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한 부부 건축가의 직업 에세이. 언뜻 보면 멋있지만 사실은 치열하게 분투하며 더 나은 삶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젊은 건축가의 일하는 마음을 담았다.
건축 설계의 가치, 작은 건축사사무소의 현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건축 실무와 더불어, 건축가의 역할을 돌아보고 공공 건축의 의미와 중요성, 건축 현실의 문제점 등을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건축에 대한 어려운 미학적·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우리 사회, 우리 동네를 배경으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건축, 그리고 건축가라는 직업의 민낯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 있는 작은 건축사사무소의 생존기이자 젊은 건축가의 건축 열정기이며, 아이 셋과 함께 성장하는 건축가 부부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설계사? 건축사? 건축가? 뭐라고 부르세요?”
건축 설계라는 일, 건축가라는 직업을 이야기하다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의사를 만나고, 집을 지을 필요가 있으면 건축가를 만난다. 살다보면 몸이 아픈 일이야 자주 있을 테지만, 집을 짓는 일은 기껏해야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다. 그래서 일까? 건축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고 그들이 어떤 일을 해줄 수 있는지도 잘 모른다. 아울러 건축을 (부동산이 아닌) 문화로서 접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많지 않다. 우리가 잘 모르는 건축가라는 직업, 건축 설계라는 일, 그리고 그들의 현실을,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부부 건축가의 설계사무소에서 만날 수 있다.
세 아이를 키우는 부부 건축가의
사소한 시작, 치열한 일상, 좌충우돌 성장기
부부 건축가는 만삭의 몸으로 사무소를 등록하고 닷새 뒤 셋째 아이를 낳았다. 부부 두 명이 대표인 동시에 직원 전부인 초라한 건축사사무소지만, 우연히 도전한 공모전에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사무소와 나이를 같이하는 셋째를 아기띠에 안고 지방에 내려가 공모전에 등록하고, 유모차에 태워 공모전 시상식장에 들어가고, 회의실 한구석에 놀게 두고 회의하며 함께 성장했다. 학교 다목적강당 설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가 훼손되어 절망할 때도 있었지만, 새로 생긴 다목적강당 덕분에 학교 가는 게 즐거워졌다는 학생의 팬레터에 힘을 얻기도 한다.
결혼을 약속하고 청첩장을 같이 디자인할 때 파혼에 이를 정도로 싸워서 ‘설계는 절대 같이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둘이지만, 이제는 사무소의 공동 대표이자 일상생활을 함께 꾸리는 부부로서 싸우고 협력하고 버둥거리며 톱니바퀴처럼 철컥철컥 앞으로 나아간다. 젊은 부부 건축가의 사소한 시작, 치열한 일상, 그리고 지치지 않는 열정을 담았다.
어쩌다 보니 공공 건축가,
우리 모두가 주인인 공공 건축을 말하다
그렇게 울산의 매곡도서관에 당선되어 공공 건축가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후 경험한 우리나라 공공 건축의 적나라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계약 과정의 불합리한 관행에 맞서 기관에 항의도 하고, 건축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건물의 재료 지정을 방해하는 공무원과 신경전을 벌이다가 재료 회사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모함을 받기도 한다. 부부 건축가의 공공 건축 설계기는 불합리한 제도나 요구, 상황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고 싸우는 투쟁기이기도 하다.
싸우기는 엄청 싸웠지만 이긴 건 하나도 없는 현실에서 부부 건축가는 계약서 없는 계약, 건축가를 믿지 않는 제도를 비롯하여 공공 건축이 어디에 생기면 좋을지 입지에 대한 고민, 공모전의 불공정한 심사 관행까지 우리나라 공공 건축 제도의 문제점을 거침없이 지적하며 진지하게 대안을 고민해본다. 글을 읽고 나면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 멋있다고 손꼽을 만한 공공 건축이 있기는 한지, 왜 학교나 구청의 건물들은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는지 등,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공공 건축의 중요성을 새삼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생존형 건축가,
작은 건축사사무소의 생존 기록, 직업의 현실
돈을 벌려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려고 돈을 버는 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설계비, 계속된 설계공모전 낙선 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은 건축사사무소의 상황을 전하며, 현실적으로 건축 설계비는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 건축가들이 실제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지를 짚어본다.
다른 젊은 건축가들이 한 프로젝트의 수와 규모에 주눅이 들기도 하고, 남들처럼 번듯한 사무실도 없는 모습이 초라하게도 느껴지지만, 두 번이나 도전해서 결국 수상의 기쁨을 누린 젊은건축가상, 자신들을 믿고 설계 의뢰를 해준 건축주와의 새로운 만남 속에서 그래도 건축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불태운다. 건축가 하면 흔히 떠오르는 고상한 문화 예술인의 이미지 대신, 먹고사는 직업으로서의 건축가, 날것 그대로의 직업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바라는 건축의 가치, 건축가의 자리
건축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조언
(건축 설계가 주요 업무가 아니라) 건축 허가를 받아주는 게 주요 업무라 ‘허가방’이라 불리는 설계사무소들이 양산해내는 조악한 집장사 집, 볼품없는 거리 풍경에 대한 안타까움, ‘누가’ 지었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건축가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등이 생생한 에피소드, 그리고 묵직한 문제의식과 함께 매우 진솔하게 펼쳐진다. 더불어 건축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실무에 대해 조언하며 건축가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전문가가 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