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탔던 많은 피란민들 중에는 철수도 있었다. 철수는 전쟁통에 엄마를 잃고 말하는 법을 잊었다. 대신 철수는 희망을 담은 그림을 그리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간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고아가 된 철수는 기다림 끝에 메러디스 호를 타고 흥남을 떠나게 된다. 철수와 피란민들에게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새로운 공간이면서 미지의 공간이다. 안전한 피난처이면서 잠시 눈을 붙이고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책 속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현실의 걱정과 슬픔이 가려진 공간, 환상적이고 따뜻한 공간으로 표현된다. 배 밖에는 혹등고래가 헤엄치고 배 안에서는 아기들이 태어난다.
1950년 12월 23일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14,000여 명의 피란민과
군인들, 승무원들을 태우고 흥남 부두를 출발하여 부산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의 최종 도착지는 거제 장승포항이 되었다.
1950년 6월 6.25 전쟁이 발발했고 국군과 유엔군은 1950년 12월 원산이 적에게 넘어가 퇴로가 차단되자 흥남 부두에서 최대 규모의 해상 철수 작전을 진행했습니다. 그때 철수하는 군인들을 따라 20만 명이 넘는 피란민도 흥남 부두로 모여들었고, 그중 10만여 명이 배에 탈 수 있었습니다. 피란민들을 태우게 되면서 400톤의 폭약과 560만 톤의 장비가 버려졌다고 합니다.
흥남 철수 작전은 전쟁사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의 대규모 철수 작전이었습니다. 특히나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한 척으로 가장 많은 사람을 구출한 배로 2004년 9월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정원이 60명이었던 배에 14,000명의 사람들이 탑승했음에도 단 한 명의 사상자 없이 무사히 거제 장승포항에 도착했는데, 그 날짜가 195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였기 때문에 이 사건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책은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배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들을 담았습니다. 김희철 작가는 사실과 상상을 섞어 슬픔을 지우지 않은 채 희망차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엄정원 작가는 가라앉아 있으면서도 따뜻한 기운을 품은 색을 사용하여 배의 안과 밖에 포근한 온기를 전해 줍니다. 흥남을 떠난 기적, 혹등고래를 만난 기쁨,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앞을 향해 가는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승객들과 철수의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