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학 시집. 한글자모시집이란 부제가 붙었는데 한글 자모를 시로 쓴 특별한 시집이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우리 한글 자모는 패션과 디자인, 그림과 무용,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정작 문학에서는 우리 말 자모를 시로 쓰지 않았기 때문에, 한글 자모를 시화하는 작업을 감행했다고 하는데, 한글의 자모 55자를 시로 형상화 한 첫 번째 시집이 된다.
이 시집의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박진임은 "소설의 주기능이 현실의 재현이라면 시의 주기능은 시대의 예언이라고 할 것이다. 시는 어제의 사실을 그리기도 하지만 오늘을 읽고 내일을 예언하는 언어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며 문무학 시인을 언어의 본질과 기능을 분석하며 언어의 능력을 예언하는 언어철학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실제 그런 예언인 듯한 시가 있어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한글 자모의 예언과 비판
문무학 시인의 시집 『가나다라마바사』거 나왔다. 한글자모시집이란 부제가 붙었는데 한글 자모를 시로 쓴 특별한 시집이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우리 한글 자모는 패션과 디자인, 그림과 무용,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정작 문학에서는 우리 말 자모를 시로 쓰지 않았기 때문에, 한글 자모를 시화하는 작업을 감행했다고 하는데, 한글의 자모 55자를 시로 형상화 한 첫 번째 시집이 된다.
이 시집의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박진임은 “소설의 주기능이 현실의 재현이라면 시의 주기능은 시대의 예언이라고 할 것이다. 시는 어제의 사실을 그리기도 하지만 오늘을 읽고 내일을 예언하는 언어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며 문무학 시인을 언어의 본질과 기능을 분석하며 언어의 능력을 예언하는 언어철학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실제 그런 예언인 듯한 시가 있어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겹받침 글자의 풍경 6
-ㄼ (넓다 / 얇다)
넓어서 나쁠 것은
없을 것도 같지만
머잖아 너와 내게
재앙으로 올 것 같은
사람과 사람 사이가
너무 넓지 않은가
얇은 건 그 모두가
좋잖을 것 같지만
그 누굴 미워하는 맘
두꺼우면 어쩌니
얇아서 서러울 일이
조금도 없잖은가
문무학 시집 『가나다라마바사』, 학이사, 2020, P.79.
이 작품의 경우 코로나 19 의 예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염두에 쓴 작품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시인의 작품 발표 목록을 보면 이 작품은 코로나 19가 우리나리에 오지 않은 2019년 가을에 발표된 작품이다. ‘ㄼ’이라는 쌍받침 글자에서 ‘넓다’ 라는 단어와 ‘얇다’ 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넓게 하는 것이 재앙이 되어’ 우리에게 올 것 같다는 것은 그야말로 예언이 된 것 아닌가!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이 온 것은 분명 재앙이다. 그 재앙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사회적 거리두기’ 라는 이름으로 넓히고 있다. 그래선 안 되는데 말이다. 일상적인 용어라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넓다’ 고 하지 않고 ‘멀다’ 로 할 것이다. 세상에 참 많은 재앙이 있었고, 있고, 앞으로도 또 있게 될 터이지만 인간이 맞는 재앙 중에 가장 큰 재앙은 아무래도 사람과 사람 사이가 넓어지는 것일 것이다. 박진임 평론가의 말대로 문무학 시인의 이 작품은 언어의 예언력을 증명하고 있다.
‘ㅋ’ 이 든 중심 말은 ‘크다’가 될 것이다
큰 것은 많은 것과 높은 것과 친해서
가끔씩 인간의 얼굴 숨길 때가 있었다
<한글 자모 시로 읽기.11 - 닿소리 ㅋ> 전문
또한 평론가 우은진은 이 작품을 두고, “‘크다’를 ‘ㅋ’의 “중심 말”로 자연스레 떠올리는 우리의 인식을 돌아보게 한다. 그러한 인식의 바탕에는 ‘큰 것’을 욕망하는 인간의 마음이 갈려있다. 이 때 큰 것을 바라는 마음은 무엇에 대한 어떠한 욕망이냐에 따라서 그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자본적 효율성과 계산 가능성을 기준으로 “더 많이, 더 높이, 더 빨리”를 행동강령으로 외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큰 것’은 당연한 듯 혹은 쉽게 “많은 것과 높은 것과” 함께 묶이곤 한다.
그렇게 더 큰 부, 더 많은 생산과 수익, 더 높은 효율성을 가치의 기준으로 두는 사회는 “가끔씩 인간의 얼굴을 숨”기고 외면하는 현실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우리가 현재 중요하게 말하고 있는 ‘큰 것’은 누구의, 누구를 위한 어떤 욕망인가를 성찰해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시조 종장 뒤에 따라붙게 된다.”고 했다.
닿소리 하나를 가지고 세상을 진단하는 힘 역시 언어가 갖는 힘이 아닐 수 없다. 문학평론가 백애송이 문무학 시인은 “말의 재미를 살리면서 말의 힘을 믿는 시인”이라고 말하는 것이 여기에서 자연스레 이해된다. 한글 자모시라고 했지만 이 시집은 언어를 통하여 예언하고 현실을 비판하는 놀라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시집이 갖는 근본적 태도는 한글 사랑이다. ‘시인의 말’에서 ‘한글날 노래’ 가사를 인용하면서 한글의 위대함을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글 자모를 바라보고, 읽어보고, 써보고, 이리저리 굴려보기도 하니까 그 메마르고 딱딱하기만 할 것 같은 기호 속에 우리네 들뜨고 기쁜 삶과 시리고 아픈 삶이 골고루 녹아있었다.” 한글 자모에 우리네 삶을 담아낸 시집으로 쉽고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