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인생으로 한국 현대사를 다시 읽는다. 일제 강점기 이래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진 역사는 많은 인물들을 산하의 자락에 품고 키웠다. 그중에는 일찍이 이름이 알려져 대중의 평가를 받은 인물이 있는가 하면, 짧은 생을 마감하여 더 험한 세상의 파도를 운 좋게 피할 수 있었던 분도 있었고, 오래 살아 변절하여 씻지 못할 오점을 남기는 인사들도 많았다. 이기홍은 명망가는 아니었지만 엄혹한 시대에 숱한 시련을 겪는 가운데도 민족, 민주, 통일운동가로 올곧게 한 길을 걸으며 한국현대사의 증인이 되었다. 또 몸으로 싸운 것에 그치지 않고 많은 사상적 통찰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런 분은 우리 현대사에서 그 예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 이기홍은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여한 이후 일제 강점기는 물론 해방과 그 이후 미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