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과 아가사 크리스티의 기묘한 결합, 코델리아 그레이 시리즈2018년에 한국에 소개된 1972년 작, 여성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은 얼핏 너무 늦게 도착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게다가 P.D. 제임스는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름만 들어본’ 거장이었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자 이 작품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자신의 매력으로 흡수한, 멋진 고전 영화를 한 편 본 듯한 기분을 독자들에게 안겨주었죠.《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의 기나긴 결말부는 20세기의 걸작 누아르 영화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주요 캐릭터들의 성격이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극적으로 승화하고, 윤리적인 고민 속에서 서로 엇갈리는 결정을 내리고, 누군가는 목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