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똥』은 비행기 소리와 비행기가 만든 구름을 보고 하늘에 금이 갔다고 걱정하는 강아지의 이야기이다. 비행기 소리와 구름 때문에 걱정하던 주인공은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달려가서 스스로 걱정과 불안을 해결한다. 주인공의 모험은 비행기 타는 것을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아이가 비행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용기를 발휘하도록 돕는다. 제주 출신 글작가와 웹툰을 그리는 그림 작가가 재미있는 비행기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이 좋아할 제주도의 모습을 그림에 담았다. 2023 제주콘텐츠코리아랩 스토리공모 선정작이다.
걱정과 불안을 스스로 마주하고 해결하는 용기
『비행기똥』 주인공인 강아지는 천둥 같은 소리를 듣는 순간, 하늘에 떠 있는 긴 구름을 발견한다. 처음 본 긴 구름이 걱정됐다. 구름이 뭉게구름으로 펴지면 비가 온다는 제주 속담을 생각하고, 많은 비가 내려 홍수가 나고 동네가 물에 잠길까 봐 불안해했다. 강아지는 흑돼지 아줌마와 까망소 아저씨를 만나 고민을 이야기하지만, 핀잔만 듣는다. 흑돼지 아줌마는 자신의 똥을 더 걱정하고, 까망소 아저씨는 당장 해야 할 일을 더 걱정한다. 조랑말 삼촌도 마찬가지이다. 조랑말 삼촌은 조릿대 먹는 것밖에 관심이 없다. 결국 강아지는 혼자 힘으로 걱정과 불안의 궁금증을 해결하기로 하고 제일 높은 곳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제일 높은 곳, 한라산에서 자신의 걱정과 불안을 해결한다.
걱정과 불안은 존재하는 것들의 그림자이다. 존재의 그림자는 개별적이고 주관적이며, 존재의 결과가 그림자이고 그림자가 존재이다. 걱정과 불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가 존재와 그림자가 따로 있지 않고 하나이기 때문이다. 걱정과 불안은 생각의 범주에 있지만, 그것을 대면하는 행위는 생활의 범주에 있다. 생각의 범주 안에서는 생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생각의 문제는 생활의 범주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생각과 생활의 범주는 도무지 좁혀지지 않는다. 걱정과 불안을 생활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타인이나 다른 방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생각과 생활의 범주 간격 때문이다. 생각의 범주를 넘어 생활의 범주에서 걱정과 불안의 원인을 스스로 대면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비행기똥』은 걱정과 불안을 스스로 마주하고 해결하는 용기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주인공 강아지는 처음 경험하는 비행기 소음과 구름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타인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지만 그들의 무관심 때문에 실패한다. 그러나 강아지는 좌절하지 않는다. 걱정과 불안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도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걱정과 불안의 생각 범주에 행동과 실천의 생활 범주가 압도당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책은 일상에서 생겨나는 걱정과 불안을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도록 독자를 격려한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여운이 길다.
등장 캐릭터
■ 강아지 : 6개월 (사람 나이 6살) / 수컷 / 혈통 : 제주개
“비행기 똥이잖아!”
주인집을 지키는 6개월 된 강아지. 용맹한 제주개이지만 걱정이 너무 많다. 생전 처음 본 구름을 발견하고 걱정과 불안에 휩싸인다. 하지만, 용기를 내긴 구름의 정체를 밝히고야 만다!
■ 흑돼지 : 나이 10살 / 암컷 / 통시에 사는 돼지
“똥은 내 전부야!”
돼지는 똥이 삶의 전부다. 아니, 똥은 돼지의 전부다. 통시(=제주 변소)에 잔뜩 쌓아둔 똥을 보고 있으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그런데 그런 똥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주인이 밭에 거름으로 가져갔지만, 허락도 없이 가져간 것이 꼭 도둑맞은 거 같다. 하늘에 긴 구름? 그게 똥보다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돼지는 통시에 쌓인 똥을 지키며 살 뿐이지, 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쓸데없는 일이다.
■ 검정소 : 10살 / 수컷 / 일소
“일하지 않는 동물은 나태하다!”
현실주의자 소. 소의 능력을 발휘하여 맡은 바를 책임진다. 또한 일에 대한 윤리 의식과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 모든 소에게 모범이 되며 마을에서 제일가는 소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소는 책임을 회피하는 동물을 제일 싫어한다.
■ 조랑말 : 10살 / 수컷 / 방목
“조릿대 맛있다!”
한라산에서 조릿대를 먹고 자란 조랑말. 정해진 영역에 조릿대를 먹고, 영역에 들어온 동물을 경계한다. 방목하다 보니 세상 공짜가 없다는 걸 몸소 느낀다. 그래서 더 경계하고 의심하는 습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