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엽집(萬葉集)>은 629년경부터 759년경까지 약 130년간의 작품 4516수를 모은 일본의 가장 오래된 가집으로 총 20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만엽집>은 많은(萬) 작품(葉)을 모은 책(集)이라는 뜻과 만대(萬代)까지 전해지기를 바라는 작품집이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책에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 작가 중에서 이름을 알 수 있는 사람은 530여 명이며 나머지 절반 정도의 작가는 모두 미상이다. 여기에 수록된 4516편의 시 가운데 일부는 7세기 혹은 그 이전의 작품들이다. <만엽집>이 수백 년 동안 일본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것은 ‘만요초[萬葉調]’라고 불리는 소박하고 참신하면서도 진지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만엽집>만이 가진 특징으로, 이후에 나온 세련되고 양식화된 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고 <만엽집>에 실린 시들이 결코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것은 아니다. 비록 기술적으로 미숙한 부분이 있고 중국 한시로부터 영향도 받았지만, 세련된 시의 전통미가 뚜렷이 드러나 있다. 본서는 <만엽집> 권 제7을 역해한 것이다. 『만엽집』 권 제7은 권 제3과 마찬가지로 작품들이 雜歌 ․ 비유가 ․ 挽歌로 분류되어 있다. 雜歌가 228수(短歌 204수, 旋頭歌 24수), 비유가가 108수(短歌 107수, 旋頭歌 1수), 挽歌 14수(長歌 14수)로 총 350수가 수록되어 있다. 雜歌는 <詠天>, <詠月> 등과 같이 詠物이며, 그 중에는 相聞으로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 권 제7은 작품에 제목도 거의 없으며 따라서 작자나 창작 배경을 알 수 없는 작품들이 대부분인데, 일부 작품의 경우는 『人麻呂歌集』 ․ 『古歌集』에 수록된 것이라고 하였다.만엽집은 앞으로 전 20권을 모두 역해하여 간행할 계획이다.역해자의 말 <만엽집>을 접한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만엽집을 처음 접하고 공부를 하는 동안 언젠가는 번역을 해보아야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작품이 워낙 방대한데다 작품마다 한편의 논문에 필적할 만한 작업을 하고 싶었던 지나친 의욕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여 그 꿈을 잊고 있었는데 몇 년 전에 마치 일생의 빚인 것처럼, 거의 잊다시피 하고 있던 번역에 대한 부담감이 다시 되살아났다.그것은 자신이 오래도록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분야가 개인의 연구단계에 머물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만엽집>을 번역하고 해설하여 토대를 마련해놓으면 전문 연구자들이 연구 대상 작품을 번역해야 하는 부담을 덜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며, 국문학 연구자들도 번역을 통하여 한일문학 비교연구가 가능하게 되어 연구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번역을 시작하고서 왜 시작을 하였던가 하고 사실 여러 번 후회를 하였다. 시력도 나빠지고 몸살이 날 때마다 힘이 되어 준 것은, 작업하다가 고개를 돌리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왼쪽 벽 책장에 꽂혀있는 諸橋轍次 교수의 <대한화사전> 총 13권이었다. 그 사전의 서문에 적혀 있는, 사전이 출판되기까지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생각하면 많은 어려움을 이겨낸 諸橋轍次 교수의 인내심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지금 이 정도의 작업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스스로 부끄러워지면서 힘을 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우선 <만엽집> 권 제 5, 6, 7을 2권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권 제5는 講談社에서 출판된 中西 進 교수의 『만엽집』1 (2011)을, 권 제6과 권 제7은 『만엽집』2 (2011)을 텍스트로 사용하였다. 『만엽집』 권 제5는 한문이 많을 뿐만 아니라 체제가 복잡하여 꽤 번거로운 작업이었는데 끝내고 나니 한 고개를 넘었다는 느낌이었다. 권 제6은 長歌가 비교적 많았으므로 나름대로 한 고개였다. 권 제7은 작자미상의 작품이 많은데다 短歌여서, 마치 힘든 고개를 넘은 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들판을 걷듯 비교적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지만 작품이 어느 부분에서 순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역시 작은 고개를 넘는 기분이었다. 힘든 고개들을 잘 넘을 수 있도록 인도해주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드리며, 마지막 교정 작업을 도와준 가족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또 講談社의 『만엽집』을 번역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시고 추천의 글까지 써주신 中西 進 교수님, 많은 격려를 하여 주신 辰巳正明 교수님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 또 이번에도 『만엽집』 노래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표지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신 일본 奈良縣立萬葉文化館의 中山 悟 관장님과 자료를 보내어 주신 西田彩乃 학예원께도 감사드린다.
추천의 글대장정의 출발이연숙 박사의 한국어역 만엽집 간행을 축하하며이연숙 박사는 이제 그 거대한 만엽집의 작품들에 주를 붙이고 해석하여 한국어로 본문을 번역한다. 더구나 해설까지 덧붙임으로써 연구도 겸한다고 한다. 일본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고전문학이 한국에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다만 총 20권 전 작품을 번역하여 간행하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 만엽집 전체 작품을 번역하는데 오랜 세월이 걸리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대완성을 향하여 이제 막 출발을 한 것이다. 마치 일대 대장정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 된다. 이 출발은 한국, 일본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만엽집은 천년도 더 된 오래된 책이며 방대한 분량일 뿐만 아니라 단어도 일본 현대어와 다르다. 그러므로 만엽집의 완전한 번역은 아직 세계에서 몇 되지 않는다. 영어, 프랑스어, 체코어 그리고 중국어로 번역되어 있는 정도이다. 한국어의 번역에는 김사엽 박사의 번역이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전체 작품의 번역은 아니다. 그 부분을 보완하여 이연숙 박사가 전체 작품을 번역하게 된다면 세계에서 외국어로는 다섯 번째로 한국어역 만엽집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어 번역은 두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으므로 이연숙 박사는 세계의 영광스러운 6명 중의 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만엽집의 번역이 이렇게 적은 이유로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이미 말하였듯이 작품의 방대함이다. 4500여 수를 번역하는 것은 긴 세월이 필요하므로 젊었을 때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둘째로, 만엽집은 시이기 때문이다. 산문과 달라서 독특한 언어 사용법이 있으며 내용을 생략하여 압축된 부분도 많다. 그러므로 마찬가지로 방대한 분량인 源氏物語 이상으로 번역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셋째로, 고대어이므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가 힘이 든다는 것이다. 더구나 천년 이상 필사가 계속되어 왔으므로 오자도 있다. 그래서 일본의 만엽집 전문 연구자들도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있다. 외국인이라면 일본어가 웬만큼 숙달되어 있지 않으면 단어의 의미를 찾아내기가 불가능한 것이다. 넷째로, 만엽집의 작품은 당시의 관습, 사회, 민속 등 일반적으로 문학에서 다루는 이상으로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번역자로서도 광범위한 학문적 토대와 종합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지간해서는 만엽집에 손을 댈 수 없는 것이다. 간략하게 말해도 이러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과연 영광의 6인에 들어가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연숙 박사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아직 젊을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만엽집의 대표적인 연구자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업적을 쌓아왔으므로 그 성과를 토대로 하여 지금 출발을 하면 그렇게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고대 일본어의 시적인 표현도 이해할 수 있으므로 번역이 가능하리라 확신을 한다. 특히 이연숙 박사는 향가를 깊이 연구한 실적도 평가받고 있는데, 향가야말로 일본의 만엽집에 필적할 만한 한국의 고대문학이므로 만엽집을 이해하기 위한 소양이 충분히 갖추어졌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점을 생각하면 지금 이연숙 박사의 한국어역 만엽집의 출판 의의는 충분히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김사엽 박사도 만엽집 한국어역의 적임자의 한 사람이었다고 생각되며 사실 김사엽 박사의 책은 일본에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고 山片蟠桃상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 번역집은 완역이 아니다. 김사엽 박사는 완역을 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였다. 그러므로 그 뒤를 이어서 이연숙 박사는 만엽집을 완역하여서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의 출판의 의의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대장정의 출발로 나는 이연숙 박사의 한국어역 만엽집의 출판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깊은 감동과 찬사를 금할 길이 없다. 전체 작품의 완역 출판을 기다리는 마음 간절하다. 2012년 6월전 교토예술대학 총장 나라만엽문화관 관장 中西 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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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가장 오래된 가집 <만엽집>을 한국어로 역해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