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 끼리끼리, 소외, 무관심
어른들의 관계를 너무 일찍 닮아버린 우리들의 관계
어느 날 아영이네 반에서는 아이 한 명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 결석이 이틀째였는데도 반에서 그것을 알아챈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영이도 마찬가지였다. 옆 반 아이들이 몰려와 그 아이의 이름을 물어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아이의 이름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었다. 말썽도 부리지 않고 조용해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아이. 어쩌면 그 아이는 실종이 아니라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영이는 그다지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그 아이에 대해 도무지 아는 게 없으니 궁금하지도 않았다. 다음 날 담임선생님이 심각한 얼굴로 아영이를 불러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영아. 민진이 일기에 네 이야기가 있어.” 『우리 반 어떤 애』는 무관심과 소외가 아무렇지 않게 자리한 초등학교의 교실 풍경을 담담한 시선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 속에서 너무 일찍 어른들의 관계를 닮아 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무관심, 끼리끼리, 소외, 단절이 만연한 교실에서 아이들은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는 말로 관계를 정의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같은 교실에 있는 친구의 슬픔이나 불행에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한다. 더 나아가 우리가 정말 맺고 싶은 관계, 지내고 싶은 교실 풍경이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볼 수 있고, 관심이 없으면 눈앞에 있어도 그 사람을 볼 수 없습니다. 관심을 가지면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지만, 관심이 없으면 그 사람에 대해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은 보이지도 않고 볼 수도 없으니 당연히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결과적으로 그 사람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을 존재하게도, 존재하지 않게도 만드는 ‘관심’의 힘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중략) 우리 모두는 ‘관심을 갖는 사람’인 동시에 ‘관심을 받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남의 관심을 받기도 해야 합니다. 이것은 남을 존재하게도 만들지만, 나를 존재하게도 만들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누군가의 존재나 관계에 그럴싸한 이유가 없으면 그냥 무관심해도 괜찮은 걸까?”
우리 반 어떤 애
어떤 애가 없어졌다
어떤 애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반 민진이가 사라졌다
나는 김민진을 모른다
에필로그-우리 반 어떤 애 김민진
“같은 반인데 이름 몰라?” “저, 걔랑 안 친한데요?” 단절, 끼리끼리, 소외… 나와 친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는 존재가 되는 교실의 풍경 우리는 점점 경쟁적이고 개인적인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함께 힘을 모으기보다는 각자도생이 더 익숙한 사회에서 이웃과 공동체는 점점 존재감을 잃어간다.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점점 필요에 따라 관계를 맺고 타인을 향한 관심 역시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쉽게 폄하된다.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학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아이들의 인간관계는 점점 어른들의 인간관계를 닮아가고 있다. 빠듯한 스케줄, 비슷한 가정환경, 유의미한 필요 혹은 이해에 따라 친구를 만나고 사귄다. 이렇다 보니 나와 연결고리가 없는 또래 친구는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설령 같은 반에서 함께 지내는 아이일지라도.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무단결석을 이틀째 하고 있는 ‘우리 반 어떤 애’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반에서 친한 아이도 하나 없고 존재감도 없는 ‘이 어떤 애’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며 ‘무관심’과 ‘끼리끼리’가 당연해져 버린 교실 속 아이들의 관계에 대해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과연 나와 친하거나 관련 있는 아이가 아니라면 아무 관심이 없는 것이 괜찮은 건지를 물어본다. 이름도, 성별도 모를 만큼 어떤 애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이 기이한 무관심을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이 무관심이 ‘괜찮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더 나아가 타인을 향한 관심을 필요로 판단하는 모습을 반성하게 한다. 또한 우리 모두 메말라 가는 관계를 ‘쿨함’으로 포장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이켜보게 해준다. “전 그 아이한테 관심이 없고 친하지 않아서 잘 몰라요. 그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렇게 무관심이 당연한 사회에서 과연 ‘나’는 괜찮게 살 수 있을까? 학교 안에서는 실종으로 신고된 그 어떤 애를 두고 불길한 소문들이 들려온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어떤 애의 사정을 알게 된다. 그렇게 갑자기 사라진 ‘어떤 애’의 흔적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미스터리하게 그려지며 책장을 넘길수록 긴장감을 자아낸다. 가장 긴장감이 증폭되는 순간은 극의 주인공 아영이가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여겼던 그 어떤 애가 실은 ‘자신과 상관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각자도생이 익숙한 세상에서 아이들 역시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관계를 맺어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길한 분위기 속에서 친구가 결석하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어떤 애를 향한 걱정보다 “우리는 그 애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에 주안점을 두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면모는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우리의 시선을 드러내 준다. 그렇게 만들어진 관계, 그 관계가 쌓이는 사회 속에서 과연 아이들은 괜찮을지 생각하게 한다. 그런 사회 속에서 과연 ‘나’는 괜찮을지에 대해서 묻는다. 그리고 어떤 애에게 아무 관심이 없던 아영이가 갑자기 ‘실종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처럼 되면서 위기감에 휩싸이는 부분에서 우리는 알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나’ 역시도 괜찮지 않다는 것을. 저자는 무관심이 만연한 교실에서 과연 ‘아무 말,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다른 친구의 슬픔이나 불행에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더 나아가 우리가 정말 맺고 싶은 관계, 보고 싶은 교실 풍경이란 어떤 모습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또한 작더라도 함께 지내는 누군가, 다른 사람을 향한 관심의 힘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나랑 친한 몇몇만이 인간관계의 전부가 아니며 단절의 벽을 무너뜨리고 관심을 가지면 보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린이 친구들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