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운영하는 바닷가 마을 이발소로 놀러 가는 주인공. 일기를 쓰듯 써 내려간 이야기 속 할아버지의 “우리 똥강아지 왔구나” 하고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 머리카락을 잘라 주는 손길에 담긴 따스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미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와의 추억임에도….
할아버지가 떠난 뒤, 주인공은 할머니와 함께 마을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한다. 소중한 사람이 꽃이 되어 만나러 온다는 찬란한 꽃비를 보기 위해. 과연 꽃비를, 아니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마음 한편의 그리움에게
꽃비가 전하는 찬란한 위로
§제21회 핀포인트 그림책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문득 당신이 떠오를 때,
오롯이 추억할 수 있도록
주인공은 여름방학이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바닷가 마을 이발소로 놀러 갑니다. 일기를 쓰듯 써 내려간 이야기 속 할아버지의 “우리 똥강아지 왔구나” 하고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 머리카락을 잘라 주는 손길에 담긴 따스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와의 추억임에도, 슬픔보단 애틋함이 느껴집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해 자연스레 이야기하고 충분히 애도의 시간을 가지라고 하지만, 떠오르는 추억을 환대하는 일은 어렵기만 합니다. 그 사람이 더 이상 현실에 없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슬픔을 마주해야 하니까요. 혼자서 해내기 어려운 일이기에, 우리는 말을 삼키거나 추억을 애써 외면하곤 합니다. 그때, 이 책은 함께 그리워하자고 손을 내밉니다. 사랑하는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먼저 담담히 꺼내며, 괜찮아도 혹은 괜찮지 않아도 된다고 고요히 다독입니다. 그리움으로 남은 슬픔을 불편해하지 않도록 묵묵히 곁을 지켜 줍니다.
함께 꽃비를 바라보는 일
오늘을 살게 하는 힘
“꽃비는 소중한 사람이 꽃이 되어 만나러 오는 거라고, 옛날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가 있단다.”
바다로 저무는 노을빛이 반짝반짝 흩날리는 꽃처럼 보이는 현상인 꽃비. 차오른 그리움을 표출하듯 가득 쏟아져 내리는 꽃비는 나뿐만 아니라, 함께 꽃비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로로 다가옵니다. 꽃비가 위로가 되는 이유는 단지 아름다운 광경이나 소중한 사람이 찾아온다는 의미 때문만은 아닙니다. 꽃비가 비추고 있는 사람들, 지금 곁에서 같이 꽃비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로 인해, 또 그들의 슬픔을 함께 지며 우리는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된 오사카의 바닷가 마을에선 여전히, 함께 꽃비를 보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섬세하고 따뜻한 수채화를 그리는 스케노 아즈사 작가는 사람들의 삶에 녹아든 따스한 풍습이 계속되어, 서로를 돌볼 뿐 아니라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도 지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펴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 살다간 흔적, 사랑한 흔적
이야기의 끝자락, 주인공은 바닷가 마을의 미용사가 되어 손님으로 찾아온 소년을 미소 짓게 합니다. 마치, 이발사로서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던 할아버지처럼 말이죠. 그리고 마음속에 남아 있는 그리움을 아름다운 기억으로 갈무리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법을 알려 준 할머니처럼요. 할아버지, 할머니의 부재를 슬퍼만 하기보다, 그들이 남긴 삶의 유산으로 살아갑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누군가 이 세상에 있었다는 흔적입니다. 그러므로 떠나간 사람들이 남긴 삶의 교훈과 사랑을 간직하며 사는 것은, 그들의 존재를 오래도록 이 세상에 남기는 일입니다. 누군가의 삶의 흔적을 지니고, 누군가의 삶에 사랑한 흔적을 남기는 일. 이것이 우리가 기꺼이 살아갈 이유가 아닐까요.