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무엇보다 재치와 유머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글작가와 그림작가의 자기소개를 지나치지 않는 독자라면 첫 장을 여는 순간 이 책이 예사롭지 않음을 눈치챌 것입니다. 우리는 ‘아내와 아들의 궤도를 돌며’ ‘자신의 적도에 매우 민감한’ 글작가와 작업의자 면적의 94.8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그림작가가 탄생시킨 태양계 캐릭터들을 만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책에 등장하는 행성들과 태양계 천체들의 매력에 빠져 웃다 보면 숙제를 깜빡하거나 식사시간을 놓칠 확률이 아주 높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면 태양계의 가장 바깥쪽에 있던 가장 작은 행성, 행성이란 사실이 너무나 기뻐서 배에 하트 무늬가 생겨버린 콧대 높은 행성, 바로 명왕성이 우리를 격하게 반겨 줍니다. 그런데 어느 날, 명왕성은 ‘이제부터 넌 행성이 아니라 왜소행성’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건 인간으로 치면 거의 ‘넌 사실 인간이 아니라 휴머노이드였어.’라는 말과 동급이었죠.
그런데 이 황당한 상황 속에서도 명왕성은 배려심을 잃지 않고 우리들을 태양계로 안내해 줍니다. 명왕성은 태양계의 구성원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합니다. 이 책에서 우리가 만나게 될 행성들과 소행성, 왜소행성 같은 천체들은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웃으며 그들의 대화를 읽다 보면 우리는 태양계에 대해 얼마나 많이 배우고 있는지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단어나 숫자를 나열하지 않고, 유머와 재치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유치원이나 초등 저학년 어린이들의 우주과학 첫걸음으로 추천합니다.
게다가 과학 정보 동화로 끝나지 않고 행성의 지위를 잃어버린 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명왕성이 어떻게 자존감을 회복하는지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과학 정보는 물론 자존감 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전화 받은 명왕성]을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