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풀꽃 중에는 큰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 도둑놈의갈고리, 좀개갓냉이처럼 쉽게 그 풀꽃의 이름이 연상되지도 않을뿐더러 저속하고 불쾌하게 느껴지는 이름이 많다. 이 이름들은 일본 말을 무책임하게 번역한 결과이다.
큰개불알꽃은 오이누노후구리(大犬の陰囊)라는 일본 이름을 번역한 것이다. 이 이름을 붙인 것은 일본의 식물학자 마키노 도미타로다. 마키노는 큰개불알꽃의 열매가 개의 음낭(이누노후구리, 犬陰囊)을 닮았다고 이런 이름을 붙였다. 중요한 것은 큰개불알꽃 열매에서 개의 음낭을 본 것 자체가 일본인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이 이 꽃에 이름을 붙였다면 전혀 다른 이름을 붙였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최초로 식물의 한글 이름이 기록된 『조선식물향명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조사해 2,079종의 식물 중 99종에 달하는 식물 이름에서 ‘조선’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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