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지만 이상하리만치 ‘심심한’ 요즘 어린이들을 향해 “어디 한번 같이 놀아 볼 테야?” 속삭이며 옆구리 쿡쿡 찌르는 친근한 놀이 족보 같은 그림책이다. 혼자여도 상관없고, 대단한 준비물 없이도, 시간이 얼마 없어도 좋다. 『옛날옛날에 심심한 사람이 있었는데』가 이끄는 대로 우리 안에 잠자던 놀이 세포를 깨워 보자.
‘옛날옛날에’로 시작되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예나 지금이나, 어디에나 있을 법한 심심한 사람들이다. 아무것도 안 해서 심심하고, 놀고 있어도 심심한 이들은 여기저기서 출몰한 토끼를 쫓다 기상천외한 모험에 발을 디디게 된다. 재미에 홀딱 빠져 바다에서 괴생명체를 만나고 우주로 날아가 달이 차기까지 놀다가, 다시 지구에 떨어져 지구의 핵에 이르기까지, ‘진짜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어 종횡무진 누비다 보면 어느새 숨이 찰 정도로 다이내믹한 이야기의 한복판에 우뚝 선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목차없음.
이야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그림책 작가입니다. 수학의 세계도 어떤 이야기보다 재밌다는 사실을 이 책에 그림을 그리며 깨달았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옛날 옛날에 심심한 사람이 있었는데》, 《요즘 토끼 타령》, 《일곱 빛깔 요정들의 운동회》, 《수레를 탄 해》 등이 있습니다. 2023년에 《호랑이 생일날이렷다》로 대한민국 그림책상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어디에나 심심한 사람은 있지!” 심심한 사람들, 다 모여라! 요즘 어린이들의 최대 고민은 뭘까. 흔히 떠올리는 외모나 성적 문제보다 여가 시간 부족이 고민이라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즐거움을 느낄 겨를이 없는 아이들, 그나마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통해 접하는 가상 세계에서 놀이와 휴식의 욕구를 소비하기 바쁜 아이들에게 땅따먹기, 고무줄 놀이, 숨바꼭질, 다방구, 얼음 땡 놀이로 해질 녘까지 뛰놀다, 온통 땀 범벅이 되어 저녁 밥상 앞에 앉던 시절 이야기는 이제 ‘엄마 어렸을 적에는’으로 시작하는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옛날옛날에 심심한 사람이 있었는데』는 바쁘지만 이상하리만치 ‘심심한’ 요즘 어린이들을 향해 “어디 한번 같이 놀아 볼 테야?” 속삭이며 옆구리 쿡쿡 찌르는 친근한 놀이 족보 같은 그림책이다. 혼자여도 상관없고, 대단한 준비물 없이도, 시간이 얼마 없어도 좋다. 『옛날옛날에 심심한 사람이 있었는데』가 이끄는 대로 우리 안에 잠자던 놀이 세포를 깨워 보자. ‘심심한’ 날도 즐거운 날도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 강혜숙이 ‘심심할 틈 없이’ 펼쳐 놓은 ‘심심 타파’ 그림책 인간은 이야기에 탐닉하도록 진화했다. 이야기는 구술에서 점토 판으로, 육필 원고로, 인쇄 도서로, 전자책으로 형태와 도구를 달리 해 생존해 왔다. 이야기라는 근원적 재미가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심심할까? 『옛날옛날에 심심한 사람이 있었는데』는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옛날옛날에’로 시작되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예나 지금이나, 어디에나 있을 법한 심심한 사람들이다. 아무것도 안 해서 심심하고, 놀고 있어도 심심한 이들은 여기저기서 출몰한 토끼를 쫓다 기상천외한 모험에 발을 디디게 된다. 재미에 홀딱 빠져 바다에서 괴생명체를 만나고 우주로 날아가 달이 차기까지 놀다가, 다시 지구에 떨어져 지구의 핵에 이르기까지, ‘진짜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어 종횡무진 누비다 보면 어느새 숨이 찰 정도로 다이내믹한 이야기의 한복판에 우뚝 선 자신을 만날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심심함에 지친 영혼을 깨우는 소리가 되고, 여기에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심심할 틈 없이 알차게 여문 즐거움을 선물한다. “옛날옛날에 심심한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도 심심할까?” 강혜숙 작가는 평소 만다라 풍의 채색 기법을 연구하고 그림책에 적용하는 일에 힘을 쏟아 왔다. ‘manda’는 ‘진수’ 또는 ‘본질’, ‘la’는 ‘소유’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본질이 여러 가지 조건을 만나 무에서 유로, 또 다시 무의 세계로 회귀하듯, 『옛날옛날에 심심한 사람이 있었는데』의 이야기 또한 시작과 동시에 변화하고 끝을 두지 않은 채 다시 회귀하는 서사의 방식을 취해, 이야기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장을 펼쳐 놓았다. 이미지 또한 이야기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폭을 맞춰, 나뉘고 다시 결합하는 과정을 무한 반복하며 때로는 숨가쁘게 전진하고, 어느 때는 가만히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등 신선한 충격과 색다른 흥미를 연출한다. 심심함을 깨울 흥은 멀리 있지 않다. 앞뒤 잴 것 없이, 눈치 보지 않고 한바탕 신나게 놀아 보고 싶다면, 지금 ‘옛날옛날에 심심한 사람이 있었는데’로 시작되는 이 간질간질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