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를 쓴 이순자 작가의 쌍둥이 손녀 이야기. 배시시 미소 짓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글과 동물을 사랑하는 작가 김혜정의 따뜻한 그림이 만나, 서로를 아끼는 두 아이의 다정한 마음이 오롯하게 담긴 포근한 그림책 『공갈 젖꼭지』가 태어났다.
낮잠을 자다가 모기에 물려 깨어나 우는 자매. 쌍둥이를 달래는 데는 공갈 젖꼭지만 한 게 없는데, 두 개 있어야 할 공갈 젖꼭지가 하나밖에 안 보인다. 일단 동생에게 먼저 물리고 나머지 하나를 찾으러 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공갈 젖꼭지를 물고 있던 동생이 언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윽고 동생은 무언가 마음을 먹은 듯한데….
가족의 사랑과 우애의 기억이 주는 기쁨과 힘이 얼마나 커다란지 이야기하는 『공갈 젖꼭지』는 하늘에 계신 할머니가 사랑스러운 두 손녀에게 남긴 사랑의 증거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2022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를 쓴
이순자 작가의 쌍둥이 손녀 이야기
아기를 기르는 건 무척 힘든 일입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와 온종일 딱 붙어 있어야 하고, 수시로 안고 어르느라 손목이며 허리가 성할 날이 없고, 먹이고 닦아 주는 일만 해도 하루가 모자라고, 밤에 수시로 깨는 바람에 몸은 물 먹은 솜처럼 축… 그럼에도 몇 년이 지난 뒤 고되었던 기억보다 행복한 추억을 더 자주 떠올리게 되는 건, 그 시절의 어떤 경험들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2022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를 남긴 고 이순자 작가에게는 쌍둥이 손녀가 있습니다. 식구들이 ‘둥이’라 부르던 두 아이는 유독 서로를 잘 챙겼습니다. 갓난아기 때도 한 아이가 울면 다른 아이가 손을 꼬옥 잡아 주고 그랬대요.
그 시간 속의 어느 여름날, 열어 둔 창문 틈으로 들어온 모기에 아이들이 물렸습니다. 낮잠을 자다가 깬 아이들은 우앙~ 하고 울기 시작했죠. 공갈 젖꼭지를 물리기만 하면 울음을 뚝 그치는 아이들이어서 작가는 공갈 젖꼭지를 먼저 찾았습니다. 그런데 두 개 있어야 할 공갈 젖꼭지가 하나만 있는 거예요. 일단 하나를 동생에게 물린 작가는 다른 하나를 찾으러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사이 울음을 그친 동생은 우는 언니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이내 마음을 굳힌 동생은 제 입에서 공갈 젖꼭지를 빼어 언니에게 쏙 물려 주었지요. 언니가 우는 게 보기 안쓰러웠나 봐요. 이 장면이 잠시 뒤 자리로 돌아오던 작가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작가의 마음은 기쁨으로 얼마나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을까요.
서로를 아끼는 두 아이의 다정한 마음이 오롯하게 담긴 책
늦은 나이에 문학의 길에 들어선 이순자 작가는 이 이야기를 ‘공갈 젖꼭지’라는 제목의 수필과 시로 남깁니다. 유고 문집으로 어른을 위한 두 권의 책을 남긴 작가는 생전에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고 합니다. 특히 공갈 젖꼭지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어 쌍둥이 손녀에게 선물하면 좋겠다고 했대요.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우연히 만난 편집자는 아이를 보며 잠 못 이루던 십여 년 전의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몇 달 전 저장해 두었던 블로그를 기억해 냅니다. 김혜정 작가의 솜털처럼 보드라운 동물 그림들을 말이죠. 그렇게 이순자 작가의 배시시 미소 짓게 만드는 글과 김혜정 작가의 따뜻한 그림이 만나, 서로를 아끼는 두 아이의 다정한 마음이 오롯하게 담긴 포근하고 안전한(심지어 모기까지 무사히 탈출하는) 그림책 『공갈 젖꼭지』가 태어났습니다.
하늘에 계신 할머니가
쌍둥이 손녀에게 남긴 선물
『공갈 젖꼭지』는 글을 아낀 그림책입니다. 책 속 화자의 설명은 그림을 살리는 추임새로만 썼고, 실제 이야기를 더 잘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만 인물들의 대사를 절제해서 넣었습니다. 덕분에 여백이 많은 책이 되었고, 그 빈 구석으로 이야기가 품은 정서가 배어들었습니다. 책을 보는 분들이 각자의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담을 공간도 넉넉해졌고요.
이 그림책을 받아 든,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선 쌍둥이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하늘에 계신 할머니가 사랑스러운 두 손녀에게 남긴 선물을 들고 자매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우리가 정말 이랬다고?”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할지도 모르고, 할머니를 그리며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지요. 분명한 것은, 할머니와 주고받은 사랑이 쌍둥이의 마음에 더 크게 자리 잡으리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둘이 얼마나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인지도 새삼 깨닫겠지요. 덕분에 앞으로 웬만한 일은 둘이서 너끈히 헤쳐 나가게 될 것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사랑을 느끼며, 제 안에 있는 사랑을 거듭 확인하고 키우며.
이 책을 보며 우리 각자의 공갈 젖꼭지를 찾아보면 어떨까요? 어떤 이에게는 옛날 사진이, 다른 이에게는 오래전 일기장이 공갈 젖꼭지이겠지요. 자기만의 공갈 젖꼭지 이야기를 떠올린다면, 가족의 사랑과 우애의 기억이 주는 기쁨과 힘, 안도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공갈 젖꼭지」를 쓰면서 이순자 작가 스스로 느끼고 나누고자 한 것도 바로 그것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