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잘하는 것을 발표해 주세요!” 선생님이 내 준 숙제에 홀수는 힘이 빠진다. 자기는 별로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홀수는 아빠에게 물어본다. “아빠, 내가 잘하는 게 뭐 같아요?” 아빠는 얼마 전에 기타 발표회에 나간 홀수를 떠올린다. 하지만 홀수 생각에 자신은 기타를 그리 잘 치는 것 같지 않았다.
기타 학원 선생님에게, 태권도 도장 선생님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지지만 모두의 대답은 정작 홀수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배우는 것은 많지만 늘 자기보다 잘하는 애들이 있다는 걸 홀수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홀수는 자기가 진짜 잘하는 게 뭔지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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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옆 놀이터는 매일 오후 아이들의 목소리로 높아집니다. 그곳에는 누리도 아빠도 많습니다. 여전히 “집에 가자.”와 “더 놀래.”로 실랑이하고 있는 그 모습을 부러워하며 여름을 보냈습니다. 글과 그림을 함께한 책으로 『똑같아요』 『재미있게 먹는 법』 『드로잉 탐정단』 『수영장에 간 아빠』 『조립왕 장렬이』 『유기견 영남이』 『내가 잘하는 건 뭘까?』 등이 있습니다.
‘잘한다’는 건 뭘까? -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에 마주하기! 홀수는 스스로 잘하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타 연주도 능숙하지 못하고, 물러서지 않으면 다 딸 수 있다던 태권도 일품도 멋지게 따낸 건 아닙니다. 용감하게 회장 선거에도 나갔지만, 표를 받지 못했지요. 단짝 친구 우진이의 위로도 홀수의 마음을 달래지는 못합니다. 기타, 태권도, 미술 학원 등 다니는 곳은 많지만 늘 자기보다 잘하는 애들이 있다는 걸 홀수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민에 빠진 홀수에게 동생이 그림을 그려달라고 조릅니다. 동생에게 홀수는 뭐든지 척척 그려 주는 멋쟁이 형입니다. 홀수는 동생에게 말합니다. “형도 어렸을 때는 잘 못 그렸어. 너도 크면 다 그릴 수 있어.”라고 말이에요. 그리고 홀수는 깨닫습니다. 자신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잘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홀수는 아이들 앞에서 당당히 말하지요. 앞으로 잘하는 게 점점 더 많아질 것 같다고요. 자신을 향해 던지는 진지한 질문들 속에서 홀수는 스스로 답을 찾아냅니다. 우리는 살면서 “네가 잘하는 건 뭐니?”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질문 속에는 이미 세상에 정해 놓은 기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것, 남들과 경쟁에서 이기는 것, 일등하는 것 등등이지요. 늘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며, 더 앞으로 나아가길 종용하기도 합니다. 홀수의 성장통을 보며 우리는 ‘잘한다’는 것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과 마주칩니다. 이미 잘하고 있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 한없이 자존감이 낮아지는 아이들은 이런 편견의 압박을 받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듯, 누구나 저마다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이 정해 놓은 기준 속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평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잘하는 건 뭘까? -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바라보기! 홀수는 자기가 잘하는 걸 찾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어느 누구도 - 특히 어른들 -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한다고 대답해 주지 않고 다른 곳에서 더 나은 면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단짝 친구 우진이는 홀수가 동생을 잘 보거나 게임을 잘한다고 말하지만, 홀수는 흔쾌히 인정하지 못합니다.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홀수가 진짜 잘하고 싶은 분야가 아니기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이런 홀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홀수의 자존감이 무척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타인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타인의 대답으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으니까요. 결국 홀수는 자기 안에서 진짜 자신을 발견합니다. 과거의 나와 좀 더 성장한 지금의 내가 정면으로 마주 서지요. 진정한 자존감은 자기 스스로 자신을 인정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홀수의 성장통이 대견한 이유는 홀수가 건강한 자존감을 갖고 살아가는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자존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됩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자기를 발견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유진 작가의 따뜻하고 든든한 조언! 유진 작가는 그간의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아이들의 마음과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들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 이야기는 우리의 어린 시절이기도 하고, 지금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잘하는 게 없다고, 꿈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는 아이들에게 작은 희망의 길을 열어줍니다. 작품마다 새로운 그림 스타일을 연구하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작가의 모습이 홀수와 참 많이 닮았습니다. “소심하다는 건 그저 좀 작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과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엿봅니다. 이제 아이들에게 이렇게 질문해 보세요. “예전보다 지금 좀 더 잘하게 된 것은 뭐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답을 꺼내들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직면하고 자존감을 키워주는 힘은 이런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이 그림책이 그 시작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