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민 해결 마법사
절대 절대 뽑지 마! 뽑기봇
열한 살 수아에게 찾아온 눈부신 첫사랑은 설렘과 고민을 동시에 안겨 준다. 이든이와의 대화를 여러 번 되새기고 둘이 함께하는 시간만을 기대하는 수아. 첫사랑이 시작되었다! 그런 수아 앞에 정체불명의 뽑기봇이 나타나 외친다. “나는 절대 절대 뽑지 마! 뽑기봇이야.” 개구쟁이 같은 목소리로 크게 노래를 부르다가도 뽑기를 하기 위해서는 고민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고민 테스트를 해 보니 역시 수아는 이든이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고 나온다.
고민은 일상생활을 하며 겪은 좋았던 일이나 싫었던 일 전부를 훑어낸 결과이다. 뽑기봇을 통해 지금 집중해서 해결해야 할 고민에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 있다. 사실 뽑기봇은 처음부터 말한다. ‘절대 절대 뽑지 마!’, ‘절대 절대 듣지 마!’라고 말이다. 뽑기봇은 혼란스러운 마음속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이 전부다. 그 마음을 마주하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내 몫이다. 신비한 뽑기봇과의 만남이 이뤄지고 나서 작품 속 주인공 수아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사랑은 용기 있는 사람이 차지하는 법이야!
수아는 이든이뿐만 아니라 반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조용한 성격이다. 그래서 속마음이 들리는 이어폰은 더욱 특별하다. 상대방은 모르게 속마음을 듣게 된 수아는 더는 뒤에서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
완벽해 보이던 이든이가 고약한 냄새의 방귀를 뀌고 똥을 참느라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고 수아는 처음으로 스스로 손을 든다. 사랑은 용기 있는 사람이 차지하는 법. 이든이를 곤경에서 구하기 위해 수아가 낸 용기는 수아와 이든이의 관계를 완전히 바꿔 놓는다. 수아는 이든이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그전과 달리 편하게 대한다. 이든 역시 남들 앞에 좀처럼 나서지 않던 수아의 용기 있는 모습에 감탄한다.
절대 절대 듣지 말라던 뽑기봇의 경고를 무시한 탓에 곤란한 상황을 마주한 수아가 기발한 재치로 극복하는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첫사랑은 물론, 새롭게 친구 관계를 시작하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씩씩한 이야기다. 더불어 수아가 결국 첫사랑을 이뤄내 이든이와의 데이트에 성공할지 기대하며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동화다.
가장 우선인 사람은 바로 나야 나!
수아는 뽑기봇에서 ‘속마음이 들리는 이어폰’을 뽑는다. 그러자 눈이 마주치는 상대의 속마음이 들린다. 가장 듣고 싶은 속마음은 첫사랑 이든이다. 이든이의 속마음은 수아가 가졌던 첫사랑에 대한 이미지에서 벗어난 것뿐이라 실망스럽다. 다음으로는 평소에는 몰랐던 친구들의 속마음이다. 친구들의 날 선 속마음은 수아에게 상처가 된다.
예상하지 못했던 속마음들에 지친 수아에게 익숙하지만 생소한 목소리 하나가 들려온다. 그것은 바로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지만 궁금해하거나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수아 자신의 목소리다. 첫사랑 이든이를 비롯해 아직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친구들의 속마음을 살피느라 정작 자신의 진심을 돌아보지 못한 것이다. 그런 수아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