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를 사랑하는 목수, 국어학자가 들려주는 나무, 말, 음악에 관한 정겨운 이야기.
『꿈을 찍는 공방』은 국어학자가 들려주는 정담(情談)이다. 나무와 말과 음악에 관한 정다운 이야기들이다. 작가에겐 말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선생의 삶과 ‘첼로를 사랑하는 목수’의 삶이 있다. 나무와 음악이 늘 함께하는 삶이다. 그는 나무와 말과 음악이 어우러진 삶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에서 겪을 만한, 마주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나무에 대한 이야기, 그 나무로 무엇을 만드는 이야기, 나무로 만들어진 악기 이야기, 그 악기가 울려 주는 음악 이야기들이다. 도깨비 가방에 들어 있던 돈처럼 이미 누군가가 채워 둔 이야기가 아니다. 갓 수확한 벼를 쨍한 가을볕에 잘 말려 방아를 찧고 키로 까부른 뒤 조리로 건져 내어 가마솥에 안치고 칙칙 뿜어져 나오는 하얀 김의 소리를 들으며 갓 지어 낸 밥 같은 이야기다. 이 책에 담긴 모든 글자는 갓 지어 낸 밥알 하나하나처럼 첼로를 사랑하는 목수가 삶의 팔 할과 나머지 이 할을 버무려 지어낸 이야기들이다.” (본문 중에서)
* 나무와 함께하는 꿈 *
도깨비 가방
첼로를 사랑하는 목수
3280미터, 20분, 그리고 1만 원
좋니, 이런 내가?
나무와 지랄 영원의 법칙
자연산 나무의 설움
진짜 가짜에게 감사를
어머니의 도마
식탁예찬
뜨거운 뚝배기 아래의 냄비받침
장부의 사랑
손가락의 약속과 주먹의 약속
나도 닳는다
철수의 것은 철수에게
* 말과 함께하는 꿈 *
시동과 시달의 유혹
봄마다 스무 살
‘괴수질’은 이들처럼
엄마와 이모의 갈림길
땡벌, 난 이제 지쳤어요
오래오래 앉으세요
불부야 이기는 기라
내 오람까?
시절이 수상헐 땐 시절이 질이유
못 돌라갈 낭일랑 베붑서
호라시와 품마시
떡, 실, 에미
남진아비의 나그네 설움
대관령을 넘는 법
부먹, 찍먹, 주먹, 처먹
쏠 오마카세
* 음악과 함께하는 꿈 *
이생글, 이번 생엔 글렀어!
네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이기동몽(異器同夢)
주먹 쥐고 일어서와 영혼의 기둥
첼로 켜는 애인, 피아노 치는 배우자
섬 포지션
고맙다 LP야
늙히는 맛, 늙이는 즐거움
자클린의 눈물
아버님의 유산, 그리고 참 죽이는 이야기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너무 아픈 세레나데
무릇 음(音)이 모름지기 화(和)하야 자(字)를 이루니
드림 스토퍼
옛날이야기 혹은 꿈에서 나타나는 도깨비들. 실상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른다. 도깨비는 하나의 이야기, 부스럭거리는 소리, 두런거리는 말이 아닐까. 나무를 좋아하는 국어학자가 숲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말을 모아 이야기를 지어냈다. 보물 나와라, 뚝딱! 하며 도깨비방망이를 두드리니 나무 숲속에서 말이 나오고, 음악이 나왔다. ‘드라이 소울 혹은 드라이쏠’이라는 닉네임처럼 일상의 목마름을 해소하고자 나무와 음악에 대한 꿈을 꾸고, 함께하는 과정에서 현실과 꿈을 한데 모아 말로 엮으니 드라이한 영혼과 메마른 세상을 촉촉이 적셔 줄 것 같은 봄비 같은 이야기들이 탄생한 것이다.
“매일매일 내 바이올린 소리가 하늘로 올라갔고, 달은 평온하게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었단다.” 미셸 트랑블레의 소설 『옆집 뚱보 아줌마가 임신했대요』의 한 인물인 조사파 르 비올롱(Violon)은 매일 밤 바이올린 연주로 달을 밝힌다. 마치 타고난 이야기꾼인 비올롱이 달 띄우는 이야기로 듣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처럼, 첼로를 사랑하는 목수인 작가는 나무의 수액 같은 이야기를 풀어놓아 또 듣는 이가 촉촉한 세계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이 이야기들엔 진실과 거짓, 평범한 일상과 꿈과 환상에 대한 열망이 아주 긴밀히 섞여 있어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나무를 볼 때마다, 나무로 무엇인가를 만들 때마다, 나무로 만들어 낸 가장 멋진 피조물인 악기를 볼 때마다, 그리고 그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생겨나 어둑시니처럼 커져” 풀어 낼 수밖에 없었던 그 이야기들은 재미있고, 정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