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설레다가, 하마하마 기다리다, 삐쭉빼쭉 삐쳤다가, 얼씨구나 신이 나는 오소리 작가의 새 그림책 《개씨와 말씨》. ‘내 맘은 그게 아닌데...’ ‘나한테 왜 이러지?’ 꼬이는 상황, 공연한 오해, 속상한 마음,.. 그림책으로 풀어 보자. 개씨와 말씨의 단짠단짠 심쿵한 이야기, 입꼬리가 슬쩍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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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 태어났습니다. 동국대학교에서 서양화를, 힐스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어린 시절 상처도 받고 위로도 받으며 마음이 자라던 기억과 놀이공원, 공장, 골프장 등에서 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저마다의 시선으로 즐겁게 읽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은 책으로 《빨간 안경》이 있습니다.
엇갈린 시간, 서운한 마음. 하지만 그래서 더 반가운 친구 이야기 친구야, 같이 놀자! 개씨와 말씨는 친구예요. 둘은 같이 놀고 싶어요. 하루는 말씨가 개씨에게 전화를 해요. “푸힝푸힝 푸히힝? 프히히히 히이힝!” (개씨, 내일 우리 집에 놀러 오지 않을래? 네가 좋아하는 쿠키를 만들어 줄게! 개씨가 신이 나서 대답하지요. “알알 알알알! 알알알 왈알!” (물론이지! 1시까지 갈게! 내가 준비한 춤도 보여줄게!) 다음날, 개씨는 빨리 말씨랑 놀고 싶어서 계획보다 일찍 집을 나서요. “핱핱핼핼, 올올롤롤 헽헽헽.”“헽헽헽.” (말씨가 무척 반가워할 거야.) 말씨는 일찍 일어나 청소를 하고, 쿠키를 굽고, 아끼는 당근비누로 깨끗이 샤워를 해요. “푸힝푸힝 흠흠흠 푸히히히히히힝 킁흠.”(개씨는 코가 좋으니 좋은 향기가 나야 해.) 왜 안 그렇겠어요, 같이 놀고 싶은 친군데. 근데 나, 바람 맞은 거? 그런데 웬일? 약속시간이 지나고, 개씨와 말씨는 오히려 기분이 나빠졌네요? 즐겁게 놀아도 시원찮을 텐데... 말씨는 개씨한테 연신 전화를 걸며 투덜거려요. “푸흐푸흐 푸흐흐흐 푸후후흥!”(개씨 뭐야! 전화도 받질 않네!) 개씨는 말씨네 창문 앞에서 굼시렁거려요. “아르르우어우어엉 우웅우우어어엉우웅웅!”(말씨 뭐야! 오라 해 놓고 아직도 집에 없네!) 급기야는 마음이 몹시 상해 서로를 원망하기까지... ‘일찍 멀리서부터 찾아왔는데, 이렇게 기다리게 하다니!’ ‘아침 일찍부터 준비했는데, 너무해!’ 대체 무슨 일일까요? 뭔가 서로 오해할 만한 일이 생긴 것 같은데... 같이 놀고 싶은 두 친구, 개씨와 말씨는 과연 만나서 오해를 풀고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신 나게 놀 수 있을까요? 어쨌든 반가워. 신나게 놀자! 그래요, 어린이나 어른이나 누구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거예요. 친구, 연인, 가족, 동료... 막 서로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 사이라면 더 그렇겠지요? 같이 놀고 싶고, 밥 먹고 싶고,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누고 싶고... 그래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는데, 잔뜩 설레며 기다렸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도 안 나타나고 연락조차 받지 않는다면? ‘뭐야, 날 무시하는 거야?’ ‘이거! 너무한 거 아냐?’... 설레었던 만큼 속상함도 크겠지요?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확! 손절 각? 개씨와 말씨도 그럴까 했대요. 그랬다면 말씨의 쿠키도 개씨의 춤도 다 허사가 되었겠지요? 하지만 둘은 결국 반갑게 만나 쿠키도 맛있게 나누어 먹고 춤도 신나게 추었다네요. 어떻게 그랬을까요? 함께 생각해 보아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원망보다는 염려의 힘이 더 크다는 것! 문을 열어 준 고마운 친구에게 이 책의 머리에는 ‘문을 열어 준 고마운 너에게’라는 작가의 말이 쓰여 있어요. 책을 지은 오소리 작가에게도 이 이야기와 비슷한 일이 있었대요. 사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기도 하고요. 그랬을 때, 문을 열어 준 친구가 고마워 이 책을 지었다지요. ‘드나드는 문’이었을까요, ‘마음의 문’이었을까요? 어떤 쪽이든 상관없을 거예요. 중요한 건 먼저 열어 주는 것. 고운 핑크빛 물감을 먹인 종이에 검정 펜과 노란 마카로만 슥슥 그린 듯 간결하고 가슬가슬한 그림이 우습고도 따뜻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유쾌한 친구, 개씨와 말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