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여 년 전의 무무곡 대혈사.그 아비규환에서 살아남은 단 한 명의 사내가 귀면(鬼面)을 쓰고 강호로 돌아왔다.열두 개의 무림성물을 노리는 간악한 부나비들의 욕망을 분쇄하며 무림의 폐부에 비수를 꽂아라!애증의 여울목에 뜨거운 칼을 담그고 시린 핏물을 씻어라.기억의 산마루를 넘어 자애로운 세월은 또다시 찾아오리니.강호에 몰아치는 검은 삭풍!썩어빠진 무림에 드높은 의기를 세워라! 내 나이 마흔.흔히 여자 나이 마흔이면 지나가던 개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고들 하지.그래, 맞다. 여자 나이 마흔이면 비루해진 화초(花草)다.향낭을 젖무덤에 품고 지분을 덕지덕지 처발라도 이미 향기 잃은 세월이다.그러나 나에게도 불꽃같았던 시절이 있었다.서슬 퍼렇던 무인으로서의 시절, 그 벼려놓은 시간 속에서의 만남.쇠모루 위에서 무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