하느냐 박차고 나오느냐가 결국 관점의 문제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1장 학생에게 임금을 | 2장 장학금 지옥 | 3장 부채학생 제조공장 | 4장 불온한 대학 ∥ 서문 | 한국어판 서문 | 저자 후기 | 주석 | 한국어판 기획좌담
모든 실업자에게 학적을!
등록금도 생활비도 국가가!
꿈꾸라 하기 전에 잠잘 시간을!
미국 대통령마저 부러워하는 교육강국 한국. 그러나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교육’은 ‘입시지옥’, ‘학업스트레스’, ‘사교육’, ‘학벌 계급사회’ 같은 말이 함께 따라다니는 것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반값등록금’으로 촉발된 대학교육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2007년 대선 공약으로 ‘반값등록금’이 제시되면서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고 간간이 현실을 진단하는 책이 나오고 있지만 이후 1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중, 8명이 대학에 들어가는 대한민국의 평균 등록금은 사립대학 기준 천만 원을 육박하는데 등록금 부담이 비교적 낮은 국공립대학 비율은 OECD 국가 기준 최저(대한민국 18%, 미국 70%, 프랑스 86%, 독일 95%)이다. ‘모든 국민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교육에 있어 차별받지 않으며, 이를 위해 국가는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교육의 헌법인 교육기본법에는 명시되어 있다. 과연 반값등록금, 청년수당만이 이를 위한 유일한 대안이고 해답일까? 왜 우리는 초?중등 의무교육은 당연시하면서 고등교육의 무상화 문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지레 포기하고 마는 것일까?
대학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 우리 모두의 삶을 바꾼다!
구리하라 야스시의 『학생에게 임금을』은 일본의 대학과 대학생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그런데 읽다 보면 5년 여 시간차를 두고 일본의 전철을 우리가 그대로 밟아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왜 대학이 공짜여야 하는지, 왜 일본의 대학이 등록금은 올리면서 대출형 장학금을 늘리고 있는지 하나하나 풀어낸다. 나아가 교육의 기회균등이 갖는 철학적 의미, 고등교육 무상화 논리의 역사성과 실현 가능성을 특유의 유머와 재기로 발랄하게 들려준다.
‘어떤 빚에도 속박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좋을 만큼 생각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 삶은 ‘학비 없는 대학’으로 비로소 이루어지며 이것은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바꿔주는 가장 기초적이면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신자유주의 논리에 삶의 근간마저 휘둘리면서 자본의 노예로 복무하는 삶에 나를 방치하느냐 박차고 나오느냐가 결국 관점의 문제였음을 깨닫게 된다.
“학생도 실업자도 주부도 사회적 노동자다!”
‘학생에게 임금을’이라는 슬로건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가치
1960년대 말 전 세계적으로 학생운동이 확산되고 있던 즈음 대학개혁에 반발한 이탈리아의 학생들은 ‘학생임금’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탈리아의 사회운동의 한 흐름이었던 ‘노동자주의’에 바탕하여, 직접적 생산 영역뿐만 아니라 가사노동 같은 재생산 영역 또한 자본주의를 작동시키는 필수적 요소라는 주장이었다. 즉 학생 또한 지적 생산자이자 미래의 예비된 노동력이므로 노동자계급의 일원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로, 트론티와 네그리의 ‘사회임금’ 개념과 결합된 것이기도 했다.(‘사회임금’은 근래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결국 유럽 각국 정부는 점점 더 격렬하게 확산되는 학생운동에 대한 대책으로 ‘학생임금’ 대신 ‘미래의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보장하고 대학의 수업료를 공짜로 하며 지급형 장학금을 만들었다. 실제로 ‘사회적 공장’으로서 대학이 필요했던 정부가 ‘학생임금’ 대신 대학 교육을 무상화하는 것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때부터 이탈리아는 물론,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전체에서 고등교육의 무상화가 진행되었다. 애초 ‘학생에게 임금을’이라는 슬로건이 지향했던 정치?사회적 의도와는 달랐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대학 무상화’를 위한 압력이 되어 ‘미래의 노동자를 위한 소득보장’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68혁명으로 이어졌던 학생운동의 ‘슬로건’을 가져온 것이다. 노동자의 임금이 정당하고 당연한 대가이듯, 대학이라는 ‘사회공장’의 생산자인 학생 역시 그 노동의 대가를 당당하게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오늘의 대학등록금은 ‘교육’이 지니는 보편성과 사회성을 파괴시키고 있다. 국제인권법은 물론 교육기본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교육의 기회균등’은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종과 신념, 성별, 신분, 경제적 지위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 속에서 꿈을 가져보기도 전에 미래가 결정되어 버리는 끔찍한 사회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대학 무상화를 꿈꾸는 일은 대학생과 대학의 문제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모두가 함께 보편적이고 사회적인 고등교육의 회복을 위해 연대해야 한다.
“반값 등록금? 경기침체와 장기불황! 국가부채가 얼만데?”
반값도 비싸다, 공짜, 무조건 공짜!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지난해 몇몇 지자체에서 시도된 ‘청년수당’은 중앙정부의 반대는 물론 포퓰리즘이라는 극심한 반대 여론에 부딪쳐야 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한발 나아가 대학교육 무상화는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그 이유와 방법으로 지적 활동의 공공재적 성격과 통화발행권 문제를 들고 있다. 요약하면, 대학은 사회적 공장으로 교수도 학생도 모두 같은 성격의 노동을 하고 있다. 이들의 지적 활동으로 축적된 지식산업이 기업의 간접자본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기업은 그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시대의 현실은 기업에 대학이 잠식되고 있고 대학은 프랜차이즈화되어 가고 있다. 이 고리를 끊는 것만으로도 재원 마련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덧붙여 저자가 말하는 통화발행권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원래 통화발행권은 정부가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은행에 넘겨주면서 정부마저 신용으로 은행에 돈을 빌리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은행에 이자를 내는 아이러니가 결국 금융권력을 낳았다는 것이다. 은행에 맡겨둔 통화발행권을 다시 정부의 권한으로 가져와 필요한 만큼 돈을 찍어내라는 저자의 주장은 물론 이상적이다 못해 허황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대학은 원래 불온한 곳이고 학생들의 ‘악의’가 좋은 대학을 만든다는 주장이 더해지면서 묘하게 설득력을 얻는다.
“학자금 대출 못 갚아 소송당하는 청년, 학업이 빚인 아픈 청춘들의 대한민국”
교육은 ‘복지’가 아니라 ‘삶’ 그 자체, 선택이 아닌 필수로서의 ‘교육’의 길을 묻다
2013년 3210명, 2014년 4069명, 2015년 1924명. 한국장학재단이 학자금 대출과 관련해 소송을 낸 대출자 수다. 2014년에는 학자금대출 부실채권을 국민행복기금에 매각하기 위해 채권시효를 연장하려고 4069명 포함 총 6086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이 계속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낮고 비교적 이용하기 쉬운 한국장학재단이 이러하니 사설 금융기관을 이용한 청년들의 상황은 오죽하겠는가. 우리는 돈이 사람을 만들고 돈이 사람을 키우는 시대를 살고 있다. 교육이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람이 일생을 사는 데 교육만큼 중요하고 필요한 게 또 있을까. 한 사회의 공동체를 이루는 온전하고 가치 있는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다. 우리는 평생 직간접적인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교육은 우리 삶 속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하고 그때 비로소 그 자체로서 이미 목적인 ‘교육’의 참된 의미가 구현될 것이다. 교육은 ‘복지’가 아니다. 차등도 선별도 아닌 ‘삶’이다. 그 ‘삶’이 지속가능한 것이 되게 하기 위해 이제 지향점도 운동의 방식도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함을 이 책은 역설한다.
“우리에게 대학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
한국어판 기획좌담을 통해 청년들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와 대학을 진단하고 상상하다
저자의 양해 속에 출간을 앞두고 한국어판 기획좌담을 기획하여 부록으로 담아냈다. 대한민국 효녀연합 퍼포먼스로 널리 알려진 사회예술가 홍승희 씨, 청년주거 문제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 현재 대학 재학생이면서 청년커뮤니티 사이랩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보람 씨와 20여 년차 시간강사이자 이 책을 번역한 서영인 선생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에게 임금을』의 편집본을 미리 나눠 보긴 하였으나 책의 내용에 국한하지 않고 오늘의 대한민국과 대학, 청년문제에 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특히 대학 등록금 문제, 대학의 기업화 현상, 청년 실업 문제, 대학 구조조정 및 대학원 정책의 폐해, 시간 강사 및 연구 인력의 빈곤화 등의 주제에 대해 거침없이 펼쳐지는 적나라한 진단과 청년의 눈으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동안 역설적이게도 희망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