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웅 수필집. 이찬웅의 수필은 몸으로 터득한 언어로 씌었다. 선하지 않으면 악한 게 아니다. 밝지 않으면 어두운 것이 아니다. 이질적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다만 차이일 뿐, 이원주의를 극복하는 그 언저리쯤에서 세상은 훨씬 따뜻한 시선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세상의 작은 아름다움에 감격하며 산다. 피아노 독주회에 관한 기사를 읽으며 감격해서 눈물을 흘린다. 세상사 작은 미담에 감격한다. 할머니를 기다려 태운 시골 버스 기사의 이야기를 듣고 울고, 친구 딸이 외국인과 전통혼례로 결혼하는 현장에서 행여 신랑이 실수할까봐 염려하는 신부의 그 눈빛을 보고 운다.
하나 구름에 달가듯
마음 여행 12
아, 백두산 27
백두산 들꽃 38
선유도 44
오세암에서 49
열려라, 참깨 53
지리산 종주 59
서해안을 따라서 66
둘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나는 학생이다 106
어느 의사의 절규 112
변곡점 117
비오는 날에 121
싱거운 이야기 126
사건번호 0000 133
송편을 빚으며 141
지점장의 기도 148
불효자의 기도 151
아내의 소망 157
셋 사람, 사람들
가까이서 먼 듯이 164
달걀 도시락 169
답장 없는 엽서 176
만 원의 행복 181
우리 이모 184
좋은 이웃들 188
친구 193
넷 난향에 취하다
금붕어의 죽음 202
난향에 취하다 206
눈물 211
몸이 해준 말 216
너나 잘 하세요 220
사마귀 224
사진 한 장 230
잠시 쉬었다 내려가리라 233
살아있는 것은 흔들린다 237
쓸개 빠진 놈 242
웰다잉 248
신발 253
다섯 작가론
격월간 『에세이스트41호』 특집작가 이찬웅론
-고백의 형식과 수필의 형식 홍순애 259
작가론 -레토릭의 부정, 사실성의 출발 김종완 278
목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외환은행에서 30 여 년을 근무했었고, 지금은 <아름다운 서당>에서 풋풋하게 젊은 학생들과 토론하며 공부하고, 가르치며 배우는 중이다. 매주 한 번씩 수필 쓰는 사람들의 모임에 나가 수필을 공부한다. 가끔 여행을 하고 이따금 감이 오면 한밤에 수필을 쓴다. 얼마 전에 국선도 유단자가 되었다.
한 바보가 우리 눈앞에 있다
이찬웅의 수필은 몸으로 터득한 언어로 씌었다. 선하지 않으면 악한 게 아니다. 밝지 않으면 어두운 것이 아니다. 이질적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다만 차이일 뿐, 이원주의를 극복하는 그 언저리쯤에서 세상은 훨씬 따뜻한 시선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세상의 작은 아름다움에 감격하며 산다. 피아노 독주회에 관한 기사를 읽으며 감격해서 눈물을 흘린다. 세상사 작은 미담에 감격한다. 할머니를 기다려 태운 시골 버스 기사의 이야기를 듣고 울고, 친구 딸이 외국인과 전통혼례로 결혼하는 현장에서 행여 신랑이 실수할까봐 염려하는 신부의 그 눈빛을 보고 운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숨겨지거나 가려진 것까지 다 느낄 줄 아는 이 눈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혜의 눈이다. 그 눈으로 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보석으로 가득 찼다. 그는 세상을 가장 풍요롭게 사는 사람이다. 왜 그게 가능했을까? 사유가 경색되지 않고 열려 있는 덕분이다. 그는 스스로를 평생 배우는 사람, 학생이라 부른다.
나는 젊었을 때, 나다니엘 호손의 단편소설 『큰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의 주인공 어네스트를 내 삶의 사표師表로 삼았다. 22살의 어느 날에는, 내가 그를 사표로 삼은 이유에 대하여 ‘꿈이 소박해서 좋다. 진실해서 좋다. 참으로 평범해서 좋다. 자립해서 좋다. 온후한 사상가라서 좋다’라고 적어두기도 했었다.
- 「나는 학생이다」 중에서
김종완 (수필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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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네스트는 현실에 충실하면서 큰바위 얼굴을 기다렸다. 큰바위 얼굴은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고, 사람들은 모두 그 기다림을 포기했을 때에도 그는 혼자 기다렸다. 그 유순한 믿음과 현실에 대한 겸허한 충실로 그 자신이 바로 큰바위 얼굴이 되었음에도 그 자신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알지 못했기에 큰바위 얼굴이 되었지, 알았다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게 있다. 큰바위 얼굴이 되었다는 것이 세상의 안목에서는 결코 성공한 자가 못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건 바보가 되었다는 확실한 징표일 것이다. 한 바보가 우리 눈앞에 서 있다. 그는 정년퇴직 후 더 이상 돈 버는 직장을 마다하고 봉사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서울지방선거 때는 박원순 캠프에서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가 되기도 했고, 주말이면 지방 대학생들의 재경 기숙사인 무슨무슨 학숙에서 <아름다운 서당>이라는 이름으로 몇 년째 인문학, 경영학 강좌를 맡아서 봉사를 하고 있다. 모든 가치가 경제적 잣대로만 평가되는 이 시대에 그의 행보는 경제적 가치로 보면 분명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