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에는 오직 고양이만 등장한다. 이 고양이들은 각기 다른 표정과 모습으로 어느 한곳을 응시하고 있다. 마치 누군가를 지그시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선뜻 시선을 떼지 못할 독특한 매력을 가진 그림책 『내 이름을 불러 주세요 - 어느 고양이 이야기』는 고양이 무리 속에 숨어 있는 어느 한 고양이의 상처와 외로움을 담아냈다. 또한, 글이 아닌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전달하여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보는 이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내 이름을 불러 주세요.” 이름 없는 고양이의 오랜 기다림
코코, 프린세스, 보리, 레오 등 작품에 나오는 고양이들은 각자 이름이 있다. 이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하나둘 자리를 떠난다. 시간이 흐른 뒤, 무수히 많은 고양이 중 결국 이름이 불리지 않은 고양이 한 마리만 자리에 남는다. 글을 짓고 그림을 그린 박소윤 작가는 이 ‘이름 없는 고양이’를 통해 유기묘들의 외롭고 애처로운 처지를 이야기한다. 이 세상에는 사랑을 받는 반려동물만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랑을 나누어 주고, 보살펴 주어야 할 유기동물도 많다는 작가의 의중이 투영되어 있다. 잊고 싶지도, 잊히고 싶지도 않은 이름 없는 고양이를 통해 독자들은 태어나서부터 매 순간 불리는 ‘나의 이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든 동물에 대한 보살핌과 사랑을 독려하는 그림책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유기묘를 소재로 한 그림책 『내 이름을 불러 주세요 - 어느 고양이 이야기』는 반려동물을 넘어 모든 생명의 가치와 존엄함을 사유하게 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30여 마리의 고양이는 우리의 반려묘일 수도 있고, 길고양이일 수도 있다. 고양이들이 앉아 있는 공간은 집 안인지, 집 밖인지 헷갈릴 만큼 그 경계가 흐리다. 공간의 확장을 통해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가, 한순간 외면받는 존재로 전락한 유기 동물에 대한 많은 생각거리를 담아냈다. 독자들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보살피는 것에 대한 좀 더 신중한 태도와 마음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일상 곳곳에서 살아 숨 쉬는 다양한 고양이들의 풍경
똑바로 앉아 있는 고양이, 옆으로 누워 있는 고양이, 눕고 싶지만 버티고 있는 고양이 등 작품 속에는 이름만큼이나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얼굴을 한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붓질의 경계면이 그대로 살아 있는 수채화로 털의 색깔을 세밀하게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낡고 오래된 것들이 품고 있는 편안한 느낌을 담아냈다. 낮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고요한 시간을 통해 묵직한 여운도 준다. 또한 책장을 넘길 때마다 따뜻한 햇살이 온몸을 휘감는 창가, 바닥을 두드리는 빗방울, 포근한 이불이 되는 가을 잎사귀, 바닥에 소복이 쌓이는 차가운 눈 등 사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