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은 조선 건국 이후 가장 큰 전쟁이었고, 이때 군주도 버린 나라를 구해 낸 인물이 바로 이순신이다. 그는 최전방의 해안을 지킨 수군 장수로서 단 한 순간도 전략·전술의 강구와 군사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빠뜨리지 않고 한 일이 하나 더 있다. 일기의 작성이다. 자신이 겪은 7년 동안의 사건을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일기에는 그의 생각과 행동, 사상과 군사 정책, 임진왜란의 전개 과정과 전투 상황 및 전과를 망라한 온갖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남해안 4대 수영의 수사 및 주변 지역 지휘관들과의 대화 내용, 백성들이 처한 상황은 물론 심지어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은밀한 이야기까지 담았다. 그래서 임진왜란과 <난중일기>, 그리고 이순신은 하나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전쟁일기의 최고봉이자 기록문화의 진수,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는다
조선 중기의 임진왜란은 조선의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등 기존의 모든 질서를 통째로 붕괴시킨 전쟁이었다. 7년간의 길고 혹독한 전쟁에서 이순신은 당면한 시대적 상황과 시대 의식을 고스란히 일기로 남겼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난중일기』가 바로 그것이다. 조선시대에 작성된 여러 종류의 전쟁일기가 전해지고 있지만 『난중일기』만큼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은 드물다. 진중생활, 국정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전쟁 비망록과 군사비밀 계책, 가족·친지·부하·내외 요인들과의 왕래, 상벌 사항 등이 담겨 있어 역사자료로서의 의미가 크다.
그러나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난중일기』 원문을 그대로 읽기는 쉽지 않다. 이에 이은상 등 여러 선학들이 번역에 착수하여 보다 많은 독자들이 접하게 되었다. 저자 김경수 교수 또한 번역서를 출간한 바 있으며, 이순신과 『난중일기』를 새로이 포착하는 여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해설서를 저술하였다. 일기 속 이순신의 다양한 면모를 쉽고 친근하게 해설하였고 실제 기사를 인용하여 온전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나랏일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흐른다”라는 일기에서는 진실한 애국충정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난중일기』에는 무척 다채로운 주제의 기사가 수록되어 있다. 제사, 건강, 모친, 군법, 꿈, 술 등에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원균, 권율, 유성룡 등 주변 인사를 다룬 기사도 상당하다. 저자는 전체 내용을 성리학적 윤리 이념인 충·효·인·의·예·지·신·용의 여덟 개 항목으로 나누어 독자의 편의를 도모하였다. 희생과 헌신으로 나라를 구한 장수의 모습, 인간적인 감성과 태도, 주변인들과의 대립·협력관계를 세 장에 걸쳐 살펴보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까지도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