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당신’에게 미안하다. 또 내 스스로에게도 미안하다. 책의 제목을 속죄로 붙인 것도 바로 그러한 의미를 담고자 함이다. 「속죄」란 수필에서 나의 부끄러운 어머니를 고백했다. 아니 자랑스러운 어머니를 가장 가까이에서 알아보지 못한 못난 불효자의 무지를 만천하에 고백하고 싶었다. 헌데 찌질한 내가 ‘존재의 존엄’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 단지 나의 어머니뿐이겠는가. 나의 찌질함으로 나를 스쳐 지나며 고독했을 모든 분들께 사죄드리고 싶다. 그리고 멀다면 먼 인생 길을 걸어오며 나 스스로 가장 소외시킨 나 자신에게도 사죄하고 싶다. 속죄의 길은 요원하지만, 나는 글쓰기를 통해 적어도 그 사죄를 시도하고자 한다.
허접한 글이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것은 당신의 문을 찾으려는 방황이었고 그 문을 두드리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또한 내 자신의 문에 이르려는 고뇌에 찬 방황이었다. 이 글들이 요행히 당신의 문에 혹은 나의 문에 닿아 한두 번만이라도 그 문을 두드릴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여기 묶은 글은 미완이지만 그래도 바로 당신과 나를 향한 꿈의 편린들이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내놓는다.
책머리에 4
작가론 219
죄의식의 자술自述과 임상학적 서술敍述
― 김종길의 의학 에세이 엿보기 / 박양근
13세 소녀, 죽음을 묻다 12 /거짓말 17 /구미호의 한 22 /굴뚝 없는 집 27 /긍정적 심리학 33 /속죄 38
김밥에 죽다 49 /나무는 출근하지 않는다 54 /너는 꽃, 나는 꽃받침 58 /누명 63 /다섯 개의 문 68 /반 세기만의 해후 72 /송아지 한 마리 77 /붕어빵 사랑 81 /발리 섬에서 84 /발리의 여인 89 /사랑의 힘 93 /생각하는 정원 96 /세상에 이런 선택이 100 /와자송蛙子頌 105 /천수보살 109
손가락이 늙었어요 117 /손가락질 122 /수박 두 통 128 /심리 풍수心理風水 132 /악처惡妻 137 /어떤 관계 141 /여자와 장미 147 /오리 세 마리 152 /차가운 그녀 157 /태양이 된 사람 161
왜 이리도 힘이 없지? 169 /일탈 174 /재담취화才談醉畵 179 /죽음에 대하여 184 /찔레꽃 189 /캇빠(河童)가 내로세 194 / 호칭呼稱 199 /흑해의 달 204 /See the Unseen 210 /진드기 215
가톨릭 의과대학 졸업(1972)· 동 대학원 의학박사
(현) 김종길신경정신과의원장·임상외래교수(가톨릭, 고신, 동아, 인제의대)
통합기능의학회 고문·부산생명의 전화 운영이사·자살예방센터 대표
(전) 한국정신분석학회 회원·한국정신치료학회 회원
메리놀병원 정신과장·한병원 의무원장·한림의대 부교수
대한신경정신과학회 회장(2010)·부산정신치료연구회장(1986-2005)·분자교정의학회장(2000-2007)
에세이스트 올해의 작품상 수상(2010)·에세이스트 고문
『정신분열증의 분자교정의학적 치료』『의사를 위한 분자교정의학...
글을 쓰는 것은 당신의 문을 찾으려는 방황
지금 나는 ‘당신’에게 미안하다. 또 내 스스로에/게도 미안하다. 책의 제목을 속죄로 붙인 것도 바로 그러한 의미를 담고자 함이다. 「속죄」란 수필에서 나의 부끄러운 어머니를 고백했다. 아니 자랑스러운 어머니를 가장 가까이에서 알아보지 못한 못난 불효자의 무지를 만천하에 고백하고 싶었다. 헌데 찌질한 내가 ‘존재의 존엄’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 단지 나의 어머니뿐이겠는가. 나의 찌질함으로 나를 스쳐 지나며 고독했을 모든 분들께 사죄드리고 싶다. 그리고 멀다면 먼 인생 길을 걸어오며 나 스스로 가장 소외시킨 나 자신에게도 사죄하고 싶다. 속죄의 길은 요원하지만, 나는 글쓰기를 통해 적어도 그 사죄를 시도하고자 한다.
허접한 글이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것은 당신의 문을 찾으려는 방황이었고 그 문을 두드리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또한 내 자신의 문에 이르려는 고뇌에 찬 방황이었다. 이 글들이 요행히 당신의 문에 혹은 나의 문에 닿아 한두 번만이라도 그 문을 두드릴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여기 묶은 글은 미완이지만 그래도 바로 당신과 나를 향한 꿈의 편린들이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