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그들은 우리의 이웃
2022년 통계를 참고하면, 뇌사장기기증자는 483명, 이식 대기자는 5만1857명, 100배가 넘는 사람들이 여전히 생명의 기적을 바라며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tv 드라마 속에서 등장했던 낯설었던 장기기증 코디네이터와 수혜자, 공여자 등은 바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였던 거지요.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아주 많습니다. 그중에 사랑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내어줌’을 생각한다면 ‘장기기증’만큼 그 속성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또 있을까요.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서로를 알지 못한 채, 생명에서 생명으로 그저 나눔과 감사만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안의 풍선〉〉의 시작은 바로 ‘사랑’의 여러 가지 모습 중에 하나인 이 나눔의 이야기를, 이안과 요한을 통해 어린이들과 또 어른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심장이 아픈 이안은 바닷가 마을에 사는데도 수영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고,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안을 엄마는 늘 걱정하며 주의를 줍니다. 조심해야 한다고. 그러다 그만,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반면, 요한의 심장은 크고 튼튼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한은 더 이상 자신의 심장이 필요없게 됩니다. 튼튼한 심장이 필요한 이안과 튼튼한 심장이 있지만 소용없게 된 요한, 이 둘의 이야기가 이 그림책 안에는 함께 담겨 있습니다.
풍선과 나비, 그리고 이야기 속 이야기
이안과 요한의 심장은 풍선으로 표현됩니다. 가볍게 날아오르며 자유로운 이미지의 풍선은 우리가 추구하는 ‘건강’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풍선을 지녀야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하지 않은 심장을 가진 이안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어디든 따라다니며 지켜봐야 할 것 같지요. 그 마음이 나비로 표현되어 이안의 하루를 따라다닙니다. 그럼에도, 약한 심장이 버티지 못할 상황이 되어 이안의 영혼이 우주를 헤매게 될 때, 다른 한 곳에서는 요한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크고 튼튼한 심장을 가진 요한의 영혼이 이제 막 몸을 빠져나와 우주로 향하려는 참이지요. 아들의 영혼을 떠나보내야 하는 슬픈 엄마를 요한은 오히려 위로합니다. 그리고 이안에게도 요한에게도 칠흑 같던 우주는 이 두 영혼이 함께 손을 맞잡으며 생명의 푸른 빛으로 바뀝니다. 이안이 요한의 심장을 받으면서 이안은 그렇게도 원하던 튼튼한 심장을 갖게 되고, 요한 또한 이안을 포함한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사랑’으로 다시 살게 됩니다.
두 번째 생일을 만들어온 모든 이들과, 만들어 나갈 이들을 위해
이 책을 만드는 내내 글작가, 그림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모두가 한마음이었습니다. 장기기증에 담긴 커다란 사랑의 의미가 잘 전달되어, 이안이들과 그의 가족들, 요한이들의 가족들에게 따듯한 위로로 다가갔으면 하고요. 그들에게 ‘두 번째 생일’은 아마도 기적과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삶이라는 선물을 한 사람도 선물을 받은 사람도 가장 고귀한 생명을 나누었으니까요. 그리고 매일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고 그 안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을 나누는 일임을 어느새 잊고 사는 바쁜 어른들에게도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가 나를, 이웃을, 오늘을 다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이안의 풍선〉〉이 지금 이 시간 어딘가에도 생명의 기적 안에 함께 있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깊은 위로와 감사이자, 다시 일어서려는 마음을 향해 보내는 진심 어린 응원으로 다가가기를 소망합니다. 더불어, 장기기증이라는 과정에 대해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넘어선 세상의 관심이 더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