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고래 마흔다섯 번째 『괜찮은 날도 있어!』는 그야말로 꽤 ‘괜찮은 아이들’이 나오는 동시로 가득하다. 외로워도 섭섭함보다는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이 먼저인 아이도 있고, 엄마에게 야단맞아 울고 있는 친구가 창피할까 봐 먼저 숨어주는 아이도 있고, 문방구 앞에서 싼 물건을 찾으며 아쉬운 내 마음을 만져 주려는 아이도 있다. 괜찮은 아이들의 괜찮은 날로 가득한 동시집이다.
멋진 사나이!
퍽
아이코!
공 맞았다.
꼬맹이가 찬 공에
뒷머리를 맞았다.
아 진짜 아파서
눈물이 팽 도는데
“아 괜찮아!
안 아파!”
괜찮은 척하였다.
우리 반 슬기가
지나가고 있었거든
-<멋진 사나이!> 전문
공에 맞았지만 괜찮은 척하는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같은 반 친구, 슬기에게 멋져 보이고 싶거든요. 슬기는 분명 멋지게 봤겠지요? 그러고 보니, 공에 맞은 날도 꽤 괜찮은 날인 것 같습니다.
진창길
진창 먼저 건너간
우리 아버지
징검돌
가져 와
놓아 주었어.
“여기 디뎌!”
“요기 디뎌!”
돌 놓던 발은
진창 속에
질퍽질퍽
다 빠진 채로
- <진창길> 전문
비가 많이 왔습니다. 땅이 매우 질퍽해졌어요. 하지만 아빠가 놓은 징검돌 위로 올라서니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아빠의 발은 진창 속에 빠져 있습니다. 아이는 얼마나 속상할까요. 그러나 벌써 그런 아이의 마음을 아는 듯 “괜찮다”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괜찮냐고, 괜찮다고 말하는 마음의 소리가 부자의 모습에서 따뜻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